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ICO, 블록체인이 불러올 미래
2017년은 암호화폐와 관련해서 말이 많았던 해다. 비트코인 가격은 2천만 원 선까지 올랐고, 연초에 10만 명 남짓이었던 투자자는 그 해 말 300만 명으로 늘었다. 국내 대형 거래소 하루 평균 거래액이 10조원을 넘기도 했다.
이와함께 암호화폐를 사기도박과 비교하는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 당혹스러워 하던 정부는 급기야 ICO 유형과 상관없이 금지하는 등 조치를 내렸다.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시장이 급격히 형성되고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느낀 점이 있다. 우리는 새 기술과 현상을 두고 너무 빨리 해답을 원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도박과 장밋빛 희망 사이에서 답을 찾으려고 한다. 이보단 질문을 제대로 던지는 게 중요한 시점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열풍을 되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6일 저녁 마루180에서 개최된 정주영창업대회 설명회에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전망’을 주제로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김 이사는 넥슨에 피인수된 가상통화 거래소 ‘코빗’의 공동창업자이자이다.
(이하 이날 강연 정리)
비트코인은 ‘버블’이다…꺼지지 않는
역사적으로 있었던 버블 몇 건을 살펴보자. 수천 년간 사용되던 원자재 금이 금융상품으로 거래된 건 4,50년 전부터다. 금의 10년간 가격변동 추이는 비트코인의 7년간 그려온 그래프와 별반 다르지 않다.
2천년대 초엔 닷컴버블이 있었다. 절정기엔 나스닥 시가총액이 6.8조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명목 GDP가 10.5조달러였으니, 65.5%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컸다. 그 버블은 지금도 꺼지지 않고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과 아마존을 만들었다. 북미 지역뿐 아니라 중국도 가세하며 현재는 그때보다 더 큰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 버블은 쉽게 형성되는 게 아니다. 모든 기술혁명은 도입과 적용을 지나 전환점이 요구된다. 이때 정말 혁신인지 구분하며 상용화 가능한 혁명의 버블이 만들어진다.
국내엔 2천년대 초반 초고속 인터넷 망이 보급되며 팬티엄PC가 불티나게 팔렸다. 심지어 우체국에서도 판매할 정도였다. 당시 집집마다 최신형 PC가 왜 필요하냐는 비판도 많았지만, 그것이 현재 대한민국을 인터넷강국으로 만드는 요인이 됐다. 위 사례는 인프라를 보급하기 위해선 과잉투자와 기술이 수반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블록체인의 역사
2008년은 금융위기가 발발하던 시기였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퇴출되며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다. 그러던 중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이 9장짜리 논문을 선보인다. 거기엔 중앙 집중화된 네트워크 없이도 장부가 10분에 한번씩 동기화되며 위.변조 위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탈중앙화 네트워크 방식이 적혀있었다. 그게 비트코인이었다. 이후 10년 넘도록 비트코인은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다. 정보가 집중돼있는 환경에서 중앙관리자 없이도 존속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구글 애드센스와 이베이 등 플랫폼은 신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금융과 같다. 금융 거래를 위해 증권과 은행사가 필요하듯, 신뢰 제공자를 매개해서만 연결된다. 블록체인은 이 개념을 개인과 개인의 영역으로 옮겨왔다. 2018년 현재 암호화폐 분산장부는 10분, 혹은 17초에 한번씩 동기화되고 있으며 오픈소스이기에 다양한 체인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 부동산, 콘텐츠 영역에서 실험되고 있다. .
블록체인 기술이 큰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이유
웹 이코노미에선 응용 서비스 외 프로토콜이 필요한 게 많다. 이메일을 쓰려고 해도 프로토콜이 필요하듯, 대부분 프로토콜 위에 본질인 앱을 만든다. 기존 주식시장의 자본시스템에선 그렇게 만들어진 수 많은 가치가 앱 기업이 발행한 주식으로 형상화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은 앱을 만들어 비용을 만든다.
흥미롭게도 블록체인에선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프로토콜이 발행한 토큰으로 돈이 모이고 있는 거다. 왜냐면 이를 발행한 곳이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앱보단 프로토콜의 비중이 큰 게 블록체인의 특징이다. 그래서 웹 이코노미를 전복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토큰의가치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팀 버너슬리는 대표적 프로토콜인 ‘www’를 발명했지만, 부여된 가치에 비해 큰 돈을 벌지는 못했다. 이를 활용해 큰 돈을 번 건 다른 이였다. 그 중 마크 저커버그는 프로토콜 위에 페이스북이라는 앱을 만들어 세계적인 부호가 됐다. 이처럼 웹 이코노미 아래서 프로토콜은 많은 돈을 벌기 어려운 기술이었다. 그렇기에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대부분 군사적 용도 등 특수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보통이었다.
