트렌드

[주말판] 진정성이 만든 글로벌 공감대

한국 문화가 세계를 사로잡는 이유

5살 소녀의 꿈이 만든 기적

캐나다 토론토에서 자란 5살 소녀가 지도책을 펼쳐보고 충격을 받았다. 한국이 너무 작게 표시되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한국을 ‘덜 발전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때 매기강은 다짐했다. “한국을 살려야겠다.”

그가 20년 넘게 할리우드 애니메이터로 일하며 품어온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넷플릭스 메가 히트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서였다.

지난 6월 공개 이후 이 작품은 예상치 못한 거대한 문화 현상이 되었다.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출시 첫 주 약 2억 5천만 분이 스트리밍되어 그 주 스트리밍 영화 톱 10에 진입했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과 달리 시청률이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급증했다. 7월 말까지 시청률이 거의 4배 증가하여 한 달 세 번째 주에만 9억 4천 9백만 분을 기록했다.

지난 20일 아리랑 국제방송의 60분 특집 ‘K팝 더 넥스트 챕터’에서 매기강 감독은 이재명 대통령, 트와이스와 함께 K-컬처의 현재와 미래를 논했다. 이 대담에서 드러난 성공의 비밀은 의외로 단순했다. 한국을 숨기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지난 20일 방영된 ‘K팝 더 넥스트 챕터’ (c)아리랑 국제방송
글로벌 어필의 역설: 변형하지 않았기에 통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외국인에게 낯설 수 있는 한국적 공간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작품에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장면이 나온다. 목욕탕에서 몸을 푸는 모습도 담겨 있다. 설렁탕에 깍두기를 곁들여 먹는 일상도 그대로 보여준다.

방송에서 매기강 감독은 이런 장면들을 “글로벌 관객을 위해” 각색하거나 순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으로 인해 외국인에게 어필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K-컬처 성공의 핵심 패러독스다. 글로벌하게 어필하려고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글로벌한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김영대 평론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에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적인 것과 글로벌한 것의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외국인들은 변형된 한국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본 진짜 한국을 즐기고 싶어한다.


진심이 만든 구체적 발현: 디테일에 깃든 한국의 일상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한국 문화의 디테일한 묘사에 있다. 아리랑TV 특집에서 트와이스 멤버들이 작품을 보며 공감했던 지점들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팬들의 응원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월드투어 중 팬들이 한마음으로 떼창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응원 메시지 팬말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도 있다. 코스튬을 입고 응원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아이돌의 실제 일상도 리얼하게 표현되었다. 잠옷을 입은 모습이 나온다. 숙소에서 소파를 찾는 모습도 있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모습까지 담겨 있다.

이러한 장면들이 케이팝 스타들에게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과장되거나 미화되지 않은, 진짜 한국인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트와이스 멤버들은 “케이팝 스타로서 많은 공감대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잠옷을 입고 숙소에서 소파를 찾는 모습 같은 일상적인 장면들이 실제 아이돌의 모습과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고 했다.

작품의 빠른 템포도 틱톡 시대에 자란 아이들에게 이상적이다.


매기강 감독과 이재명 대통령 (c)아리랑 국제방송
음악이라는 초국가적 언어의 힘

물론 솔직함만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매기강 감독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제작 과정에서 음악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했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케이팝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위기 속에서 케이팝을 데몬 헌터스 컨셉과 결합하여 재미있는 컨셉을 만들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감독에게 이 작품은 매우 개인적인 의미를 가진다. “한국 문화를 기념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악마학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딸 ‘루미’의 이름에서 캐릭터 ‘루미’를 만들었으며, 영화 속 어린 루미의 목소리 연기와 노래는 실제 딸이 담당했다. 이런 진심어린 접근이 작품의 순수함을 더했다.

작품의 성공에는 음악이라는 국경을 뛰어넘는 언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운드트랙의 여러 곡들이 빌보드 톱 10에 진입했다. ‘골든’, ‘유어 아이돌’, ‘소다 팝’ 등이 차트를 강타한 것이다. 매기강 감독은 BTS,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같은 케이팝 거장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라큐스 대학의 미디어학과 멜리사 마르티네즈 조교수는 “제작팀이 스토리의 디테일과 한국 창작 요소뿐만 아니라 케이팝 음악 요소들이 단순한 모방이 아닌 authenticity를 갖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케이팝 팬덤 특유의 ‘덕질 문화’와 작품이 만났을 때 일어난 시너지 효과다. 팬들은 작품 속 서브컬처를 직접 따라하고 싶어한다. 의상을 따라 입는다. 노래를 따라 부른다. ‘골든’ 같은 노래에 직접 도전하며 즐긴다.

흥미롭게도 이 현상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뉴저지주의 두 딸을 둔 어머니 멜리사 자로(42)는 “7살, 9살 딸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유대감 형성의 경험이 되었다”며 “한 딸은 피아노 선생님과 사운드트랙을 배우고 있는데, 나도 그 선생님 집 지하실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4살, 8살 두 아들의 아버지인 크리스 만(43)은 “밀레니얼 부모로서 우리는 엔싱크, 백스트리트 보이즈, 데스티니 차일드의 보이밴드와 걸그룹 황금기에 자랐다”며 “그런 주저없는 팝 음악이 우리 DNA에 각인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가 과장된 안무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독적인 후크와 함께 나타나면서 우리 안의 ’90년대 괴물’을 깨웠다”고 덧붙였다.

