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 ‘콘텐츠 산업의 제왕’에게 묻다.
(Editor’s Note) 중국은 헐리우드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가질 수 있을까? 중국 문화와 콘텐츠 영역에서 가장 유명한 투자자이자 중국 국영 사모펀드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화런문화산업투자펀드華人文化産業投資基金)을 이끌고 있는 리루이강(黎瑞剛) 회장이 이 질문에 답했다.
중국 지도자들이 해외 국빈 방문을 할 때 대표단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인물로 리루이강 차이나미니더캐피털(이하 CMC) 회장이 있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더불어 중국 문화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리루이강 회장은 경영인이자 투자자로 ‘콘텐츠의 왕(内容之王)’, 혹은 중국의 ‘루퍼트 머독’으로 불리운다. 그만큼 중국 문화, 미디어 산업에서 손꼽히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그간 글로벌 미디어 기업 상당수가 중국 진출의 파트너이자 교두보, 투자자로 리 회장이 이끄는 CMC를 선택해왔다. 드림웍스, 워너브라더스 등은 CMC와 합자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또 CMC는 올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중국 최대 축구 시설 건설업체인 사커월드, 쇼브라더스와 TVB에 투자를 집행한 큰 손이기도 하다. 이외에 미국 테크 기업인 ‘넥스트VR(NextVR)’, 동영상 공유 SNS인 콰이쇼우(快手), 심지어 중국 여성 아이돌 그룹 SNH48(에스엔에이치포티에이트)도 CMC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하 리루이강 회장과의 일문 일답.
올해 다보스 포럼을 비롯한 여러 콘퍼런스의 주요 주제가 중국의 글로벌화였다. CMC는 중국에서 가장 글로벌한 사업 영역에 발을 담고 있다. 특히 2015년 중신자본(CITIC)과 함께 맨체스터 시티의 모회사인 시티풋볼그룹 지분 13%를 4억 달러에 인수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고. CMC가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피투자사의 재정적인 부분과 잠재력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을 한다. 시티풋볼그룹의 경우 경영진을 비롯해 유소년 훈련 제도 등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중국 축구 팀을 육성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기도 했다.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CMC는 5년 간 중국 슈퍼리그의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 중국 프로 축구가 프리미어 리그만큼 상업적 가치가 높아질거라 보나?
가능하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거라 본다. 프리미어 리그처럼 중국 슈퍼 리그의 경영도 철저히 기업적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대부분 프리미어 리그 팀이 그렇다. 경영도 전문 경영인이 한다. 일례로 현재 맨체스터 클럽의 CEO는 전에 바르셀로나 클럽의 CEO였다. 아직은 프리미어 리그에서 배울 것이 많다.
중국 슈퍼리그에 영입되는 해외 선수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있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라 보나?
유명 선수들은 중국 슈퍼 리그를 더욱 수준높고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다. 리그를 더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훌륭한 축구 선수들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악순환이 형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스타들이나 배우들에게 합리적 급여를 지급하는 성숙한 관리 메커니즘이 형성되어야 한다. 다만 그러한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빨리 자리를 잡으려면 선진화된 경영 시스템이 중국의 특성과 맞물려 적용되어야 한다. 긍정적인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전체 시스템의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영화와 TV시리즈 등 문화 산업은 어떨거라고 보나? 현재까지 중국은 문화 수용자 입장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거라 보는데.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할리우드만큼 번창할 수 있을까?
이 역시 가능하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중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부 영화 제작자들은 짧은 시간에 한두 편의 영화를 통해 많은 돈을 벌려고 한다. 이것은 문화 산업 구조 발전에 해가 된다. 장기적인 안목과 실행이 필요하다.
‘중국의 할리우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투자가 되어야 하겠고, 인내심도 필요하다. 할리우드와 같은 거대 영화 산업은 제작사 뿐만 아니라 노동자 조합, 시나리오 작가, 감독 등이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이런 구조는 하루이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의 역사를 돌아보면 거품이 낀 무질서한 시기도 있었다. 아마 지금의 중국이 그런 시기가 아닐까 싶다. 할리우드를 반면교사 삼아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다음 단계로 빠르게 넘어갈거라 본다.
지난해부터 IP(지식 재산권)가 중국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화두였다. 중국의 고품질 IP는 어느 수준이라 보나?
중국의 IP가 약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중국에는 항상 좋은 IP가 있었다. 과거에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현재는 우리의 다양한 IP가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있다. 중국의 문화산업과 생태계가 점점 더 성숙해 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통한 접근이 이를 용이하게 했다고 보는데.
물론이다. 인터넷을 통해 거리의 문제가 사라졌고,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채택되어 상업 단계로까지 왔다. VR과 같은 기술은 스포츠와 오락 산업에 혁명을 일으킬거다.
CMC는 젊은층에 인기를 끌고있는 ‘비리비리(哔哩哔哩, Bilibili)’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도 투자를 했다.
비리비리의 주요 사용자는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소위 ‘밀레니엄 세대’다. 밀레니엄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게 인터넷, 모바일 환경이 당연시 되는 시대를 살아왔다. 이들은 과거 세대와는 다른 그들만의 미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 우린 비리비리가 그것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봤다.
기술이 미디어 산업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거라 보나?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태어난 미디어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거라 예측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중국 인터넷 기반 서비스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귀결된다.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영역에서도 같은 위치를 차지할거라 보나?
BAT는 인터넷 밖을 벗어난지 오래다. 일례로 텐센트의 위챗은 더 이상 단순한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이 아니다. 이미 중국에서 가장 큰 미디어 중 하나다. 알리바바는 지난 1년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BAT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같은 지위를 차지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