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기리텐션을 획기적으로 높인 행동설계 이야기
모바일 앱에서 초기리텐션은 유저가 습관을 형성하고 중장기 사용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비트윈 팀에서는 그 동안 초기리텐션을 더 높이기 위해 이벤트를 하거나 일회성 푸시를 보내는 등 여러 산발적인 노력을 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집약적이고 대대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새로운 피쳐 개발 없이 비트윈의 초기리텐션을 한 번 최대치로 올려보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올 해에 있었던 업데이트 중 가장 큰 지표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글에서 저희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갔는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설계
먼저 프로젝트 시작 전에 기본이 되는 두 가지 가정이 있었습니다.
- – 유저에게 핵심이 되는 액션을 유도하면 남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 – 유저가 그 액션을 안 하고 이탈했다면 충분히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가정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7일짜리 시나리오를 구성했습니다.
그러면 이 시나리오가 어떤 맥락으로 나오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1. 핵심 액션 유도하기
비트윈은 기념일, 채팅, 앨범, 캘린더 등 커플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저희는 잔존에 직결되는 핵심 액션을 채팅, 그 중에서도 스티커 전송으로 좁혔습니다.
그 이유는 일부 유저들이 가입해서부터 이탈하기까지지 활동 로그를 따라가며 분석해본 결과, 공통적으로 채팅을 쓰는 유저들이 더 오래 남는다는 패턴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리비트윈 스티커는 비트윈만의 감성적인 채팅을 돕는 최고의 아이템입니다. 클릭 한 번으로 부담없이 전송할 수 있으니 ‘가입 즉시 스티커 1개 전송’을 다음과 같이 강제해 보기로 했습니다.
유저는 가입하자마자 상대방에게 첫 인사를 건네러 채팅창으로 이동하고, 여섯 가지 메리비트윈 캐릭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라서 보내보라고 권유받게 됩니다.
2. 연관된 보상 주기
이렇게 스티커를 보내고 나면 보상을 안내 받게 됩니다. 채팅액션에 대한 보상으로는 다시 채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무료 스티커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단, 바로 지급하지 않고 가입일로부터 3일 연속으로 채팅에 접속 해야한다는 조건이 달렸는데, 최소 3일은 사용해야 진성 채팅유저로 전환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3일차에 보상으로 받게 될 이 무료 스티커는 6개의 세트 중에서 1일차에 유저가 골랐던 그 캐릭터로만 구성된 것입니다. (모찌를 고르면 모찌세트, 메리를 고르면 메리 세트를 주는 식) 이것은 유저가 특정 캐릭터에 정을 붙이고 Engagement를 높이기 위해서 입니다. 실제로 앱 내 유료 스티커나 PB 상품 구매자는 좋아하는 한 가지 캐릭터의 상품을 쭉 사 모으는 경향을 보이는데, 처음부터 선호하는 캐릭터로 보상을 주어 좀 더 쉽게 팬이 될 수 있도록 의도했습니다.
3. 잊지 않게 리마인드 하기
‘내일 다시 오세요~’라는 팝업을 보고 다음 날 알아서 앱을 실행한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유저는 앱을 떠나는 순간 미션 내용을 잊어버릴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입 2일차와 3일차에는 앱 미실행자에 한해 리마인더 푸시노티를 보냈습니다.
이러한 설계는 3d Retention을 높여줄 뿐만아니라, 미션 달성에도 도움을 주어 첫 날 스티커 전송자 중 평균 52% 이상이 스티커 보상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4. 부차적 액션도 함께 유도하기
리텐션에 직결되는 요인으로 채팅 만큼의 확신은 없었지만, 앨범과 캘린더도 비트윈의 주요한 피쳐이기 때문에 함께 유도했습니다. 이는 비트윈의 국가별 사용성 차이를 고려한 것이기도 합니다. 비트윈은 국가별로 굉장히 상이한 사용성을 보이고 있는데, 예를 들면 앨범은 대만에서, 캘린더는 일본에서 특히 사용량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채팅에 흥미를 못 느끼더라도 다른 기능을 접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한 셈입니다.
5일차에는 앨범, 7일차에는 캘린더 사용에 관련된 푸시를 보냈고, 푸시를 타고 각 기능에 처음 접속할 경우 기능 안내 Popup을 띄워서 첫 사용에 대한 허들을 낮추었습니다.
