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12] 유기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소셜벤처
갖가지 이유로 펫 시장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2조 원대로 추정되며, 2020년에는 6조 원 규모가 될거라 업계에서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커나가는 시장이지만, 유기견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작년 한해에만 약 9만 마리가 길에 버려졌습니다. 동물보호센터에 맡겨져 일정 기간 동안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 개들은 안락사를 당합니다. 생명이 버려지는 것입니다.
유기견이 발생하는 원인엔 여러가지가 있지만, ‘충분한 준비와 교육이 부재한 상황에서 반려견을 들인 후 큰 비용의 진료비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유기를 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셜벤처가 있습니다. 비마이펫은 경력있는 도그 브리더(breeder, 동물 전문 사육사)와 건강한 반려견을 대중에 알리는 미디어 성격의 기업입니다. 이를 위해 전국 각지를 다니며 취재합니다.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 충분한 사전 지식을 채워주고, 공장이 아닌 전문 견사에서 제대로 자란 건강한 강아지와 인간이 오래도록 공존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합니다.
‘올바른 입양 문화를 정착시켜 동물과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성현민 비마이펫 대표를 만났습니다.
성현민 비마이펫 대표/사진=플래텀 DB
공학도출신 창업자인데요.
학교에선 에너지를 전공했어요. 친환경에너지 산업이 잘 조성돼 있는 덴마크에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창업을 꿈꾸게 됐습니다. 정확하겐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에 몸 담아야 겠다 싶어 직접 이 분야를 개척하게 된 거죠.
행복을 찾다가 창업을 하게 됐다는 게 이색적이네요.
1년 간 덴마크에서 지낼 때에요. 저와 친하게 지낸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그분은 음식을 좋아하는데, 슈퍼마켓을 운영하니 음식을 매일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 아끼는 분야에 몸 담으면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는 걸 알았어요. 저 또한 마음 한 켠에 늘 반려동물을 생각했고, 반려동물을 위한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배울 게 많지만 재밌어요.
그렇게 사업을 시작했고, 브리더 문화를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콘텐츠를 선택했는데요.
올바른 입양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브리더로부터 입양 받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브리더 문화를 알리고 대중과 소통하는 콘텐츠가 필요했죠. 반려견 커뮤니티, 애견연맹, 애견협회, 농림축산부 공시자료 및 브리더 블로그 등에서 데이터를 모아요. 펫샵 등 브리더로 보기 어려운 곳을 제외하는 가공 작업을 하구요. 이를 토대로 브리더에게 직접 연락 드립니다.
유기건 문제와 불법 번식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브리더 지도’프로젝트도 진행했죠.
네. 반려동물을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문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브리더와의 인터뷰,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브리더 맵 제작 모두 건강한 아이를 입양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높은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크라우드펀딩은 목표 금액을 초과 달성했습니다.
브리더는 어떻게 만나고 있나요.
처음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만났습니다. 지금은 브리더와 네트워크가 생겨 소개를 받고 있어요. 도그쇼나 펫쇼에 방문하거나 부스로 참가해 만나기도 하죠. 얘기가 잘 되면 양평, 전북, 경북 등 전국 각지에 있는 견사를 직접 방문해 인터뷰 하고 있습니다. 방문이 불가피한 경우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브리더를 만나기 위해 전국 각지를 다니고 있는데요. 비마이펫이 보는 좋은 브리더의 조건은 뭔가요.
적게는 10년, 보통 15년 이상 해야 오래 했다고 인정 받아요. 다만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좋은 브리더라고 하지 않아요. 우수한 외래 품종이라고 속여 파는 곳도 있고, 강아지 공장처럼 운영하는 곳도 많거든요. 원칙과 철학이 있는 분만 저희 브리더로 인정 하고 있어요. 직접 가서 상태와 견사 환경 모두 꼼꼼하게 봅니다.
이러한 문화를 확산시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반려견과 지낸다는 건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특히 아프면 사람처럼 큰 돈이 들어요. 그 이유로 유기되는 사례가 많구요. 저희는 유기견 발생 비율을 줄이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강아지 공장이 아닌, 제대로 된 ‘브리더’로부터 배출된 강아지를 입양하는 문화가 우선적으로 정착되는 게 좋다고 봤고요.
흔히 ‘펫샵’ 출신 강아지 중엔 선천적으로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기 때문인데요. 빠르게는 이틀, 혹은 2~3주 내 죽는 경우가 많아요. 아픈 일도 부지기수고요. 좋은 브리더는 건강한 강아지를 위해 유전학도 공부하며 정성껏 돌봅니다. 그렇게 양육되고 길러진 강아지를 입양하면 최소한 건강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이 적어지겠죠. 궁극적으론 유기견도 줄어들 거구요.
저도 이 직업을 잘 몰랐어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니 이 일이 미국에선 전문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일 정도로 활성화 돼있더라고요. 꾸준히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몇몇 동물단체에서 ‘비마이펫’ 서비스에 우려를 표했는데요.
