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4]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을 더해 새로움을 만들다, 룹킨
바야흐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입니다. 특히 디자인 작업 프로세스를 이용해 여러 가지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인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자인 싱킹은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하소 플레트너 회장이 주창하고 미국 스탠퍼드 디자인 스쿨이 확산시키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인간 중심 관점으로 찾아내 해결하기 때문에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을 지향하는 기업이 도입하려고 하는 방법입니다.
최근 여러기업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싱킹이 활용되는 가운데, 유·아동 교육 콘텐츠에 이 기법을 도입해 어릴 때부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겐 창의성과 공감 능력을 길러주고, 경력단절 여성을 놀이전문가로 양성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놀이공유 플랫폼 ‘룹킨’의 오경은 대표를 만났습니다.
룹킨 오경은 대표
#part.1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을 더해 ‘새로운’것을 만들다.
논문 검증을 위해 시험해 본 놀이 공유 플랫폼
미국 파슨스에서 공부할 때 석사 논문을 제출하기 위해 플랫폼을 만든 게 시작입니다. 2015년 당시 거주하던 아파트의 주민센터에서 우리 플랫폼을 알리고 설명회를 열었어요. 아이를 초대하고 싶거나 급하게 아이를 맡길 데가 필요하면 사용 하라고요. 아이와 함께 소풍 가기, 놀이터 가기, 영화 보기, 블록 쌓기 등 놀 수 있는 콘텐츠로 구성된 플랫폼이었습니다. 반응이 좋았어요. 이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미국 학부모들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사회 특성상 ‘다양성과 사회성 기르기’를 중시 한다더군요. 사업화가 될 거라 확신을 가진 계기가 됐습니다.
공유에 디자인 싱킹을 더한 사업 아이템
룹킨은 ‘공유’에서 시작됐습니다. 가족끼리 서로 물건을 공유하거나 시간과 재능을 종합적으로 공유하는 게 어떨까 싶었죠. 하지만 누가 생각해도 이런 접근은 너무 포괄적이고 막연 하잖아요. 그래서 ‘놀이’에 집중했습니다. 놀이에 대한 니즈가 강하더라고요.
문제는 한국에 돌아왔을 때였는데요. 미국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시작했는데, 한국 학부모들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원인을 찾아보니 국가간 콘텐츠를 활용하는 특성이 달랐기 때문이었어요. 한국 학부모들은 놀이 콘텐츠도 ‘어떤’ 콘텐츠인지를 보고, 아이들의 교육적 효과를 중시하더라고요. 그때 석사 논문의 큰 줄기였던 ‘디자인 싱킹’을 접목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창의적 문제 해결방법을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알려준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생소함과 익숙함을 결합하니 기존 시장에서 없던 콘텐츠가 만들어져
디자인 싱킹은 해외에선 스탠포드와 파슨스, 국내에선 카이스트와 서울대학교 등 몇몇 대학에서만 배울 수 있는 희소성 있는 학문으로 아는 이가 많지 않지요. 당장 붐은 아니지만 혁신적인 학문이기에 최소 3년정도 지나면 분명히 자리잡을 방법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를 활용한 놀이 콘텐츠를 미리 개발해 두면 사업적으로 유리할 거라 판단했습니다.
문제는 이게 지금 잘 될지 확인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우리가 아무리 잘 될 거라 믿어도 시장반응이 안 좋으면 하나마나니까요. 그래서 문화센터 등에 가서 구성된 프로그램을 살피고 시장 소비자들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그램과 학부모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뉘더라고요. 자유롭게 놀기만 해도 되는 프로그램과 코딩 등 지식 습득 프로그램이 그것입니다.
