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15]세계 금융 중심서 돌풍을 꿈꾸는 韓 AI 핀테크 스타트업
“경 단위 규모 미국 펀드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상품은 니치마켓으로 수 백조 원에 달한다.”
마케팅 없이 솔루션만으로 서비스 출시 첫 해 부터 흑자를 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김형식 대표의 말이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축적된 트레이딩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보어드바이저와 AI펀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수익률은 높고 변동성이 작다는 평을 들으며 현재 약 7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 중이다.
업체는 AI펀드 영역 선도기업이 없는 해외 시장을 정조준 중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전히 AI만을 활용해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캐나다에서 상장했고 올해 내 미국 거래소에서 상장도 준비 중이다.
‘금융 분야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싶다’는 김형식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형식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대표/사진=플래텀 DB
왜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을 가졌나.
인공지능(AI) 투자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AI를 활용하면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듬보다 효율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해 이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올해 1조원 정도인 한국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2025년에는 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는 어떤 방식으로 변할까.
금융산업에 AI가 도입되면서 속도를 가늠할 수 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AI에 대한 관심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위주로 형성돼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골드만삭스, JP모건, 블랙락 등의 글로벌 금융회사는 전분야에 AI 도입을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투자분야에서 기존 단점을 보완하고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에 관심이 크다. 또한 산업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는 상황에서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연어처리(NLP) 등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변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회사 이야기를 해보자.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는 철저히 B2B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기업명조차 생소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b2b 방식을 염두 했다. 흑자를 내는 데 있어 b2c 방식이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통 보수 체계가 50bp(이자율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최소의 단위. 1%는 100bp이고 1bp는 0.01%다)인데, 그러면 0.5%의 이자율이라는 뜻이다. 가령 펀드로 1조원을 모았을 경우 50bp면 50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1조원을 B2C 방식으로 언제 다 모으겠냐는 거다.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거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네트워크 채널 확보도 어렵다. 광고에 몰두하게 되면 본질에 집중하지도 못 할거고. B2C는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 기준에선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참고로 국내에서 B2C방식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모은 곳이 1,2천억원 정도다. 그 말은 1~30bp 수준으로, 매출은 1억에서 1억 5천 사이라는 거다. 이렇게 벌면 사업 운영 유지가 쉽지 않아 구조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봤다.
그렇다고 B2B 방식이 B2C보다 쉬운건 아니다.
우선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시스템이 좋으면 기관 설득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고, 물꼬가 트이면 브랜드와 기술력도 자연스레 알려질 거라 봤다. 은행과 꾸준히 협업한 결과 현재 하나은행, 기업은행, BNK금융그룹 등 국내 은행권에서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한 전체 운용 금액은 약 1조원 정도로 국내 점유율 70% 정도다.
실적이 좋다.
잘 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다. 내부에서 잘 만들었고, 기존 금융업체와 관계를 잘 유지해 실적으로 치환된 거다. 변동성은 작은데 수익률이 좋다는 피드백도 듣고있다. 한 은행에서만 6천억원을 넘겨 시스템을 도입한 첫해부터 바로 흑자가 발생했다. 당기 첫해 5억, 작년엔 10억여 원 정도였고 올해는 그것보다 더 많을거다.
솔루션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제대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에서 상품을 출시하지만 이론상 완벽한 거고 현실화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금융 기관도 우리처럼 할 수는 있을거다. 하지만 시도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게 관심을 두는 듯 하다.
다른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과의 기술적인 차이점은 뭔가.
AI를 활용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데이터다. 그런데 금융 데이터는 AI를 도입하기 까다로운 산업 중 하나다. 금융데이터는 양은 적고 종류가 많아 인공지능을 통한 학습이 어렵다.
우리는 트레이딩 데이터 가공 노하우와 기술을 기반으로, 까다로운 금융데이터를 학습해 성과를 내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보수적인 금융산업 영역에서 기술에 대한 부분이 숫자로 검증이 되지 않으면 이론적으로 완벽한 기술이라도 도입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유하고 있기에 국내 뿐만 아니라 기술에 대한 갈증이 큰 해외시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캐나다 증시 시장에서 로보 어드바이저 상품을 상장시켜 거래 중인데.
