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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욱 대표 “덴마크서 창업하니 자국 기업처럼 대해주더라.”

한국에서도 하기 어려운 창업을 미국도 중국도 아닌, 덴마크에서 시작한 청년들이 있다.

인생의 필요 요소인 행복과 만족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청년 김희욱은 국내 대학을 졸업한 뒤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길거리에서 호떡을 팔며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에서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자신과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지음(知音)을 만난다. 한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덴마크로 온 안상욱이었다. 두 사람은 곧 의기투합해 공동창업을 결정한다.

두 사람은 ‘더 나은 삶을 돕는다’는 목표로 현재 한식당 ‘코판’을 경영 중이고, 미디어인 ‘네이키드덴마크’로 덴마크 소식을 한국에 알리고 있다. 또한 여행사 ‘인사이트 덴마크’ 도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한국인의 무대’를 꿈꾼다는 김희욱 네이키드덴마크 대표가 50명의 청중 앞에서 창업을 둘러싼 다양한 단상을 4일 위워크 을지로에서 공유했다.

김희욱 네이키드덴마크 대표/사진=플래텀 DB

첫 사업 아이템은 ‘호떡’

음식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고 100명에게 아이템 설문조사를 했다. 비빔밥, 불고기 등이 상위에 올랐음에도 4위로 조사된 호떡을 선정했다. 호떡 속 재료 중 하나인 계피가 시나몬페스트리로 덴마크인에게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거점이 필요한 비빔밥과 불고기에 비해 부담감도 덜했고, 여름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이 추운 유럽에서 인기를 끌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1,100만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1년을 운영한 결과는 처참했다. 한화 3천 원 정도 가격이었던 호떡은 하루에 10~15개정도 밖에 안 팔렸다. 하루 벌고 저녁을 먹으면 수중에 남는 돈이 하나도 없었다. 실패라 할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했다. 현재는 호떡이 우릴 알리는 계기가 됐다.

‘김치호떡’을 파는 이유

왜 한국음식을 다뤄야 하는지 2년정도 고민했다. 그러다 김치를 떠올렸다. 우리에게 김치는 한국음식이지만 덴마크에서는 ‘발효’음식이다.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에선 환경보전을 위해 발효음식을 즐긴다. 김치가 한국의 발효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해 소비자를 설득했고 이는 성과로 나타났다. 김치 호떡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전혀 다른 분야 사람을 만나 동업을 결심했다.

창업할 때 팀빌딩은 정말 중요하다. 문제는 덴마크의 물가가 너무 비싸 인건비를 제대로 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재정이 없는 상황에서 함께 할 팀원을 구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호떡을 팔던 초반, 주변 지인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줬다.

그러던 차에 공동대표인 안상욱을 만났다. 그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고 우리의 활동을 콘텐츠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 함께 미디어를 창업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가치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 거다. 안 대표 외 초기 멤버는 마케팅을 전공한 뒤 덴마크에 와서 매일 블로그를 쓰던 친구였다. 그렇게 모여 코판, 네이키드덴마크, 인사이트덴마크를 운영 중이다.

덴마크서 창업하니 자국민처럼 대해주더라.

덴마크에서 인상적인 것은 창업을 하니 자국 기업처럼 대우를 해준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명품 매장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건 합법적인 정식 허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허가가 있는 업체에겐 정부가 나서서 편익을 제공해 준다. 이는 큰 특혜다.

매체활동도 마찬가지다. 우린 네이키드덴마크를 통해 덴마크의 국가적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덴마크 외신기자협회에 등록된 매체로 활동할 수 있었다.

1차 사업 실패 후 바꾼 5가지

1차 사업 시도에서 돈은 벌지 못 했지만, 1년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은 지금 우리의 정규고객이 되었다. 그래서 100% 실패라고 보지는 않는다.

사업을 성장시킨 계기는 우연이었다. 덴마크 가이드로 활동하다 국내 요식업 분야 기업 관계자를 만났다. 그 사람의 조언에 따라 몇가지 수정을 했다.

우선 씨앗호떡을 직역한 ‘씨드호떡’이 아닌 고유 브랜드 ‘코판’을 만들었다. 제품 사이즈도 키웠다. 한화 3천 원에서 1만원으로 가격을 올렸음에도 이전보다 잘 팔리기 시작했다. 설명 부분도 전면 수정했다. 이전까지 호떡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브랜딩을 조금씩 알게 됐다.

특히 ‘돈보다 가치’를 따르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사업의 전환점을 맡게 된 계기는 나눔이었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정식허가를 받게 된 것도 우리가 돌린 호떡을 받은 건물 청소부가 허가담당자에게 나눠준 것이 컸다.

현재 이 모든 요소를 사업과 제품에 적용해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아울러 더 큰 판을 벌이기 위해 활발한 협업도 진행중이다.

음식과 미디어 사업, 그리고 여행업을 하며 수익모델을 찾았다…계기는 ‘레고블럭’

네이키드덴마크는 덴마크에 살아있는 가치를 국내에 전달하는 데 의의를 두는 미디어다. 다만 당장의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음식과 미디어 사업을 생각하는 것까진 좋았지만, 그 사이 연결고리가 없었다. 교류가 필요하다고 봤고, 여행사를 운영하게 됐다.

우리 사업 세 개 카테고리는 각자 떨어진 영역에서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 영감은 ‘레고’로부터 받았다. 덴마크가 낳은 세계적인 블록장난감 회사인 ‘레고’는 8개짜리 큐브에 나머지 블록을 연결할 수 있는 홈이 3개 나 있다. 이를 발명한 이후부터 영역이 확장됐다고 한다. 블록 6개는 총 1억9천개의 어마어마한 조합이 된다. 이를 보고 음식, 여행, 미디어를 합해 운영하게 됐다. 네이키드덴마크는 우리가 하는 일이 미래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기자 / 인생의 최고 목표는 행복입니다. Stephanie Seo is a Editor of Platum. She covers a korea startup’s ecosystem with their team. She wants to watch the Korea startup growing into a great global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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