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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T칼럼] 엔젤투자의 3가지 즐거움

지난 10월은 상당히 뜻깊은 달이었다. 2018년에 초기투자를 했던 주식회사 클로봇이 2024년 10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것을 넘어, 2025년 10월달에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한 것이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로봇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나면서, 결국 로봇의 활동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 해지는데, 이를 만드는 클로봇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작은 기술창업 기업이던 클로봇이 IPO에 성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인정받는 일은 그들의 시작을 함께한 변리사로서, 옛 주주로서,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초기투자, 엔젤투자의 3가지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수익의 즐거움

스타트업 초기 투자는 낮은 기업가치에 진입하여 이후 폭발적인 성장으로 높은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이다. 투자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코스피(KOSPI), 코스닥(KOSDAQ)만큼 위험하고,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장주식 시장보다 불리하다. 초기투자 시장에서 ‘안정적인 기업’의 개념은 없다. 물론, ‘안정적인 투자’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 투자대상인 회사의 구성원은 10명 이하일 것이며, 당장 매출이 없는 것이 당연한 상태일 것이다. 아주 낮은 기업가치를 가지는 단계에 자금을 투입함으로써,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이상의 회수(Exit)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 엔젤투자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엔젤투자 단계에서는 수익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수익을 내는 방법이더라. ‘저 혁신가를 위해서, 나의 작은 돈을 기부한다!’는 마음으로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들이 더 좋은 성과를 얻어가는 것을 지난 8년간 개인투자조합 6개를 운영하면서 목격할 수 있었다.

초대박 초기투자 성공사례는 국내에도 많다. ‘배달의민족’ 플랫폼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 당시 초기 기업가치 약 15억 원 수준에서 약 3억 원을 ‘본 엔젤스로’부터 투자 받은 후,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약 4.7조원에 인수되었다. 이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음식 배달 플랫폼 전성기가 펼쳐졌고, 2022년에는 기업가치가 약 15조 원으로 추정되었다. 약 10년만에 10,000배의 기업가치 상승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를 만든 두나무는 2013년에 기업가치 약 10억 원으로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금 2억 원을 받았다. 2016년 당시 매출액 15억 원에 당기순손실 21억 원을 기록하던 중소 개발사였던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2017년에 업비트를 출시하면서 엄청나게 상승했다. 한편, 두나무는 현재 네이버 파이낸스와의 합병이 논의되고 있는데, 기업가치가 약 15조 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시나 초기투자 당시에는 예측하기 어려웠던 산업 전체의 급성장이, 15,000배라는 엄청난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 역시 상당한 멀티플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NPU(Neural Processing Unit) 기반의 서버용 AI 반도체 기술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 역시 2017년 당시 기업가치 약 28억 원으로 DSC인베스트먼트, NAVER D²SF 등의 투자를 유치했다. 고성능 및 고효율 AI 반도체 설계 능력을 보유한 퓨리오사AI는 GPU에 의존하던 기존의 AI 연산 환경을 대체하기 위해, 딥러닝 연산에 최적화된 비메모리 반도체인 NPU를 자체적으로 설계했고, 최근 1,700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약 1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약 357배에 이르는 성공적인 딥테크 투자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절세의 즐거움

두번째 즐거움은 세금과 관련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집중지원 정책에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해준다. 특정 납세자들에게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세금감면 정책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운영되는데, 엔젤투자에 대해서만큼은 매우 강력한 세금정책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나 개인투자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엔젤투자자’로서 출자한 사람에게 종합소득세 산정에서 유리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투자조합에 출자하여 벤처기업 등에 투자한 돈은 소득공제 대상이 되며, 공제율은 투자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3,000만 원 이하는 100%를 공제받고, 3,000만 원 초과 5,000만 원 이하는 70%, 그리고 5,000만 원 초과 금액은 30%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세법의 내용만으로는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아래와 같이 예를 들어서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다. 연간소득이 3억 원인 사람이 1억 원을 개인투자조합에 출자하고, 그 1억 원을 소득공제 요건을 만족시키는 기업에 투자하면, 아래와 같이 나누어 계산된다. 

