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11]아이가 편히 갖고 놀 수 있는 ‘우유’ 장난감을 만드는 회사, 크리에이터스랩
‘허스토리’ 11번째 기업은 아이들이 입에 넣어도 안전하도록 우유와 천연 성분을 활용한 장난감을 만드는 소셜벤처 ‘크리에이터스랩’입니다.
류정하 크레이터스랩 대표는 연간 공급과잉인 우유 현황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대학 수업 중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이를 가지고 소셜벤처경연대회에 나가 부상으로 1천만원의 자본금도 얻습니다. 이 돈을 시작으로 현재는 자본금의 10배가 넘는 매출을 기록중이지요. 중국, 홍콩, 베트남 바이어로부터 반응도 좋아 해외 진출도 계획 중입니다.
크리에이터스랩의 사업은 철저히 린스타트업(lean startup) 전략을 따릅니다. 사업의 본질과 팀원의 흥미 모두를 충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잘 되지 않으면 빠르게 사업을 전환합니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고객의 반응을 들으며 제품을 수정합니다.
이들의 2018년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초기 스타트업을 넘어 빠르게 성장 곡선을 그릴 수 있을까요. 류정하 대표, 김영찬 CTO를 만났습니다.
김영찬 CTO, 류정하 대표/크리에이터스랩 (사진=플래텀DB)
사업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한창 바쁘시겠어요.
어린이집, 유치원을 대상으로 B2B 제품 영업 및 제품군 확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박람회에서 만난 홍콩, 중국 바이어와 의미있는 얘기가 오가고 있기에 글로벌 진출도 가능하리라 보고요.
대학 수업 프로젝트가 창업으로 이어졌는데요.
대학에서 ‘가치를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고 창업학 수업을 같이 수강하던 교우들과 ‘우유’를 매개로 의기투합해 시작했어요. 경력있는 콘텐츠 디렉터, 디자이너도 합류했고요.
아이디어에서 제품이 나오기 까지 어느정도 소요되었나요.
수업 프로젝트는 프로토타입까지 나와야 했어요. 그래야 모의투자 과정도 거칠 수 있었죠. 그래서 김영찬 CTO와 함께 시제품을 위해 밤새 연구했어요.
우유에 주목한 이유는 뭔가요.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 우유 재고가 많아요. 국내에만 30만톤의 우유 재고가 쌓여 있습니다. 이를 처리할 방법이 딱히 없는 실정이고요. 이를 활용해 모든 아이가 평등하고 안전하게 가지고 놀 수 있는 교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일반 우유의 유통기한은 일주일에 불과하지만 분말 형태로 가공하면 식용 가능한 유통기한이 2년으로 늘어난다는 것도 알았고요. 질릴 때까지 직접 먹어가며 개발에 몰두했고 사업의 실마리가 보였습니다.
다만 어린이가 쓰는 제품이기에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생산해요. 그 마저도 소량으로 제작 하고 있고요. 클레이는 입에 닿아도 상관은 없지만 아이가 먹을 수도 있기에 식초를 써서 입에 닿는 즉시 불쾌함을 자아내 뱉도록 만들어요.
방부제와 점성제는 ‘100% 천연’이라고 되어 있네요.
저희가 개발한 방부제엔 자몽씨 추출물을 비롯해 다양한 성분이 들어가요. 화학 제품이 아닌 만큼 완벽한 방부제라고 할 순 없지만, 천연성분만이 들어간 상황에선 최선이에요.특허출원을 기다리고 있어 구체적인 성분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자신 있는 부분 중 하나에요. 점성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용성분으로 만든 점성제는 처음엔 말랑말랑 하다가 24시간이 지나면 단단해져요.
우유 알러지가 있는 어린이도 있을텐데요.
저희 제품의 원료는 모유와 가장 비슷한 알파 S1, S2 등으로 구성된 우유에요. 이를 선택한 이유는 알러지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에요. 아직까지 사례는 없었지만, 알러지가 있는 아동에겐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문구를 명시해뒀습니다.
정식 사업자를 내기 전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네요.
