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人사이트] 퍼포먼스 마케팅은 깔때기(Funnel)로 돈을 버는 것
박지희 렌딧 마케팅 총괄 이사는, 과거 요기요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역임하며 치열한 배달 시장에서 ‘요기요’의 성장을 끌어낸 국내 최고의 퍼포먼스 마케터다.
열심히만 하는 삽질 마케팅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똑똑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과 역량이 필요할까. 지난 12일 강남 엔스페이스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주최한 ‘스타트업 트랙’ 행사에서 그녀가 공유한 내용을 정리했다.
렌딧 박지희 마케팅 총괄 이사 / 사진=플래텀DB
■ 삽질은 그만, 깔때기의 꼭짓점까지 고객을 어떻게 데려올지를 고민하라
퍼포먼스 마케팅이란, 마케팅 퍼널(Marketing Funnel)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이 마케팅 퍼널에 대해 수도 없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마케팅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이 이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프레임워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해 퍼포먼스 마케팅은, 깔때기의 꼭짓점(마케팅의 목표 지점)까지 고객을 데려오는 과정을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매체 광고를 통한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가정해보자. 사용자가 광고 배너를 클릭하고, 앱이나 서비스를 설치하고, 제품을 선택하고, 최종 결제를 하는 전 단계에서 수많은 사용자 이탈이 발생한다. 배너 광고가 천 명의 대중에게 노출돼도, 단계마다 50%씩 빠져나가면 고작 7 ,8명이 남는다. 현실에서는 이탈률이 50%를 넘어간다. 이 단계들을 대폭 줄여, 사용자 이탈 기회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캠페인 최적화라고 볼 수 있다.
캠페인 최적화의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방법은, ‘AB 테스트’와 ‘고객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AB 테스트는 많이 들어봤을거다. 예를 들어 광고 배너 안에 ‘바로 주문하러 가기’ 버튼 유무에 따라 클릭율이 20% 정도 차이가 난다. AB 테스트를 통해 어떤 디자인과 UI에 사용자들이 반응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지를 관찰함으로써 광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 사용자는 자신이 기대했던 경험에 괴리가 발생했을 때 이탈한다. 예를 들어, ‘연예인 A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이라고 적힌 광고를 클릭했는데, ‘B 피자가 맛있어서 눈물을 흘렸다더라!’는 낚시성 컨텐츠가 나오면 이탈해버린다. 차라리 애초부터 ‘연예인 A가 눈물 흘릴 만큼 맛있는 B 피자’라는 카피를 사용했다면, 초기 클릭률은 낮을 수 있어도 이탈률이 낮아진다. 고객이 거쳐 가는 모든 여정에 연관성 있는 경험치를 제공해주면, 이를 통해 고객 기대가 충족되고 캠페인의 효율은 높아진다.
인지 > 고려> 구매/구독 > 충성 > 지지의 단계로 나누어져 있는 마케팅 퍼널 예시
■ 어떤 게 최상의 깔때기냐고? 기업과 마케팅 목표마다 다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마케팅 퍼널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냐’고 질문할 수 있다. 답은 ‘각 기업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할 때 신규 고객 획득 비용(CAC, Customer Acquisition Cost)이라는 것을 따진다. 한 명의 고객을 획득하는 데 얼마가 들어가는지를 계산하는 것이다. 모객 투자에도 분명한 손익분기점이 존재한다. 고객 생애 가치(CLV, Customer Lifetime Value)라는 개념도 중요하다. 이는 우리 서비스에 고객이 머무는 기간 동안 가져다줄 수 있는 수익성을 수치로 계산해낸 것이다.
보통 적은 고객 획득 비용을 투입해, 높은 고객 생애 가치를 뽑아내는 것을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A 캠페인의 경우 한 명의 고객을 유치하는 데 1만 원가량이 들었지만, 실질 구매자는 9명밖에 못 데리고 왔다. 하지만 재구매율이 55%다. 계산을 해보면 9명의 고객의 생애 가치는 125만 원 정도가 나온다. 이 누적치는 계속 올라갈 테니, 평균 이상의 결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B 캠페인의 경우 배너 클릭률이 40%가 나와 홈페이지 방문율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중간 과정에서 98%가 이탈하고 구매자가 겨우 5명이 남았다. 재구매는 당연히 없었다. 고객 획득 비용도 A 캠페인의 두 배이고, 고객 생애 가치는 잘 봐줘도 1만5천 원 정도다. 수치상으로 보면 B 캠페인은 실패한 거다.