투자한 1억 원중 3,000만 원은 100% 구간인 3,000만 원, 여기에 가해진 2,000만 원은 70% 구간인 1,400만원, 5,000만원 이상인 부분인 5,000만원은 30% 구간으로 소득공제 대상이 된다. 위 사례에서 공제액으로 산출된 액수는 총 5,900만원이며, 연간소득 3억 원인 사람의 종합소득세율은 41.8%이기 때문에, 낮아지는 세금(세금 환급액)은 약 2,466만 원 정도가 된다. 물론 다른 공제조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어쨌든 1억 원은 큰 돈이고, 엔젤투자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세금으로 나갈 돈의 일부를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지분도 획득한다’는 측면에서, 투자와 동시에 상당한 ‘합법적 절세’가 가능한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급액은 과세표준에 따라서 달라진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나라도 소득수준에 따라서 종합소득세율이 달라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같은 금액을 소득공제 받더라도 개인이 속한 소득구간의 종합소득세율에 따라 최종적인 ‘환급액’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소득공제는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조정할 수도 있으므로, 줄어든 과세표준에 적용되던 세율만큼 세금이 환급되기 때문이다. 연봉 1.2억 원인 직장인 김봉식씨가 3,000만원의 투자금을 액셀러레이터가 운영하는 개인투자조합의 조합원이 되어 투자를 진행한 경우, 아래와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인적공제는 본인 이외에는 없고, 4대 보험만 계산하고, 카드, 의료비, 교육비 등의 공제는 제외하고 만든 시나리오지만, 김봉식씨의 과세표준이 8,800만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결정세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세금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들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계산은 아닐 수 있지만, 3,000만원을 엔젤투자로 투자한 경우, 약 806만원의 세금이 절감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다양한 소득구간의 엔젤투자자가 개인투자조합에 1,000만 원을 출자하고 그 돈이 벤처기업에 투자되어 소득공제를 받을 때의 절세효과(세금 환급액)를 살펴보자. 연 소득이 8,800만 원 이하인 구간(세율 26.4%)의 투자자는 투자금인 1,000만 원의 26.4%인 264만 원, 연 소득이 8,800만 원을 초과하는 구간(세율 38.5%)의 투자자는 투자금인 1,000만 원의 38.5%인 385만 원을 환급 받는다고 보면 된다. 연 소득이 1억 5,000만 원을 초과하는 구간(세율 41.8%)의 투자자는 1,000만 원의 41.8%인 418만 원을 환급 받는다. 같은 1,000만원이 소득공제 대상이지만, 그 효과는 소득구간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소득공제는 해당 과세연도 종합소득금액의 50% 한도 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 공제 시기는 개인투자조합에 출자한 금액이 벤처기업에 투자한 ‘투자일’이 속한 과세연도에 전액 공제 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원할 경우, 소득공제시기 변경신청서를 작성하면, 투자일로부터 2년이 되는 해까지 3년 중 원하는 과세연도 한 곳을 골라 공제를 요청할 수도 있다. 2025년에 개인투자조합에 3,000만원을 출자하여 조합원이 된 후, 2026년에 A라는 벤처기업에 투자를 집행했다면, 2026년, 2027년, 2028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먼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후, 투자일로부터 3년 안에 투자했던 지분을 회수하면 공제 받았던 세액을 다시 내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부의 즐거움

엔젤투자는 혼자 하기 어렵다. 상법의 내용을 다루는 행정적인 부분도 어렵고, 사업적 가능성을 다루는 기술적인 검토도 어렵다. 돈을 보냈는데, 그것이 신주발행을 위한 납입인지, 기존 주주의 주식을 사오는 구주 인수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혼자서 본인의 이름이 주주명부에 등재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액셀러레이터가 운영하는 개인투자조합은 중기벤처부에 신고도 하고, 개인투자조합 규약집에 의해서 컨트롤도 되고, 회계법인의 감사도 이루어지면서 세금과 관련된 절차도 지원을 해주므로, 혼자하는 엔젤투자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많은 액셀러레이터와 엔젤클럽들은 같이 모여서 창업자의 이야기를 듣고, 각종 세미나를 통해서 공부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최근 중기벤처부에 등록된 액셀러레이터인 비엘티엔파트너스(bnp.ac)에서도 매달 미래의 유망한 기업과 기술분야, 산업분야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조합원들간의 네트워크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세미나, 스터디에 참여하다 보면, 스타트업 초기투자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미래의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킹은 덤이다. 


특허법인 BLT를 운영하면서, 13년간 약 3,000명이 넘는 기업가, 창업가, 발명가들을 특허출원, 상표출원 등의 고객으로 모시면서 함께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결국 BLT의 구성원들과 고객(기업인)들은 ‘미래’에 대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심각한 고통이 사업의 기회가 되고, 그러한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된다. 물론, 엔젤투자가 기업공개(IPO)만큼 큰 규모의 금전적 도움이 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시작하는 창업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엄청난 사업’도 그 시작점에 누군가가 도와주고 응원해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사업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엔젤투자자는 창업가와 함께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이다. 2026년에는 엔젤투자의 즐거움을 함께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원문 : 엔젤투자의 3가지 즐거움

필자소개 : BLT 엄정한 파트너 변리사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액설러레이터형’ 특허사무소 ‘특허법인 BLT’의 창업자다. 기업진단, 비즈니스모델, 투자유치, 사업전략, 아이디어 전략 등의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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