블록체인에선 이 한계점을 보완해준다. 기술 자체에 자본이 모이는 것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다양한 프로토콜을 만들기 위해 ICO를 진행하는 거다.
ICO, 자본시장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
동시에 ICO는 자본시장의 민주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 경영가의 도움이나 VC의 투자 없이도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유치를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4조원 가량의 ICO가 성사됐다. 근래 텔레그램이 2조원을 모았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내로라하는 기업도 앞다퉈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VC 투자사도 참여하는 양상을 띠며 토큰과 투자 영역이 융합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제도가 해결하지 못한 것, 즉 ‘돈이 안 돼서’ 개발되지 못했던 사례나 기존 주식시장에 의존했던 한계를 토큰화로 해결해보는 시도가 여러 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물론 여기에 따른 빈부격차가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단순 시세차익을 노리고 해외에서 코인을 사와서 되팔거나, 기술이 아닌 투기의 영역으로 비춰지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사실 기술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본다. 근저엔 ‘토큰화’라는 트렌드가 작금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 위해 발전 중이다.
암호화폐의 미래
근래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락하며 잠잠하던 시절 금액으로 돌아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그렇게 되진 않을 거다. 과거에는 비트코인 하나만 있었지만 지금 생태계는 풍성하다. ICO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암호화폐의 금융권 연대가 이뤄지는 추세다. 관련 분야와의 접점 구축이 중요해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론 각 국가간 토큰 경쟁보단 스마트계약(블록체인을 통해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거래가 자동으로 실행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하나의 테마로 자리잡을 거다.
암호화폐,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잠재력과 인터넷이 결합되어 혁신을 이루는 과정을 목격하게 될거다.
(청중과의 질의응답)
향후 국내에서 암호화폐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강경자세를 낮추는 중이다. 유틸리티토큰의 ICO가 가능하도록 여러 제반을 마련하고 있다. 보안토큰은 지금보다 한층 개방된 형태가 되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건 암호화폐로 인한 피해자는 발생하고 있다. 이를 위한 규제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가상화폐거래소를 관련 법안을 가지고 규제해야 하는 것에 동의한다. 참고로 국내 생태계의 특징은 알트코인 비율이 높다는 거다. 국내보다 거래 규모가 큰 일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율이 시장 9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기술력이 미처 다 검증되지 않은 코인이 시장에 많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상장심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코인을 검토하는 것은 무척 힘들다.
시장의 혼선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펌핑&덤핑으로 인한 피해자 양산을 막아야 하는 거다. 이 작업을 통해 건전한 취지로 만들어진 암호화폐와 명백한 탈법, 위법행위를 가리는 게 행정적으로 현명한 대처라고 본다.
블록체인 기술의 실생활 사례는 무엇이 있나.
프라이빗토큰은 개념 증명 작업이 한창이다. 뉴욕의 부동산자금조달 회사인 R3 Funding, 나스닥의 링크 프로젝트, 삼성SDS 등 몇몇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실험 중이다. 아쉽게도 아직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나진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실험이 계속 되고 있다. 이더리움과 스팀 등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각종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향후 등장할 프로젝트의 자본 시장이 조성되는 중이다.
하지만 프라이빗토큰은 게임 체인저 역할은 못 할 거라 본다. 기존 것을 효율화하고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역할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할 것이라 예상한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보안기술인가.
관점의 차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그 생각에 반대한다. 그 의미에 갇혀 게임 체인저 역할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보안기술 보다는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접근으로 봐야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블록체인 관련 사업 전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많이 갖는 게 중요하다. 수익모델을 생각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사회에서 수익모델은 다양화될 수 있다. 블록체인 관련 컨설팅 조직이 늘어날 수도 있다. 당장의 설계보다 업계 지식을 쌓아둬야 운영에 유리할 거라 본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부분 탈중앙화 정도에 그쳐있다. 데이터 수집 주체처리부터 의문이다. 이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P2P 음악파일 공유 플랫폼의 역사를 보자. 처음 출시됐을 당시의 넵스터는 100% P2P가 아니었다. 국내의 소리바다도 마찬가지였다. ‘비트토렌트’가 나오기 전까지 그랬다. 일련의 상황을 겪으며 얻은 시사점이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것들도 한계를 극복해 진정한 탈중앙화를 향해갈 거라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오픈소스다. 암호화폐는 이 자체를 위한 자본을 보유하는 프로토콜이기에 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실험과 이론이 다양하게 나올 거라 예상된다. 100% 탈중앙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