유아시장에서 무리 없이 운영하기 위해선 많은 의견이 필요해요. 아이와 대중 모두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고 싶어 크라우드펀딩을 했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고요. 그래서 엄마, 교수, 콘텐츠 디렉터 등 50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려 리뉴얼을 거쳐 지난해 8월 재출시 했습니다. 한 종류의 제품에 집중했고, 다음 버전이 출시되어도 이전 버전과 이어지는 형태로 다듬었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천만원을 모았고, 지난해 매출은 10배 늘었어요.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오프라인 매장 입점 및 B2B 분야를 개척했어요. B2C 측면에서의 홍보마케팅도 열심히 했고요. 고객과 가까워져야 하니까요. 행사를 해보니 주요 타깃인 영유아 외 초등학생, 성인에게서도 반응이 있었어요. 그래서 소비자 의견을 종합해 우유곽 형태의 제품도 출시했어요. 여기엔 재료만 들어 있기에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요. 기존 키트엔 교육을 위한 아이용/부모용 매뉴얼과 놀이용 블록이 들어있어요. 매뉴얼에는 부모님이 가르치기 쉽게 배경지식과 어떻게 놀면 좋은지 세세히 정리했어요.
크리에이터스랩 홈스쿨링 교구는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낮은 편입니다.
저희 목표는 모든 아이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놀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그래서 최소한으로 가격을 책정했어요. 하지만 누리과정 5가지 영역 모두를 교육할 수 있도록 했어요.
우유 클레이, 화장품 뿐만 아니라 주얼리 사업도 합니다.
저희는 사업을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로 상정하고 있어요. 시장 반응을 살펴 가능성이 높으면 발전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수정합니다. 그게 저희가 배운 스타트업 운영 방식이에요.
우리의 브랜드 가치는 ‘어린이’에게서 창출된다고 볼 수 있어요. 때문에 확장 영역으로 아이와 엄마 모두 쓸 수 있는 화장품을 생각했죠. 화장품은 우리 팀원 모두가 좋아하는 아이템이기도 했고요. 우선 한 가지 제품만 론칭 했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요. 기초 라인이 확장되는 대로 베트남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주얼리는 저희의 사회공헌정책에 기초해서 추진되고 있어요. 판매된 제품의 수익이 유관 단체에 후원 되거든요.
선택과 집중, 시너지 등 측면에서 보면 이것저것 다 한다고 보실 수 있는데요. 저흰 ‘린스타트업’에 기초해 운영하고 있어요.
유형의 제품을 제조하는건 문턱이 높은 도전이에요. 아이디어, 연구, 생산, 완성도 및 시장 반응 체크, 영업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을텐데요.
몰랐으니 한거죠. 후회한 적도 있어요. 제품이 나오기까지 R&D과정도 필요하고, 이를 만들기 위한 공간 및 시설도 절실해요. 출시한 뒤엔 홍보와 마케팅도 게을리 할 수 없고요. 스타트업계에 제조업이 적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눈에 보이는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가 없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주변에 ‘창업하지 말라’고 한다고요.
주변에 창업을 원하는 20대 친구들이 많아요.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강한 이들도 있죠. 학교 졸업 후 바로 하는 창업은 만류하는 편이에요. 하더라도 사회경험을 쌓은 뒤 하는게 좋다고 보고요. 현장에서 발로 뛰며 일해보니 경력과 연륜이 사업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회사라는 틀 안에서 조금이라도 경험해보고 뛰어들면 더욱 잘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업으로 돈 버는 과정은 그 자체로 험난해요. 대표라는 무게감도 크고요.
창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유.아동 교구 시장 문을 두드릴 때 전국 모든 대학의 유아교육과 교수님들께 메일을 보냈어요. 전문가에게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으면 수월하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보낸 수천 통의 메일 중 한 건의 답변이 왔어요. 한 교수님께서 ‘자신은 이 분야의 전문이 아니니 다른 전문가를 소개해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분을 통해 만난 교수님이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였어요. 이 분을 통해 전국 유치원 네트워크를 마주할 수 있었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템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는데요
저흰 영리적 이익을 취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잃지 않는 소셜벤처를 지향해요. 단순히 우리 제품을 발달장애아가 만들었기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제품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배경을 보는게 맞다고 봐요. 제품 자체로 빛을 내는 회사를 만들자는 사명감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사실 사회적기업은 모든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모델이에요. 전세계적으로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정부지원에 기대어 배고픈게 당연하다는 인식은 지양했으면 해요. 제품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해요.
2018년이 시작되었어요. 올해 개인적 목표와 회사의 목표가 있다면요.
학업과 사업을 병행해야 해요. 카이스트에서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들어요. 회사에선 제품개발을 비롯해 브랜딩, 마케팅을 더 신경쓰려고 하고요. 잠에서 깬 순간부터 잠이 들때까지 계속 ‘다음’을 생각해요. 생각하는 것 모두 잘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