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382] 과학·공학을 재밌고 쉽게 알려주마.
권위와 전문성이 부각되어 대중에게 접근하기 어려운 학문이라고 치부됐던 과학·공학을 가볍고 재밌는 콘텐츠로 재정의하는 ‘괴짜’ 미디어가 있다. ‘긱블(Geekble,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TV)’이야기다.
긱블은 3분 내외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일례로 영화 아이언맨의 광자포나 킹스맨의 우산총, 만화 원피스의 고무팔 등을 실제로 구현해 과학의 ‘쿨(cool)’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 결과 론칭 10개월이 지난 현재 채널 합계 구독자 6만 여 명에 달하고 1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탄생했다. 유명 MCN 크리에이터에 비해 구독자나 조회수가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과학과 메이커 문화를 전하는 채널임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도 아니다.
‘쿨한 메이커 플랫폼’을 지향하는 긱블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성수동 작업실로 찾아갔다.
긱블을 ‘대중이 봐야만 하는 이유’는 뭔가.
김현성 이사(이하 김): 과학은 아메리카노와 와인같은 거다. 아메리카노는 처음에 검고 쓴 물에 불과했지만, 익숙해지면서 세계인의 일상이 됐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아직 많은 이가 과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고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학습을 통해 단계를 넘다 보면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될 거다. 긱블은 그걸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과학자가 나서서 설명해 주기 보다 대중이 궁금한 걸 요청 받아 설명해주는 형태다.
아울러 자연과학도 다룬다. 공학이 과학을 토대로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걸 돕는다면, 자연과학은 공학이 가능한 대전제다. 예를들어, ‘핵이 터질 때 삼겹살은 어디쯤에서 익을까’라는 콘텐츠에선 핵 무기가 개발되고 핵폭탄이 터지기 전까지 여러 과학 현상을 설명한다.
미디어 사업은 수익 모델이 불투명한 영역이라 평가된다. 왜 이 사업을 하나.
박찬후 대표(이하 박): 하고 싶어서 한다. 전통적 방식의 미디어 수익모델을 생각하면 어렵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린 교육 등 유관 사업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여느 미디어의 공식이 아닌 우리만의 수익구조를 찾아가는 중이다. 재치있게 돈을 벌게 될 거라 확신한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길거리 공연과 비슷하다. 길에서 버스킹을 하고 마술 공연을 해서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벚꽃 엔딩’으로 유명한 가수 장범준도 길거리 공연으로 시작했다.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면 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이 될 것이고, 여기서 분명한 비즈니스 기회를 갖게 될 거라 본다.
미디어 산업에서 영상에 대한 강조는 십수 년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 언제쯤 이 시기가 도래할까.
박: 젊은층은 TV보단 모바일로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다. 직관적이며 보기 편하기 때문이다. 근일 따라잡지 않을까 싶다.
해외엔 과학 소개 콘텐츠가 많다. 카피캣이란 평가를 들을 수도 있는데. 긱블의 차별성은 뭐라 생각하나.
김: 해외 콘텐츠에서 컨셉 힌트를 얻었으니 벤치마크는 맞다. 다만 메이킹 콘텐츠는 우리가 소화해 만드는 것이기에 카피캣은 아니다.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위해 영상 촬영과 편집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가벼워보이지만 다루는 내용이 가볍지 않아 자칫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투브에 올라오는 동종 콘텐츠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김: 지금은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담고자 하는 가치 및 비전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린 소외 돼 있는 과학과 공학을 재밌게 알리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쉽게 시도하지 않았던 ‘과학의 멋짐’을 풀어내기에 사회적 의미도 있다. 재미만을 지향하는 콘텐츠와는 노선을 달리한다. 게다가 미디어 스타트업으로서 수익 분배 및 운영 면에서도 다르다.
100만 조회수를 넘은 오버워치의 ‘메이 총’ 영상/출처=긱블
미디어는 콘텐츠의 시의성도 중요하다. 영상 콘텐츠이기에 품이 많이 들어 그 부분이 어려울 수 있다.
박: 우린 기본적으로 ‘백과사전’을 지향한다. 시의성은 후순위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는다. ‘어제 만든’ 시리즈를 통해 시의성있는 콘텐츠도 생산 중이다. 이를 테면 영화 ‘킹스맨’이 개봉했을 때 관련 콘텐츠(우산총 제작)를 발행하는 식이다.
김: 영상 콘텐츠이기에 모든 이슈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인력과 제작 능력이 갖춰지면 어느정도 해결되리라 본다.
왜 3분 전후의 영상인가. 더 길게 할 수도 있었을텐데.
박: 해외 메이커 영상을 보면 화자가 능숙하게 말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 10분에서 길게는 30분짜리 영상 제작이 가능하다. 우린 시작당시 그럴 단계가 아니어서 바이럴되기 좋은 채널로 페이스북을 선택한 뒤, 그에 적합한 영상 길이를 고려했다. 그래서 3분 내 짧은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상세한 설명보단 ‘관심’, 이를 위한 ‘속도’가 중요하다 봤다.
콘텐츠를 만들 때 주로 고민하는 건 뭔가.
김: ‘유익함’을 기반으로 재미를 가미하는 것이다. 몸개그를 할 수도 있고, 시청자가 예상치 못하는 행동을 하는 거다. 제작품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기에 콘티를 짜놓은 영상의 경우 앞뒤가 안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콘티없이 즉흥적으로 하는 편이다.
지금껏 공개된 콘텐츠 대부분이 ‘b급감성’느낌이다. 앞으로도 이 컨셉을 유지할 건가.
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하느라 B급 감성을 키워드로 잡았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는 컨셉이 그 감성이라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리를 잡으면 BBC, 디스커버리 채널과 같은 다큐멘터리급 콘텐츠도 고려 중이다. 양쪽 기조를 같이 가져가려 한다.
박: 콘텐츠 다각화를 추진중이지만, 일단은 시청자가 꾸준히 유입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우선이다. 향후 최신 기술까지 다룰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브랜딩 및 팬덤이 요구된다. 어떤 방식으로 모객 중인가.
박: 지금껏 과학 분야엔 대중과 소통할 만한 좋은 콘텐츠가 부재했다. 우리가 접근성을 높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든다면 자연히 모객은 이루어질거라 판단하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과학과 공학에 관심 많은 나라가 없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성적을 보자. 1위가 남미 대륙 전체, 2위가 중국, 3위가 한국이었다. 이를 두고 배급사에선 ‘한국 국민이 과학 공학에 관심이 많으며 전반적인 교육 수준이 높아서’라고 이유를 진단하기도 했다. 우리도 그 말에 공감한다. 콘텐츠를 ‘재밌게 만들면 좋은 반응은 따라올거라 본다.
최근 네이버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어떤 부분에 투입할건가.
박: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 중에 ‘워크샵’이라는 게 있다. 그간 촬영하며 만든 과정을 알려주는 거다. 이를 포함해 여러가지 사업을 시도하려 준비 중이다. 이달 말 스튜디오도 오픈한다. 오픈스페이스 형태로 과학에 관심있는 대중이 뭔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스튜디오 컨셉은 내 경험에 따른 것이다. 어릴 때 컴퓨터가 정말 궁금했다. 컴퓨터는 ‘0,1’로 이뤄져 있다는데 왜 그런 건지 알고 싶었다. 그 궁금증은 대학에 와서야 비로소 풀렸다.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거라 본다. 궁금증을 해결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