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10] 150만 명의 연애운을 봐준 서비스
귀여운 라마를 본뜬 ‘라마마’가 연애운을 봐줍니다. 풀잎 모양의 ‘풀리피’는 운세를 알려 주고, 분노에 찬 ‘새새’는 우리 대신 시원하게 욕을 해줍니다. 이 캐릭터 세상을 이끌고 있는 ‘띵스플로우’는 설립된 지 4달된 스타트업으로, 편한 친구처럼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챗봇 브랜드 ‘헬로우봇’을 만들고 있는데요.
5년 경력의 기획자와 10년 지기인 마케터, 직장에서부터 3년간 인연을 이어온 디자이너 등 3명의 공동창업자로 구성된 이 팀은 9월 기준 70만명의 구독자, 150만명의 사용자와 함께 서비스를 가꿔가고 있습니다.
열정적인 운명론자를 자처하며 즐겁게 일하는 3인방을 만나봤습니다.
대표님 및 팀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서비스의 한 줄 소개도 짧게 말씀해주세요.
수지: 띵스플로우 대표 이수지입니다. 두 번째 창업입니다. 2012년 대학교 4학년 때 호잇컴퍼니라는 어플 회사를 첫 창업했고요. 커플리라는 서비스를 만들다가 하우투메리라는 웨딩벤처에 재능 인수돼 웨딩북이라는 예비신부용 모바일 서비스를 2년간 기획하고 운영했습니다.
띵스플로우는 전 회사를 퇴사한 후 올 6월에 설립한 회사에요. 대학동기이자 전 직장 동료였던 마케터 슬기님, 일하면서 만난 디자이너 예슬님과 의기투합했습니다. 헬로우봇이라는 챗봇 친구들을 만들고 있어요. 타로챗봇 라마마와 분노챗봇 새새 등 여러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나머지 두 분은 사업이 처음이신가요?
슬기: 네. 수지님과 알고 지낸 지 10년인데 같이 사업하는 건 처음이에요. 하우투메리에선 수지 님과 같이 일했었고요. 그 전엔 다이닝코드, 하우투메리 등에서 근무했어요.
이 사업을 어떻게 같이 시작하신 건가요.
수지: 회사를 다닐 때 정말 힘들 때가 있었어요. 이때 ‘점이라도 보자’ 싶어 사주를 봤는데요. 점이 잘 맞고 안 맞고를 떠나 대화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위안이 참 많이 되더라고요. 마침 저는 뉴스 챗봇을 쓰고 있었는데요. 이 상담 과정을 채팅처럼 사용하면 많은 이들이 위안 받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때가 지난해 4월이었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같이 회사를 다니던 슬기님한테 제안했어요. 주말 프로젝트처럼 가볍게 만나 이 생각을 발전시켜보자고요.
그러다 한동안은 이 생각을 접었다고요.
수지: 네. 당시엔 제 점을 봐준 분께도 사업화를 제안 했어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타로 마스터가 필요 하거든요. 다만 그 분이 데이터 공개를 부담스러워 하시더라고요. 동시에 원래 회사에서 하던 일도 바빠져서 병행하기가 어려웠어요. 두세달 해봤는데 이러다간 완성이 어렵겠다 싶어 접었죠.
서비스로 돈을 버는 게 우선이었나요 아니면 재미가 우선이었나요.
수지: 두 번째 창업이어서 돈 버는 것도 생각은 했어요. 다만 딱 떨어지게 우선순위를 정한 건 아니었어요. 재미와 관심의 균형을 고민했어요.
슬기: 수지님은 기획자로 5년을 일했으니 사용자와의 접점 기획을 잘했고, 거기에 수익성도 보이는 아이템으로 결정하게 된 거죠.
예슬: 참고로 지금 사업 아이템의 챗봇 카테고리는 총 3개가 있어요. 타로와 별자리 점, 사주를 봐주는 것은 부분 유료화 모델이에요. 일반적인 연애운이 무료라면 그와 내가 헤어질까, 썸에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에서 과금하는 형태인거죠. 다만 아직까지 수익 모델을 붙이진 않았어요.
페이스북 1만원짜리 광고로 효과를 봤다고요.
