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라 불리다 ‘불법’이 된 어느 스타트업 서비스 이야기
‘찬성 168, 반대 8, 기권 9’ 2020년 3월 7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을 때 기록이다. 해당 개정안은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기사 포함 렌터카 모델의 사업 근거를 없애는 조항이 포함되어 ‘타다 금지법’으로 회자됐다. 2018년 10월 8일 시범 서비스를 개시해 517일간 운영된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그날 국내서 불법으로 규정됐다. 그전까지 타다는 합법(여객법 시행령 18조에 명시된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 등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초기 1년은 눈부셨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에 휘말린다. 뜨거운 논란 속 치러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돌파구를 마련한 듯 싶었지만 14일 뒤, 국회에서 ‘타다금지법’이 통과됐다.
당시 ‘타다금지법’ 사건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슈 다음으로 2020년 많이 회자된 키워드였다. 타다는 출시 후 9개월 만에 유저 100만 명을 돌파하고 서비스 1주년 당시 지역을 확대하고 차량을 1만대로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논쟁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국회가 통과시킨 타다금지법으로 인해 출시 1년 6개월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이로인해 VCNC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회사가 문을 닫은건 아니다. 타다 베이직은 종료됐지만 운영사 VCNC는 고급택시를 이용한 플랫폼 호출 사업(타다 프리미엄)과 예약형 상품(타다 에어, 타다 골프, 타다 프라이빗) 등으로 사업조정을 단행한 뒤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왔다. 국토교통부로부터 택시운송가맹사업 면허를 승인받아 가맹택시 서비스(타다 라이트)를 출시했다. 타다 라이트는 6개월 만에 운행 차량 대수 1300대를 넘어서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타다 누적 가입자도 200만(2021년 5월 기준)을 넘겼다. 모회사인 쏘카는 600억 원 규모 추가 투자유치로 이끌어 내며 유니콘 기업에 등재되기도 했다. 큰 길이 막혔지만 우회로를 찾아낸 것이다.
2020년 신산업 분야 기업들이 각종 규제들로 인해 사업을 포기하거나 어려움을 겪었다. 타다 뿐만 아니라,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하는 닥터나우는 1960년대 만들어진 시대에 뒤쳐진 약사법으로 인해 사업추진에 진통을 겪었다. 또한 빅테크 업체의 내부거래까지 불필요한 결제시스템을 거치게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 이는 과잉 규제라는 목소리가 컸다.
다큐멘터리 영화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타다금지법’ 사건 당시 상황을 재조명하고 있다.
9월 30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권명국 감독은 “최악의 위기를 맞은 한 스타트업이 그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 나가는지, 필름 메이커로서 그 악전고투의 순간에 함께 동행하고 싶었다”라며 “이 작품을 통해 스타트업이란 어떤 존재인지, 더 나아가 우리 젊은 세대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고자 했다”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이번 작품은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민낯을 보여주는 기록으로 의미가 있다. 다큐멘터리 전반부는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이 시작되던 순간, 검찰의 기소로 열린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순간, 14일 뒤 타다금지법이 통과된 장면을 국회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순간 등을 회상하는 타다 팀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내부 상황을 전한다. 큰 손실과 함께 주력 서비스를 잃고, 구조조정으로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VCNC가 새로운 서비스를 론칭하는 과정이 후반부에 담겼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는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마냥 낭만적이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현행 법률 리스크보다 추가적인 입법과 잠재적인 규제 가능성이 기업의 사업 운영에 더 크고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타다의 사례로 설명한다. 미래는 혁신의 방향으로 가는 것은 자명하지만 현재와 공존하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에 진입하는데 진통이 있다는 것도 각인시켰다.
앞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VIP 시사회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먼저 감상한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는 “VCNC가 한국의 모든 스타트업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모든 스타트업이 이들처럼 첨예한 갈등의 한복판에서 사업을 하지는 않는다. 이 정도로 악전고투를 벌이지도, 이 정도로 진정성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분명 VCNC는 어떤 스타트업을 대변한다. 적잖은 스타트업이 달라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혁신을 만들어 내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때로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이들에게 건네야 할 건 무엇일까. 충분히 사려 깊게 고민하고 도전하라는 조언일까, 함부로 혁신을 주장하지 말라는 경고일까, 지치거나 겁먹지 말고 계속해서 도전하라는 응원일까.”라고 감상평을 전했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은 한 스타트업의 도전과 성장, 좌절, 재기가 담겼다. 아울러 스타트업이 치열하게 뭔가를 바꾸는 모습도 다루고 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 스타트업이 궁금한 이들이라면 눈여겨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