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연화산 공원 한켠에 나열된 ‘공개구혼장’
중국 선전 연화산 공원은 일명 덩샤오핑의 공원이다. 공원 꼭대기에 덩샤오핑 동상이 발전한 선전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이 이 공원의 정점이다.
선전 토박이 시민에게 덩사오핑은 재신(財神)이다. 덩샤오핑이 선전을 계획도시로 만들어 오늘날의 부를 만들었다는 믿음이 있다. 때문에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한편 동상을 향해 두 손 모아 참배하는 참관객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외 이색적인 전경이라면 공원 남문 좌측편에서 볼 수 있는 공개 구혼장 게시 장소다. 해당 장소는 시에서 공인된 자리다.
구혼장은 70년대, 80년 대 등 태어난 연령대로 구분되어 A4지 한 장 분량으로 프린트되어 나열되어 있다. 내용은 나이, 키, 학력 등 구혼자에 대한 정보와 원하는 배우자의 조건이 적혀있다. 구혼자는 여성이 많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 구혼장을 쓴 사람 대부분은 구혼 당사자가 아니라 주로 부모세대다. 이를 반증하듯 구혼장 게시 장소 앞에는 노인들이 앉아있다. 간혹 뭔가를 묻는 사람이 있으면 답변도 해준다. 프린트된 내용을 일일이 읽는 이도 중년 이상의 경우가 많았다.
구혼장은 선전 시민을 비롯해 외지인도 써서 붙일 수 있지만 나름의 규칙은 있다. 중매업체나 상업적 목적을 가진 의도로 작성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러한 공개 구혼장은 선전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에서 목격할 수 있다. 주로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공원이나 광장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정일에 중매시장이 열리는 곳도 있다.
중국 젊은 세대에서 싱글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 내 싱글족만 1억 명. 경제적 여건이 좋은 1선 도시일 수록 그 비율이 더 높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 문화는 기성세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트렌드다. 부모세대는 자식이 27세가 넘으면 노총각, 노처녀 취급을 한다. 이러한 인식이 공개 구혼장을 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