양분된 교육 프로그램 시장에서 디자인 싱킹이라는 학문이 접목된 놀이가 두 부류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우리의 놀이는 콘텐츠가 없는 가벼운 놀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무엇인가 배워야 하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기존에 없는 시장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part.2 디자인적 사고로 실험하고 검증하는 사업
놀이 공유 사업…디자인적 사고로 운영 중
시장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지난해 9월 엔젤 투자를 받은 뒤 법인을 세웠고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업 개발 방향도 디자인 싱킹과 유사해요. 본격적인 출시 전 테스트를 많이 합니다. 파일럿 형태로 만들어 문화센터의 한 지점에서 선보인 뒤 소비자 반응을 보죠. 그런 식으로 브랜드 입지도와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3조원 규모의 국내 유아 시장, 기대시장 규모는 140억
보통 국내 유·아동 시장 규모는 2,3조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장 모두 저희가 다룰 수 있는 영역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초기 시장 규모를 전체의 2%, 약 140억 원 규모로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크게 바라보고 도전해야 할 영역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영역이 있다고 보는데요. 저희 사업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무작정 부풀리지 않고 현실적으로 다가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선진국형 학습 경험을 추구하는 부모가 현재 주 고객
현재 우리 서비스의 주요 고객은 해외 유학을 다녀왔거나, 공부를 오래 한 소위 ‘지식 상위층’입니다. 아이가 지식을 배우는 것 뿐만 아니라 창의력과 협동심을 모두 배웠으면 하는 소비자들이죠. 현재 브랜딩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창의 사고력을 함께 배울 수 있는 놀이 공유 플랫폼’으로요.
#Part.3.1 시간 장소, 정답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창의적인 교육 콘텐츠,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 차별점
저희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놀이 공유 플랫폼입니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놀이를 등록하고, 놀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 이용하죠. 놀이 콘텐츠에는 장소의 규약이 존재하는데요. 저희는 이를 어디서든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그 안에서 수수료를 발생시키려고 해요. 에어비앤비와 수익모델이 같다고 보시면 되요.
여러 명이 모여 놀 수 있고 향후 공유가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구성
프로그램엔 몇 가지 매뉴얼이 있는데요. 여러 명이 할 수 있어야 하고, 꾸준히 공유가 가능해야 합니다. 재미는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고요. 그 중에서 공유를 가장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놀이 시간 동안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은데, 이 때 관건은 말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깊이 듣고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경청이 중요한 거죠. 놀이시간엔 ‘들어줘야 해’가 아닌, ‘들어주지 않으면 어떨까?’라고 질문합니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죠.
#Part.3.2 브랜딩에 필요한 세 가지의 신뢰도
현재는 정서상 장소 거부감 있어…브랜드 신뢰도 쌓아 사용토록 하는게 계획
현지화를 고려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초대 문화인데요. 미국은 보통 자신의 아이가 모르는 집에 초대 받아 노는 게 거부감이 없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 엄마들은 꺼리는 경향이 있죠. 게다가 일반 가정 집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면 서비스 품질을 의심받기도 하고요. 그래서 현재는 좋은 놀이 콘텐츠를 바탕으로 브랜딩 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양성 프로그램을 문화센터에서 진행해 품질 신뢰도 문제도 줄였습니다. 우리 콘텐츠도 문화센터처럼 신뢰도를 차근차근 쌓아가려고 합니다.
‘디자인 싱킹’ 놀이 콘텐츠, 꾸준한 신뢰 수단을 확보해간다.
디자인 싱킹을 접목한 영유아 콘텐츠가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저희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신중함을 기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미국에 가져가 유.아동 교육 전문가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신뢰도를 쌓아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인지하고 있어, 한양대학교와 중앙대 등 학계과 연계해 룹킨 콘텐츠의 실증적 사례 연구를 준비중입니다. 또한 현재는 일반 프로그램 개발자 외에 전문 아동심리학자를 모셔 서비스를 고도화 하는 데 매진하고 있습니다. 대내외로 검증 받은 서비스로 성장하는 것이 저희의 중.단기 목표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오프라인 인프라를 구축할 것
온라인에 비해 오프라인은 인프라 구축이 어렵습니다. 플랫폼에 필요한 수요와 공급 영역 모두 직접 다뤄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안할 수는 없어요. 면대면 방식을 통해 고객과 직접적인 신뢰를 쌓아야 서비스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영역을 다지는 데 힘을 쓰고 있습니다.