5. 종합
지금까지 나온 설계한 내용을 모두 이어서 보면 비트윈 첫 가입 후 7일간의 유저 경험은 이렇게 됩니다.
결과
이 프로젝트는 2017년 7월에 비트윈 4.4.0버전으로 출시되었고, 출시 후 리텐션 수치 전반에 획기적인 개선이 있었습니다. 채팅사용자의 비율 변화와 리텐션 변화로 나누어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1. 채팅을 사용하는 유저의 비율이 늘었는가?
채팅 사용자의 비율은 업데이트 전에 비해 대폭 늘었으며, 이는 가입 후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유지되었습니다.
가입 1일차는 채팅을 강제했으므로 2일차 이후를 진성 효과로 볼 수 있는데, 위와 같이 업데이트 전에 비해 6일차까지 쭉 12~16% 로 상승폭이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7일차 기준으로 채팅사용자의 평균 메시지수는 하루 118개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채팅을 권유받은 새 유저들이 단순히 스티커를 받기 위해 대화 한 것이 아니라 진성 채팅 유저로 전환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앨범과 캘린더 사용자 비율도 유의미하게 늘었습니다. 채팅에 비해 절대적 비율은 당연히 낮지만, 업데이트 전에 비해 가입 1일차는 60% 정도, 그 이후는 30%정도의 상승폭이 이어졌습니다.
이 것은 앱에 같은 수의 유저가 유입되어도, 업데이트 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유저들이 채팅과 앨범, 캘린더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결과적으로 초기리텐션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
기간별 리텐션은 업데이트 전에 비해 3d Retention은 11%, 7d Retention은 무려 37%나 상승했습니다. 특히 7d Retention이 3d Retention에 근접할 정도로 크게 올랐으며, 이후에 떨어지지 않고 14d와 30d까지 상승율이 지속되는 고무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효과는 5.0을 출시한 이후인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리
이 프로젝트는 진행과정에서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저희에게 여러 가지 Finding을 남겼습니다.
신규가입자는 앱의 진가를 스스로 알아내지 않는다
비트윈은 지난 5년 간 2300만 다운로드를 일으키며 대표적인 커플 메신저로 자리매김 했지만, 이탈 유저 중에는 채팅을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 떠나는 유저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비트윈이 채팅과 캐릭터 컨텐츠로 바이럴을 일으켜도, 구체적으로 콕 찝어서 행동을 유도하지 않으면 의도한 제품사용성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앱의 진가와 관련된 보상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도 효과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료 스티커를 걸고 재차 참여를 유도한 것이 채팅 사용자 비율을 늘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앱이 습관이 되려면 Mass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행동설계가 필요하다
이 프로젝트 직전에 비트윈팀은 국가별로 갖가지 푸시와 팝업을 띄웠지만 습관 만들기에 실패를 거듭했었습니다. 주 실패요인은 행동유도가 너무 일회적이고 타겟이 너무 좁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단발성 푸시나 팝업으로는 행동변화를 일으키기 어렵고, 처음부터 연령이나 성별 등으로 타겟을 너무 좁히면 효과가 미미할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가입 직후는 이탈이 빠르게 일어나는 구간이므로 타겟팅을 정교하게 하는 것 보다는, 전체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지표 개선에 효과적이었습니다.
핵심액션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과감하게 강제하고 푸시도 보내도 된다
사실 비트윈은 지난 5년 간 푸시노티를 보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는 푸시노티가 ‘둘 만의 공간’에 침입해서 사용자 경험을 방해하고 리텐션을 떨어트릴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입 후 앱을 이탈한 유저를 자발적으로 다시 돌아오게 만들기는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푸시노티를 적절히 써서 유저를 깨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번에 가장 크게 개선된 7d Retention은 대부분이 푸시노티의 덕분이며, 앞으로 이러한 개입이 필요할 때는 맥락만 확실하다면 적극적으로 임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글 : 한지현 커플앱 ‘비트윈(Between)’ Product Owner / 깊게 보다는 넓게 파는 것을 좋아하며, UX/Tech/Business의 세 날개를 골고루 써서 문제를 해결 할때 희열을 느낀다 .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계속 성장하기 위해 오늘도 즐거운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