하지만 B 캠페인이 실패했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까? 2013년 스타트업 C 사는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마케팅을 통해 상황을 돌파하고자 했다. 6개월 이상 트래픽 상으로 경쟁사를 이겨, 인식의 선점을 하고 싶었던 거다. 당시 C 사는 고객 생애 가치를 높이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트래픽 높이기’를 캠페인의 주목적으로 삼았다. 이들은 막대한 리워드 광고를 통해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트래픽을 기록했다. ‘6개월 이상 다운로드 1위 서비스’라는 광고 문구를 통해 ‘대세 앱’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한 C 사는 단기적으로 그 이점을 활용할 수 있었다. C 사의 당시 고객 생애 가치는 매우 낮았을 것이며, 신규 고객 획득 비용은 매우 높았을 거다. 하지만 C 사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을 실패라고 볼 수 있나?
‘6개월 내에 무조건 매출 3억 만들기’, ‘서비스 입소문을 내줄 충성심 있는 고객 만들기’, ‘재구매율 높이기’, ‘다운로드 수 늘리기’ 등 기업의 성격과 성장 단계마다 마케팅의 목표는 다양할 수 있다. 여기에 맞는 마케팅 전략과 미디어 믹스(Media mix)를 만들고 운영해 나가는 것이 퍼포먼스 마케팅의 핵심이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고객 생애 가치를 극대화하고, 최대한 많은 충성 고객을 만들어내는 것이 좋은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서비스를 고객에게 인지시키고 그들이 충성 고객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그 여정을 관리하는 게 퍼포먼스 마케터의 업무다.
■ 마케터의 창의력은 ‘안되는 걸 되게 할 때’ 빛난다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데이터 추출 방법’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다. 온라인 광고 분야에서는 구글 애널리틱스 등 다양한 도구가 존재한다. 그런 도구를 깊게 공부할수록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 필요한 데이터가, 기존의 도구로는 정확히 추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기요 시절에는 직접 광고 측정 플랫폼을 개발했다.
가장 큰 고민이, TV 광고의 효율을 측정하는 거였다. 대행사에 자료를 요청해도, 우리 매출과는 연관성 없는 데이터만 가져다 주더라. 그래서 자체적으로, 각 TV 광고가 방영되는 순간의 트래픽을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캡쳐했다. 이것만 모니터링하는 인턴을 두 명이나 뒀다. 이른바 막노동을 한거다. 광고가 나가는 순간의 트래픽 스파이크를 관찰하다 보니 일정한 패턴이 나왔다. 이렇게 만든 데이터를 대행사로부터 받은 초별 시청률 리포트와 엮어서, 트랙킹 도구를 내부적으로 직접 만들었다.
마케터의 창의력은 ‘안되는 걸 어떻게든 되게 만들 때’ 빛난다고 생각한다. 퍼포먼스 마케터의 업무는 단순히 캠페인 최적화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데이터가 트랙킹 되지 않을 때, 그것을 관찰할 수 있는 시스템과 모델링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마케터의 역량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 경력이 되어야 그 정도 성과를 낼 수 있냐’고 하는데, 초보자와 전문가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 끈기와 집요함의 문제다. 얼마나 집요하게 사용자로 하여금 우리가 원하는 다음 단계의 행동을 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스스로 굉장히 냉정하고 까칠한 소비자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고객이 캠페인 동안 겪는 여정을 상상해봐라. 내가 만약 이 고객이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을까? 나라도 이탈할만한 캠페인을, 고객에게 들이밀어서는 안 된다.
■ 사고가 터졌을 땐, 모든 실무자가 ‘이구동성’ 할 수 있게 만들어라
마케팅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모든 접점을 관장하는 부서다. 따라서 기업이 논란을 겪고 있을 때, SNS와 콜센터 등을 통해 내보낼 모범 답안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사고가 터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내부 멤버의 이해도를 일체화시키는 작업이다. 기술 문제라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중인지를 파악해서 모든 고객 접점을 가진 실무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관된 목소리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일 경우에는 홍보 분야와 상의해서, 일관적인 정책을 두고 문의에 답변해야 한다.
마케터라면 꿈에서도 자사 상품이 작동되는 메커니즘을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퍼포먼스 마케터든, 홍보 담당자든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는 자질이다. 또한 우리 기업을 시장에서 어떻게 포지셔닝하고, 마케팅해야 할지에 대한 팀 내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도 중요한 업무다. 모든 실무자가 마치 버튼을 누른 듯,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