만들어 가는 동안 미국 온라인 교육 콘텐츠 기업이 협업을 제안하거나, 자사 콘텐츠를 오프라인으로 다시 개발해달라는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이를 보며 유아동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국가 상관 없이 포화되었다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아동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고객층, 엄마들은 일반 소비자와도 약간 다른 양상을 띱니다. 특히 그들 사이에서 입소문 파급력은 다른 계층보다 더욱 큽니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가 탄탄해야 합니다.
#Part.4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 양성으로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행복한’ 기업 되겠다.
좋은 피드백이 있어 운영이 즐거워
대중에게 디자인 싱킹이 낯설기에 자세히 설명하는데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인 소비자들에겐 좋은 피드백이 와서 즐겁고요.
특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에게 점차 인정받고 있습니다. 미술, 체육, 수학 등 일반적인 과목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추상적인 주제에서 접근하게 됩니다. 예컨대 ‘사회성’, ‘리더십’, ‘창의성’ 등이 저희 프로그램 주제에요.
아이들마다 해결책은 달라집니다. 몸을 쓰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죠. 그런 뒤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발표를 하고, 생각을 듣기도 하는데요. 이때 발표력과 표현력, 그리고 공감 등을 배울 수 있어요. 바로 이 점을 소비자가 믿어주고 있어 프로그램에 대한 실증적 검증 작업을 더욱 활발히 하려고 해요.
프로그램의 실증적 입증과 장기적 놀이 프로그램 개발이 올해 목표
현재 MOU를 맺은 대학들과 결실을 맺어 프로그램의 검증을 더욱 자세히 하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동시에 내부에선 대학생과 전문가, 일반인으로 구성된 놀이 연구소를 만들고 있어요. 현재 진행되는 프로그램도 3개월 단위가 다인데, 앞으론 6개월, 1년짜리 코스도 만들 계획입니다. 콘텐츠의 다양화를 통해 브랜드의 대외적인 성장을 이루려고 합니다.
또한, 저희 프로그램을 담은 책도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 시장에서 최대한 다양한 루트로 저희 브랜드를 알리려고 해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놀이 전문가 양성
초기 에어비앤비의 성장엔 많은 이용객과 더불어 공간과 호스트가 필요했어요. 저희도 이 점에 착안해 고객도 고객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할 놀이 전문가를 최대한 많이 양성하려고 해요. 현재 저희가 만든 놀이 전문가 프로그램은 12주 단위로 한양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양성하는 만큼 속도도 느리고 품도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사업 초기인 만큼 서비스 내 우수한 전문가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아이의 행복, 행복한 일자리를 갖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룹킨이 지향하는 것은 두가지 입니다.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과 의미 있는 일자리 창출이에요. 국내에선 여성이 결혼해 아이를 낳은 동안 경력이 쉽게 단절됩니다. 하루 종일 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을 때 파트타임을 고려하게 되는데요. 결혼 전 일하며 얻었던 업무적 성취감을 충족시키는 파트타임 일자리는 많지 않죠. 이런 점에서, 저희는 원하는 시간에 탄력적으로 일하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보고 느낄 수 있는 유의미한 일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주부가 놀이 전문가가 되면 궁극적으론 집에서 본인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며 육아도 하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자발적인 영업을 하는 놀이전문가에겐 놀이 진행 횟수에 상관 없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어요. 아직은 놀이전문가가 활성화 돼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종내엔 이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기업이 되는 게 꿈입니다.
남녀노소 디자인적 사고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늘어나길
저는 어릴 때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맘껏 뛰놀았습니다. 놀이에 대한 향수는 누구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리고 디자인 싱킹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좋은 학문이고요. 혁신적인 생각과 재치 있는 문제 해결력을 가진 친구들이 늘어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달라져 있지 않을까요. 기획 취지에 어울리는 멋진 서비스로 발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