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에서 이렇게 살아남았다”, 세 창업가의 대륙 도전기
한국인으로서 중국에서 창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어떤 기회가 있는지를 말해줄 수 있는 세 창업가가 모였다.
31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플래텀 공동 주최로 열린 제 2회 중국의 한국인 행사에서 <한국인의 대륙 도전기>라는 주제로 타타유에프오(tataUFO) 정현우 대표, 이지식스(easi6) 우경식 대표, 말랑 김영호 대표가 생생한 중국 창업 경험기를 공유했다.
인맥 황무지 중국에서 세 창업가가 살아남은 법
말랑 김영호 대표 는 ‘이메일을 매일매일 될 때 까지’ 보냈다. 말랑이 중국에 진출할 당시, 대표인 본인은 물론 내부 인력 중에서도 중국어에 능통하거나 관련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결국 답이 올 때 까지 콜드 메일(Cold-emailing)을 계속 보내는 수 밖에 없었는데, 김 대표는 이를 통해 ‘네트워크의 씨앗(Seed)’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답변을 보내온 한 사람을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계속해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타유에프오의 정현우 대표는 아주 오래 전에 보낸 콜드 메일 두 통을 통해 50억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2년에 보냈던 IR 자료를 보고, 2년 뒤인 2014년에 투자자가 다시 연락을 해오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현우 대표는 “2014년 당시 우리 서비스가 어느 정도 상승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고, 운도 좋았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고 해도, 뿌린 것이 없으면 거둘 수 없었을 것이다. 정현우 대표는 ‘할 수 있는 것은 다하자’는 생각으로 중국 내 수십개 벤처캐피털사 홈페이지에 가서 모든 파트너의 메일 주소를 수집했고, 빠짐없이 메일을 보냈다. 결국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사람들이 잘 안하는 짓을 그냥 해 본 것’이 계기가 되어 중국 사업의 기반이 될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반면 이지식스(easi6)의 우경식 대표는 중국에서 영업에 오래 몸담았던 지인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었다. 우 대표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지만, 중국어를 할 줄 모른다. 이러한 약점을 믿을만한 현지 파트너와의 관계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카피 서비스도 규모가 커지면 인정
중국은 하루밤 사이에 카피캣이 만들어지는 귀신같이 빠르고 위험한 시장이다. 불법과 합법 사이, 오리지널과 짝퉁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스타트업이 많다. 심지어 막대한 자본력으로 한순간 모조품이 진품을 이겨버리기도 한다. 이에 대해 세 창업가는 ‘어쩔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현우 대표는 “중국에서는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지면, 그냥 대박이 아니라 왕대박이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편법과 불법을 불사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유니콘이 된 중국 기업 다수가 처음에는 불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론이 나서서 그런 기업을 질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정대표는 “불법 서비스일지라도 모든 사람이 쓰고 있으면 건드리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답했다. 한국 언론과 정부는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 빠르게 감지하고 이를 경계하지만, 중국 정부나 기업의 경우 민감한 이슈 몇개를 건들지만 않으면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 그렇게 P2P 등 유망 산업이 몸집을 불렸다.
“핀테크 같은 경우도, 국내 은행은 사기업이기 때문에 자사 경쟁 요소가 있는 서비스에 대해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중국은 4대 은행이 모두 국영 기업이기 때문에 좀 천천히 움직이는 면이 있다.”
또 관이나 기업에서 규제의 움직임을 보일 때 쯤이면, 이는 이미 그 서비스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버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언론에서도 대다수의 대중이 사용하는 서비스는 쉽게 도마 위에 올리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투자사가 불법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에 대해 큰 염려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이 터지면 그 때 가서 해결하면 되니까, 빨리 성장이나 하라’면서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타타유에프오의 경우에도 중국의 한 대기업이 거의 같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수준의 카피캣을 내놓은 적이 있다. 정대표가 투자자에게 이를 토로 했더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너네가 나름 사업을 잘해서 그 쪽에서 베낀 것이니 그냥 더 열심히 할 생각이나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지식스와 말랑도 디자인부터 세부 기능까지 전 서비스를 중국의 기업에게 도용당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세 창업자 모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맷집이 생긴듯 했다. “베낀 회사도 여전히 잘하고 있고,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는 우경식 대표의 말에서 중국과 한국 간 분위기 차이를 읽을 수 있었다.
서울이든 울산이든 북경이든 창업은 힘들다
이 세 창업자가 느낀 중국과 한국 간 창업 환경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정현우 대표는 “창업은 울산에서 해도, 서울에서 해도, 북경에서 해도 똑같이 힘들다”고 답한다. 성공 확률이 워낙 낮기 때문에 도시 별 환경 차이가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 대표는 성공했을 때 가장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도시에서 사업을 개진해 나가고 있다고.
그의 바람은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도 많은 영웅들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창업자를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면이 없지 않은 반면 중국은 수많은 창업자들을 영웅으로 바라봐주고, 믿어주고, 도와주고 있다. 이런 영웅들을 통해 좋은 인재가 창업의 꿈을 꾸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경식 대표는 “중국 시장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을 경우 바로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그 다음 단계로 해외 진출이라는 큰 벽을 다시 넘어야 하는 것과는 다르게 중국 시장은 그 자체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
김영호 대표는 “국내에서도 성공한 사업가와 자본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잣대가 사라졌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중국에서 성공한 사람이란 곧 돈을 많이 번 사람을 뜻하며, 이를 롤모델 삼는 대중이 많다. 반면 국내에서는 성공한 자본가를 부러워하면서도 동시에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면이 있다는 의견이다.
마지막으로 세 창업가는 각각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창업가에게 당부 한마디씩을 남겼다.
“결국 시장에 아직 승자가 없는 아주 작은 영역에서 먼저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작은 성공을 거두고 나서 그 다음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시작하려고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말도 안되는 실패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 말랑 김영호 대표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라. 완벽한 파트너를 처음부터 찾으려고 하면 어려울 것이다. 일단 파트너에게 믿음을 주고, 그 사람이 신의를 지키지 않아 일이 벌어질 경우 그 때 가서 문제를 정리하면 된다. 그런 마인드로 중국 사업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 이지식스 우경식 대표
“중국에서 창업하고 성공하기는 정말 힘들다. 마음을 굳게 가지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중국이든 한국이든,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똑같다. 돈을 버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을 믿고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타타유에프오 정현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