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차이나는 나야나!” 인도 인터넷 트랜드
인도는 ‘넥스트 차이나’로서의 자질을 두루 갖춘 국가다.
2016년 인도의 GDP 성장률은 6.8%로, 6.7%인 중국보다 높다. 미국이 1.6%, 한국이 2.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그 경제 발전 속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인도는 인터넷 사용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국가다.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2016년 6월 기준으로 3억5천5백만 명 수준이며, 이는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한다. 연간 사용자 수 성장률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 대한 국내의 관심도나 정보 수준은 낮은 편이다. 지난 달 31일, 메리 미커가 발표한 ‘2017년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를 기반으로 인도 시장의 발전상을 정리해봤다.
1. 영원한 1등이 없는 치열한 격전의 땅
인도는 글로벌 기업의 치열한 격전지로 떠올랐다.
모바일 하드웨어의 경우 한국의 삼성, 중국의 샤오미(Xiaomi)와 오포(Oppo), 비보(Vivo) 등이 스마트폰 시장을 나눠 가졌다. 토종 브랜드인 라바( Lava), 마이크로맥스(Micromax), 지오(Jio)가 저가의 4G 피처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간 주도권 다툼도 2016년 내내 치열했다. 주목할만한 것은 시장의 신규 진입자인 릴라이언스 지오(Reliance Jio, 이하 지오)다. 원래 인도에서는 바티 에어텔(Bharti Airtel), 보다폰(Vodafone), 아이디어(Idea)가 전체 시장 점유율 중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 과거 4G 핸드셋 부품을 제공했던 회사인 지오가 자체 브랜드인 라이프(LYF)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 판도가 달라졌다.
지오는 디바이스 기반의 4G 서비스, 저가 요금제, 고품질 서비스, 프로모션 기간 동안 통신비 무료 행사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단숨에 7,200만 명의 유료 회원을 모았다. 지오의 성장에 타격을 받은 이통사들의 뒤따라 가격을 낮추면서, 2016년 인도의 무선 통신 비용은 전년 대비 48% 수준으로 낮아졌다. 현재 지오는 시장 점유율 39%를 차지하며 업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상태다.
웹 브라우저 부문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알리바바가 만든 유씨브라우저가 전체 사용률의 50%를, 구글의 크롬이 32%를 차지하고 있다.
앱 다운로드 1위는 미국의 메신저 앱 왓츠앱이다. 그 뒤를 이어 페이스북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 10위 권 중 미국 서비스 4개, 인도 서비스 2개, 중국 서비스 2개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비디오 플레이어인 엠엑스플레이어(MX Player)가 7위로 선전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띤다. 인도 자국 앱 중 상위 10위권 내에 오른 2개의 서비스는 모두 엔터테인먼트와 관련이 있다.
2. 세계 1위의 생체 주민등록증 발급 국가
인도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디지털 주민등록 시스템인 ‘아드하르(Aadhaar)’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는 약 12억 전체 인구에게 지문, 홍채, 얼굴 사진 등의 정보를 담은 신분증을 발급하는 제도다. 2016년 기준 전체 인구의 82%인 11억 명이 정보를 등록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생체 빅데이터 플랫폼이 완성되어가고 있다.
초기 아드하르는 지문, 홍채 등을 통한 본인 확인의 기능만 있었지만, 최근에는 은행 거래, 출생 증명, 납세 신고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드하르 발급 전에는 최대 3일까지 걸리던 휴대폰 심카드 활성화가 생체 인증을 통해 15분으로 단축된다. 은행 계좌 개설의 경우 물리적 방문과 복잡한 서류 절차를 생략하고, 모바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향후 인도 정부는 이러한 생체 정보를 민간 IT 기업 등이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3. 모디 정부, ‘모든 것을 디지털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취임 직후부터 인도의 디지털화를 위한 정책을 빠르게 주도했다.
전 국민 계좌 갖기 정책인 ‘잔 단 요자나(Jan Dhan Yojana)’는 저소득 층 지원 제도의 일환이다. 모든 빈곤층에 은행 계좌를 제공해 ‘금융 불가촉천민’을 없애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 계좌는 잔액이 없어도 만들 수 있으며, 계좌 당 총 5천루피(한화 약 8만4천 원)까지 긴급 신용 대출도 가능하다.
전 가구의 40%가 제도권 금융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인도의 경우, 이로 인한 고리대금 문제가 심각했다. 이 정책으로 인해 정부 역시 국민의 자금 수취 및 이용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폐화(廢貨)를 통해 전자 결제를 독려한 점도 눈에 띤다. 2016년 11월, 모디 정부는 1천 루피, 500 루피 화폐 사용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위조 지폐를 비롯한 각종 ‘검은 돈’ 근절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인도의 대표 전자결제기업인 페이티엠이 즉각적인 수혜를 입었다.
페이티엠은 정부의 화폐 개혁 발표 이후, 1만 명의 직원을 결제 현장에 파견해 전자 결제 사용 방법을 알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이를 통해 페이티엠의 사용자는 2억2천5백 만 명 규모로 늘어났으며올 5월, 소프트뱅크는 페이티엠에 14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페이티엠의 기업 가치는 70억 달러 규모다.
반면 화폐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화폐 개혁 후폭풍으로 인해 2017년 1~3월 연율 기준 인도의 GDP 성장률은 6.1%를 기록했다. 예상 치인 7.1%보다 낮은 수치다.
4. 인터넷 혁명, 인도인의 모든 것을 바꿨다
인도는 인터넷 혁명에 따라 아주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도에서는 오락(Entertainment)과 관련된 콘텐츠의 인기가 유난히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인 전체의 모바일 사용 시간은 TV 시청 시간의 7배다. 그리고 이 전체 모바일 사용 시간 중 45%는 오락에 사용된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인도인의 오락을 즐기는 방식도 변화했다. 이전에는 일방향의 TV 드라마, 리얼리티쇼 위주로 시청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모바일을 통해 온디맨드(주문형) 방식의 웹 콘텐츠를 선호하고 있다. 지오의 4G 보급으로 인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인도는 방과 후 사교육 수요가 높은 국가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학습을 보충했다면, 이제는 학생 개인이 스마트폰을 통해 개인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한 교육 효과는 15% 정도 증가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