유기견을 줄이자는 취지의 ‘유기견 입양’ 캠페인이 있어요. 그 주장을 하는 분들이 보기에 비마이펫은 이질적으로 보일거예요. 반려견을 데려올 때 ‘돈’을 주고 데려오자고 하니까요. 그래서 우려를 표하시죠. 그분들 말씀엔 공감해요. 다만 유기 동물을 줄이는 게 우선이 아니라 애초에 유기 동물을 만들지 말자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예비 입양자가 강아지에 대한 충분한 공부를 하고, 오랜 기간 심사숙고해 입양하는 ‘어려운 입양하는 문화’를 형성해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사실 유기견 해결에 있어 두 방법론은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에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중인데, 협업을 통해 상생하고 싶어요.
국내에서 브리더라는 인식이 정착되기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경력 2,30년 된 브리더를 만날 때 올바른 입양 문화 정착에 물어보곤 해요. 그럴 때마다 ‘안 바뀔 것’이라는 말 참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국내는 반려동물을 배려하자는 인식이 낮은 편입니다. 관련 법이 갖춰진 유럽과 비교할 땐 더욱 한숨이 나오죠. 하지만 많이 바뀌고 있어요. 매스컴에서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방송됐고, 펫샵에서 데려온 반려동물을 잃어 본 경험자는 다시는 펫샵을 찾지 않고 있어요. 저희는 브리더를 아는 이들을 서서히 늘려가야 한다는 목표로 진행 중이에요. 지속적인 홍보와 관심을 갖고 진행한다면 단축될 수 있겠죠.
수익 부분을 생각 안 할 수 없을텐데요.
비마이펫은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에요. 정직한 정보를 토대로 예비 견주가 심사 숙고해 반려견을 입양하는 문화를 만드는 거죠. 브리더에게 수수료를 받으면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가 들었어요. 그래서 입양자 및 견주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을 계획은 없습니다.
대신에 우리는 커머스 몰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어요. 간단한 간식부터 약품 등 유럽산 프리미엄 제품을 추천, 판매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15살 된 노견을 키우며 많은 제품을 사용해보기도 했고 공부도 했어요. 베타 서비스 중인데도 매출이 꽤 나고 있어요. 고객 만족도도 높구요. 앞으론 업체와 직접 제휴해 독점판매 하는 등 품목을 늘릴 계획이에요.
이커머스의 경우, 품목 큐레이션과 품질 관리가 중요할텐데요.
제가 담당하고 있어요. 제품을 사용하기 전 공부해서 제 반려견에게 사용해보고 좋았던 것만 소개하죠. 사료, 영양제, 간식 외 안약 같은 기본적인 의약품도 필요한데요. 수의학 박사 과정에 계신 분이 자문해주신 것으로 선별해 판매하고 있어요. 기업 규모가 커지면 분야 전문가를 모셔 운영할 계획입니다.
재결제율도 꽤 높다고요. 뭘 많이 사나요.
비율로 따지면 신규 고객이 더 많지만 재방문해 구매하는 고정 고객도 많아요. 재구매 고객은 영양제를 사는 경향이 높아요.
1인 기업인데 힘드신 건 없나요.
기본적으론 1인 기업이라 저 혼자 나와서 일하고요.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인터뷰를 진행할 땐 파트타임으로 도와주는 분이 계세요. 이외에도 동물 애호가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계신데 이분들과는 원격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C/S도 도맡아 하시겠네요.
예전에 콜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 때 고객 응대를 하며 구매 취소를 원하는 고객을 설득해 구매 유도를 했던 게 지금 많은 도움이 돼요.
덧붙이자면 모르는 사람에게 홍보하는 것, 영업 모두 어렵습니다. 다만 이 또한 덴마크에서 미리 경험했던 게 도움이 됐어요. 덴마크에선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거든요. 그들에게 저와 국가를 소개했던 모든 일이 복합적으로 지금 도움이 됩니다.
브랜딩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비마이펫엔 큰 꼭지가 2개 있어요. 브리더와 프리미엄 입니다. 브리더로부터 좋은 아이를 입양하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반려견에게 최고의 혜택을 주는 거죠. 이를 ‘커뮤니티’ 성격으로 풀어가려고 해요.
반려견 간식&악세서리 만들기 행사를 한다든가, 미국에서 유행중인 ‘도가’(doga; Dog+Yoga의 합성어, 개와 함께 하는 요가) 도 진행하며 커뮤니티를 통한 행복한 반려견 문화를 확산시킬 생각이에요. 또한 영상 콘텐츠도 같이 제작해 저희를 알리고 싶어요.
모든 기업이 스승이라고요.
비마이펫이 벤치마크하려는 건 모든 기업이에요. 어깨 너머라도 배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누군가 전화를 할 때, 회의할 때 의도치 않게 보고 듣게 되잖아요. 그럴때 하나하나 터득하고 있어요. 첫 걸음마를 뗀 아기들이 어른들을 보면 다 따라하듯 말이죠. 이와 동시에 방향을 확실히 하며 성장하려고 해요.
올해 계획 및 사업 각오를 들려 주세요.
우선 3월 말 정도에 크라우드펀딩의 결과물인 ‘브리더 지도’가 출간될 예정이에요. 이를 4월부터 전국 모든 병원에 구비해 두려고 해요.
심적, 물리적으로 힘들거나 안 좋은 일도 많을거예요. 각오는 돼 있어요. 지금처럼 떳떳하게 하면 어느새 우리 사회에 ‘브리더’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되지 않을까요. 나비효과를 믿으며 즐겁게 운영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