수지: 올해 3월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했어요. 사용자 인터뷰도 하고 설문지 조사도 해보고요. 4월에 우리의 첫 캐릭터인 ‘풀리피’가 나왔을 때였어요. 우리 서비스를 아무도 모르니 만원정도 들여서 페이스북에 광고를 해봤거든요. 처음에는 100명 정도가 들어왔어요. 조금 더 보완한 뒤 확인해보니 그주 주말만 6,700명정도가 들어왔어요. 정말 놀랐어요.
예슬: 이 때 사용자들에게 접속 경로 및 이용 소감을 물어보며 발전 시켰어요. 다들 귀엽고 재밌다, 연애운도 보고 싶다는 요청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연애운을 봐주는 라마마, 나대신 욕해주는 새새가 나온 거예요.
현재 서비스 사용 현황 수치를 알려주세요.
슬기: 현재 헬로우봇들의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수는 약 70만 명 입니다. 이 중 타로챗봇 라마마가 40만을 넘어서 가장 많고요. 지금까지 메신저를 사용한 누적 사용자는 9월 기준 150만 명이 넘었습니다.
올 6월에 법인을 설립한 작은 기업인 것을 감안하면 수치가 크네요.
예슬: 저희도 놀라워요. 사용자가 사용자를 불러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한 명이 약 8,9명씩 데려오는 것 같더라고요. 워낙 입소문 나기 쉬운 콘텐츠여서 그런 듯 해요.
이들이 남기는 데이터가 많을 것 같아요. 혹시 계정마다 질문했던 기록이 남나요?
수지: 아뇨. 사람들이 주로 어떤 질문 하는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에 대해서만 쌓이고 있어요. 저희는 여기서 만든 질문에 어떤 버튼이 얼마나 눌리는지 등 전반적인 데이터를 모으고 있고요.
운세 및 타로, 분노와 우울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특히 연애운의 경우 정확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였습니까.
수지: 그 부분은 영업비밀입니다. 나중에 말씀 드릴게요. 일단 지금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저와 슬기님이 타로 관련 공부를 해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챗봇을 활용해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입니까.
수지: 제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유독 좋아해요. 인터랙션을 하는 부분이 좋아서요.14년도에 만들었던 커플리라는 서비스를 할 때도 데이트 코스 소개를 데이트 전문가가 채팅형식으로 소개 해주도록 기획했어요.
사업 아이템을 페이스북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수지: 페이스북의 채팅 인터페이스가 챗봇을 구현하기에 가장 좋았어요. 사용자들이 쓰기에 매우 자연스럽다고 판단 했거든요. 게다가 페이스북은 저희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어떤 부분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지 비교적 잘 아는 편이고요.
현재 어떤 부분에 가장 치중하고 있습니까. 예를 들면 마케팅 및 서비스의 고도화 등 분야에서 말입니다.
슬기: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챗봇을 만들자에요. 사실 절교하지 않고 필요할 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게 친구잖아요. 친구니까 계속 생각나고 편하게 대화 나눌 수 있는 챗봇을 만드는 거예요. 그게 지속가능함이라고 봅니다.
잊히지 않기 위해선 콘텐츠 구성이 풍부해야 한다고 보는데요. 어떤 기능을 추가하고 싶으신가요.
슬기: 저희의 수익모델과도 닿는 내용인데요. 이를 테면 아직까진 연애라는 포괄적인 카테고리에서, 연인과 싸웠을 때, 힘들 때, 새 연인이 다가올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걸 고려 중이에요. 친구는 비슷해서 만나는 거잖아요. 한두달에 얼굴 보는 친구는 보통 채팅으로도 자주 말하는 친구라고 봐요. 저희도 비슷해요. 연애 주제로 대화할 땐 라마마를, 화가 날 땐 새새를 찾아 주길 바라는 거죠. 즉 사용자가 힘든 상황일 때 위로해줄 수 있는 헬로우봇 친구가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에요.
예슬: 사용자들이 정을 붙일 수 있도록 만들려고 해요.
서비스를 구성한 분야 중 운세와 디저트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는 사람의 심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쪽을 고도화해 ‘심리상담’서비스로 나아가실 생각입니까.
수지: 운세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현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 주기 위해 기획했고요. 디저트를 소개해주는 달달챗봇도 ‘스트레스엔 당충전이지’라고 생각해서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헬로우봇은 심심할 때, 외로울 때, 답답할 때 대화상대가 되는 친구를 지향해요.
