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판] 그랜 토리노, 꼬장꼬장한 노인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
영화 타이틀인 그랜 토리노는 포드사에서 만든 차량의 명칭입니다. 전 세계에 딱 1,000대만 한정 생산된 희귀종이라고 하지요. 극중 월터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가 50여년간 포드사에서 일한 것과 연관되며 그의 삶을 대변하듯 반듯하게 생긴 명품 차종입니다. 영화에서는 어느 소심한 소년과의 처음과 마지막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전력이 있으며 평생동안 자신의 가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타협을 모르는 완고한 노인(월터 코왈스키, 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이 있습니다. 노인은 욕을 입에 달고다니며, 유색인종에 대한 다소간의 편견도 있어보이며, 힘에는 힘으로 대응을 해야한다는 것에 인색하지 않습니다. 남에게 굽힐줄 모르며 자신만의 세계관이 확실한 노인은 주변 사람들과의 대인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않습니다.
이는 이웃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까지 적용됩니다. 손녀의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손자의 버릇없음은 둘째치고 자신이 키운 자식들과도 겉도는 대화를 나눌 뿐입니다. 자식들은 노인을 향해 ‘1950년대를 살고 있다’고 수군거립니다. 그만큼 그는 자신과 맞지 않는 이들과는 담을 쌓고 사는 완고한 인물입니다. 더불어 소통에 인색한 노인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들에게 조근조근 설명하거나 좋게 표현하기 보다는 자신과 맞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육두문자를 사용해 욕을 퍼붓는 것이 그는 방식입니다. 한 마디로 다가가기 힘든 유형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 욕쟁이 노인네는 사실 정 많고 양심적인 사람입니다. 더불어 겉으로는 꼬장꼬장하기 이를데 없으며 남들의 이목따위는 신경도 안쓰는 것처럼 보이는 이 유아독존형 노인은 사실 고독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다만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어색해 거친 태도로 이를 덮어버릴 뿐입니다.
노인은 이민가정 소년과 그랜 토리노를 매개로 만남을 갖게 되며, 말도 통하지 않는 동양인 이웃들과 교류를 하게 됩니다. 더불어 자신의 내면을 이해해 주는 소녀와도 소통을 하게 됩니다. 노인은 이들의 관심에 귀찮다는듯 말하지만 내심 즐거워 합니다. 겉으로는 노인이 이들을 도와주는 형태지만 사실 이 성가신 이웃이 노인의 외로움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들 이웃들에게 외부의 위협이 가해지자 노인은 초반에는 분기탱천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노인은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는 것에 인색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식한 마초도 아닙니다. 전쟁을 겪어본 세대답게 가장 효율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영리한 사람입니다. 그는 유해 세력을 일거에 소탕할 수 있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됩니다.
영화 그랜 토리노는 스펙터클 하지도 않고 액션활극도 아닙니다. 영화 포스터로 봐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그랜 토리노를 몰고 다니며 악당들에게 분노의 총격질을 할 것 같지만 영화내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자동차를 타지도 않거니와 총을 한 발도 쏘지 않습니다. 영화는 잔잔하게 노인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억지스럽지 않고 한 신 한 신이 자연스럽습니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울려퍼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동명 타이틀곡 ‘그랜 토리노’는 여운이 남습니다. 그 곡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