트와이스 멤버들은 특히 ‘테이크다운’ 준비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현은 “‘테이크다운’이 데뷔 이래 가장 어려운 곡이었지만,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아 만족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여러 곡 중 선택할 수 있었고 ‘골든’도 고려했지만, ‘테이크다운’이 멤버들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판단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K-Pop 특유의 덕질 문화와 매력적인 작품이 만나 한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캐릭터, 전통문화, 풍경까지 삶에 담아내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진다.”

작품 자체가 관객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었다. 재미있게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직관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c)넷플릭스
해학의 힘: 무서운 것을 사랑스럽게 만드는 한국의 DNA

이재명 대통령이 ‘K팝 더 넥스트 챕터’에서 언급한 한국 문화의 ‘해학’은 K-컬처 성공의 또 다른 열쇠다. 대통령은 작품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와 저승사자 캐릭터가 인상 깊었다고 언급하며, “죽음을 아름답고 장난스럽게 표현한 점”을 특히 칭찬했다.

“무서운 존재인 호랑이를 사랑스럽고 귀엽게 변화시키는 것이 한국이 가진 힘”이라고 강조한 대통령의 말처럼, 한국은 두려운 대상을 친근하게 만드는 독특한 예술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죽음을 관장하는 저승사자조차 아이코닉하고 쿨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한국이 가진 독특한 창작적 힘이다.

매기강 감독은 저승사자 캐릭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갓과 검은 옷차림이 아이코닉하고 쿨하다. 이미 케이팝 아이돌들이 많이 활용하는 이미지다.” 전통적인 죽음의 상징을 현대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재해석한 것이다.

감독은 저승사자 장면을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하고 싶어 라이팅과 컬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밝혔다. “이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스타일이었다”며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 결과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한국적 감성이 빛을 발했다.


진정성이 만들어낸 연쇄 반응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은 단순히 하나의 콘텐츠 히트에 그치지 않는다. K-Pop → 드라마 → K-푸드 → K-뷰티로 이어지는 문화적 연쇄 반응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이날 대담에서 트와이스가 회상한 것처럼, K-Pop의 위상 변화는 극적이다. 6년 전 처음 미국 투어를 갔을 때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어로 인사해 주는 팬들을 만날 수 있다. 소규모 공연장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해외 스타디움 공연장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된 변화가 이를 증명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K-컬처 중에서도 특히 푸드와 뷰티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K-Pop의 유행이 드라마, 영화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어 학습의 인기로, 다시 K-푸드, K-뷰티 산업으로 연관되어 발전한다”며 복합적 연관성을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문화 산업은 “원재료 자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한국의 독특한 성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 세계 식민지 해방국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짧은 시간에 엄청난 변화를 겪어온 대한민국의 모습은 앞으로도 큰 호기심을 유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K-데모크라시’에 대한 언급이었다. “전 세계가 정치적 혼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은 무력 충돌 대신 아름답게 갈등을 제압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치적 혼란을 ‘응원봉’으로 제압하는 것처럼, 폭동 대신 음악과 춤으로 표현하는 아름다운 힘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 고전에도 한국인이 ‘가무에 능하다’고 기록되어 있듯이, 한국은 고대부터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종족이었다”며 “김구 선생도 ‘문화가 강한 나라’를 꿈꿨으며, 현재 한국은 문화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은 “다양한 종교가 충돌 없이 공존하고 모든 것을 수용하는 포용적인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문화 강국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 공허한 현대사회에서 한국 문화가 치유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c)넷플릭스
자신감이라는 철학

아리랑TV ‘K팝 더 넥스트 챕터’에서 드러난 매기강 감독의 성공담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그가 보여준 ‘자신감’이다. 5살 때 받았던 충격을 디딤돌 삼아 오랜 세월 품어온 꿈을 현실로 만든 그의 여정은 K-컬처 전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화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깊이 있게 언급했다. “음악의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며 “괴롭고 슬플 때 음악으로 위로받고 격려받는다”고 개인적 경험을 공유했다. 특히 “작년 겨울 험한 시기를 노래를 부르며 지나왔다”고 회상하며, ‘상록수’가 힘든 시절에 위로가 된 노래라고 꼽았다.

대통령은 “문화는 소외나 갈등 등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연대하고 공감하며 즐거움을 표현하고 느끼는 자기 정화의 시간을 제공한다”고 문화의 치유 기능을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명확한 철학을 제시했다. “K-Pop 저변 확대를 위해 정부의 책임감을 느낀다”며 특히 공연장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규모 공연장 등 공연 시설이 부족하며, 기존 시설을 변형해서라도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동시에 “문화는 자유로움을 본질로 하므로,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 예술 분야에 골고루 기회를 만들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김구 선생의 ‘한없이 높은 문화의 힘’ 발언을 인용하며, “대한민국이 문화 강국으로서 이제 ‘초입’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문화 정책에 대한 투자가 거의 없었으며, 지금부터 다시 2단계를 시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사람이 자원인 나라이며, 문화 역량과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강조하며 “미래에는 사람들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며, 한국이 여기에 얼마나 빨리 선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사랑과 공감을 받기 위해서는 숨기지 않고 한국의 진짜 모습을 본연 그대로 보여주는 ‘자신감’과 ‘진실성’이 중요하다.”

K-컬처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본연의 우리 모습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특집의 핵심 메시지였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려 애쓰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고유한 예술적 DNA를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진짜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된다.

매기강 감독이 ‘K팝 더 넥스트 챕터’에서 보여준 것처럼, 한국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K-컬처가 세계를 매혹시킨 비밀이었다.

(c)넷플릭스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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