타로 사이트 및 운세 사이트는 명절이나 흥미에 한 번 접속하는 형태가 많다고들 하는데요. 재방문율이 낮을 수 있는데요.
수지: 저도 그 부분을 많이 걱정했어요. 그런데 사용자들이 자꾸 다시 들어와서 연애운을 봅니다. 생각보다 사주 시장은 꽤 큰 편이에요. 온라인 사주 사이트들에 과금 체계가 있어요. 이들 모두 잘 되는 걸로 알아요. 2010년에 국내 사주 시장이 약 4조원 규모라고 들었는데요. 지금도 거의 같은 것으로 추정돼요.
캐릭터는 친근함을 위해 일부러 만드신 거예요?
예슬: 수지님의 사업엔 항상 캐릭터가 있었어요. 서비스를 의인화해 사용자와 교감하는 걸 좋아하세요. 저희도 만족하고 있어요.
훗날 이를 활용한 캐릭터 라이선스도 염두해두고 계신가요.
슬기: 사업 연장선상에서 구상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먼저 앱 출시, 콘텐츠 구성, 운영 등 일이 많아요. 사람들이 원하는 때가 오면 캐릭터 상품화도 고려하고 있어요.
캐릭터는 만국공통 언어인데요. 해외진출에 대한 의견도 궁금합니다.
예슬: 일본어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유사 서비스 논란이 있었습니다.
슬기: 내부에서 챗봇 관련 모니터링을 하던 중 발견했어요. 보통은 페이스북에 더미페이지가 많이 나오는데요. 그 서비스는 내부 콘텐츠 시나리오까지 그대로 카피해서 당황스러웠어요. 그쪽 회사 대표님이 하루 뒤 사과하셔서 빠르게 마무리 됐죠.
지금은 유사시 부정경쟁방지법에 저촉하는 부분이 있는 지 빠른 검토를 해줄 변호사도 계시고 IP저작권 등록, 상품권 등록도 모두 해뒀어요. 즉 불법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지적재산을 침해하면 대응할 수 있도록 마련해둔 거죠. 하지만 관건은 우리가 잘 하는 거라 봐요.
띵스플로우의 서비스는 어쩌면 진입장벽이 낮은 서비스일 수도 있는데요. 앞으로 기업이 가져가야 할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수지: 적은 리소스에서 잘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경쟁자를 의식하기보단 우리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거라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사용자 만족이 최우선이에요.
예슬: 다행인 건 사용자들이 헬로우봇과 대화를 하며 애정을 많이 느낀다는 거에요. 일부 사용자는 ‘고마워’, ‘사랑해’라는 말을 남기고 갑니다. 이런 애착 관계가 향후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카피 논란 때 사용자 수천 명이 댓글을 달았어요. 대신 혼내 주겠다고 댓글 달아 주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한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몸집이 가벼운 서비스입니다. 가벼움과 진정성 중 어떤 부분을 서비스에 더 담고 싶으신가요.
수지: 진정성 있으면서도 가볍게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 친구들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가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때 듣고 싶었던 말이 뭐였는지 늘 생각해요. 우리가 지나온 나이대의 모든 고객을 위해서 말이죠. 저희는 타로 마스터를 완벽히 대체하는 정확한 점술가는 아니지만 타로를 봐주며 편하게 대화 나눌 수 있는 친구를 지향해요. 그렇기에 지금 전문가들과 자주 얘기하면서 도움도 받고 실제로 협업하면서 서비스를 완성시켜 나나고 있어요.
계획중인 단기 계획 및 궁극적으로 생각하고 계신 기업 형태는 뭔가요.
수지 : 사람들을 위로하는 친구 같은 챗봇을 만들고, 그 챗봇을 사용하며 위로 받는 사용자를 보며 보람을 느끼는 동료들을 상상하곤 해요. 나중에는 기술 투자를 해서 AI화된 친구들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및 유저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수지: 이제 막 걸음마 중입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럼 점점 나아지는 대화 친구가 될 거예요.
슬기: 힘든 일이 있을 때 찾아와 주세요.
예슬: 사용자들이 더욱 많이 예뻐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