북미 지역은 뱅가드그룹, 피델리티, 블랙록 등 대형 자산 운용사가 견고하게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가 일반적인 뮤추얼펀드를 만들었다면 경쟁 자체가 되지 않았을 거다. 국내 펀드 시장에 제3세계 국가 출신 업체가 펀드를 운용한다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겠나. 그러나 AI쪽은 다르다. 현재 서비스 중인 업체가 거의 없기에 출발선이 같다.
캐나다에서 상품을 상장해 거래 중이고, 감사하게도 저력 있는 기업으로 평가 받아 꾸준히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여름이 지나면 미국 나스닥에서도 관련 상품을 상장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1조원 정도 기록 중이니 미국에선 더 큰 규모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100억 원 이상의 매출로 인한 현금 흐름이 생기리라 예측하고 있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지점이 만들어지는 거다.
캐나다 거래소에서 ‘벨 세리머니’를 했다.
매일 아침 9시에 장이 열릴 땐 모든 자본시장 종사자의 시선이 거래소로 집중된다. 수백조 규모 자금이 흐르는 곳에서서 잠시나마 통제권을 가진졌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었다.
기업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국내 B2B 시장에선 독과점을 이뤄냈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다. 해외에선 10조 이상은 매출을 올려야 한다. 지금 회사에 30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데, 이들과 10조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정말 큰 회사가 되는 토대가 마련될 것 같다. 궁극적으론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뛰어 들게 해 시장을 키우고 싶다. 그러기 위한 여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미국의 인덱스 기업과 협업해 AI 인덱스를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다(참고: S&P지수는 Standard & Poor’s Index로 공업ㆍ서비스ㆍ금융 업종 500개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지수다). 블랙록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섹터 ETF를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도 고무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스위스 등에서도 러브콜이 온다.
구글, 아마존 등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진출하면 경쟁 우위에서 밀릴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금융 시장은 데이터의 종류는 많지만, 개수는 작다. 타 머신러닝 대비 딥러닝의 결과는 매우 뛰어나지만, 만약 인공지능이 15년치 데이터를 학습한다고 하면 1년에 250영업일이니 총 데이터 수는 3~4천개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데이터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아 딥러닝 적용이 쉬운 구조가 아니다. 더군다나 시장데이터의 대부분의 특성을 계속 변화한다. 수백만건 이상의 균질한 데이터셋이 존재하는 다른 AI 영역과는 다른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하다. AI 자산운용을 위해서 데이터를 어떻게 전처리해야하고, 어디에 학습을 집중시켜야 하고, 딥러닝 구조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알기 위해선 자산운용에 대한 선험적인 지식과 트레이딩에 대한 직관, 경험등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엔지니어와 금융전문가가 같이 작업한다고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좋은 기술력으로 무장한 팀이 플레이어로 등장한다면.
자산 운용시장 자체는 철저히 ‘레퍼런스’가 기준이다. 누가 어떤 상품을 냈으며 과거 실적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 새로운 업체가 나왔다 해도 우리에겐 최소 3년치 실적 기록이 있다. 공식 트랙 레코드를 10개 이상 보유 했고 상품 종류도 다양하기에 다른 업체가 수익률이 좋다 해도 당장은 따라잡히지는 않을거다.
회사의 향후 미션은 뭔가.
사업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예전 회사를 운영할 땐 단순하게 많은 돈을 벌자는 게 목표였다. 지금은 R&D 인프라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해 세계 금융 시장에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고 싶다.
우린 기술력만 가지고 도전 했음에도 가능성을 봤다. 한국에도 좋은 기술력을 가진 팀이 있다는 걸 보여주며 세계로 가는 문을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전히 AI만을 활용해 투자하는 ETF를 캐나다 시장에 상장시켰고, 이런 성과를 보고 미국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간 쌓아온 경쟁우위를 지켜 나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