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매쉬업엔젤스 터줏대감이 말하는 좋은 스타트업의 DNA
국내 대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인 매쉬업엔젤스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팀을 지키며 성장에 일조한 멤버가 있다. 최윤경 투자팀장이 그다. 최 팀장은 창업자 출신으로, 멘토 인연을 맺은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의 제안으로 팀에 합류했다. 스타트업 조직을 운영해본 터라 누구보다도 창업자 마음을 잘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최윤경 매쉬업엔젤스 팀장/사진=플래텀DB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3년 전 매쉬업엔젤스 합류 제안이 왔을 때 결정한 이유는 뭔가.
이택경 대표를 믿었기 때문이다. 멘토와 멘티로 만났을 때 쌓인 신뢰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다 보면 여러 멘토를 만나지만, 진심어린 조언을 듣는 건 쉽지 않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택경 대표는 달랐고 그의 진정성에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입사 이전까지 심사역 경험이 없었다고.
맞다. 면접을 볼 때도 ‘스타트업을 평가할 정도는 안 된다’고 솔직히 말했다. 다만 예나 지금이나 창업가를 존경하고 사람 돕는 걸 좋아한다. 이 점이 좋게 평가된 것 같다. 그렇게 일 한지 만 3년이 넘었다. 벤처파트너 5명, 스텝 두 명으로 시작해 벤처파트너 7명, 심사역 3명, 스텝 2명을 둔 곳으로 성장했다.
여타 VC에 비해 심사역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심사역을 채용하면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을거다. 하지만 액셀러레이션 팀의 디테일을 챙기며 도울 수 있기에, 장기적으론 이익이라고 본다.
사견이지만, 경험있는 파트너와 경험이 다소 부족한 심사역은 각각 장점이 있다. 조직 경험이 있거나 사업에서 성과를 내 본 파트너는 본인의 성공 방식을 전재로 조언한다. 반면에 경험이 부족한 심사역은 고정관념이 없어 다양한 관점에서 조언이 가능하다고 본다.
매쉬업엔젤스는 파트너와 심사역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아무리 파트너가 열린 마음으로 있어도 팀 입장에선 얘기를 꺼릴 수도 있다. 이때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심사역이 있어야 열린 멘토링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또한 트렌드를 따르기 위해선 늘 젊은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젊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조만간 20대 심사역 1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 있다
액셀러레이션 스타트업과 스킨십이 좋기로 유명하다.
대부분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가 비슷해 전화가 오면 바로 알려줄 정도는 된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 문의하는 팀도 있다. 그만큼 우릴 의지한다는 반증이니 고마운 일이다. 한편으론 기업 스스로 서는 법도 알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같이 든다. 조금 고민되는 부분이다.
매쉬업엔젤스가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무엇인가.
초기 팀을 보는 거라 지표로 볼 수 있는 게 많진 않다. 대전제는 ‘잘할 수 있는 팀이 큰 시장에 도전하고 있는 지’다. 자신이 도전하려는 분야에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대표와 팀워크를 아는 팀원으로 구성돼있으면 자질을 갖춘 좋은 팀이라고 판단한다.
대표 및 팀원의 학벌이 가산점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났다. 좋은 팀 상당수는 학벌이 아니라 같은 회사, 조직에서 근무하며 의기투합한 곳이 많다. 오랜 인연이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동네친구보다 일하며 상대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살핀 사이가 더 긍정적이다.
심사역으로 관심 있게 지켜본 팀의 유형이 있다면.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는 팀이다. 실제로 그런 팀은 가치에 맞게 매출도 잘 따라와주는 성향을 보인다. 그리고 심사를 떠나 나 스스로가 고객이 될 수 있는 팀을 눈여겨본다. 관심사에 근접할 수록 마케팅 등에서 제언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기도 하고.
좋은 성과를 냈던 스타트업엔 어떤 DNA가 있는 것 같나.
포트폴리오 팀 중 사람을 잘 채용하는 대표가 있었다. 비전 공유를 워낙 잘해 인재들이 급여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합류했고 업무 만족도까지 높았다. 그런 팀은 대개 성과가 좋았다.
초기 스타트업 사이에선 ‘매쉬업엔젤스에서 투자 받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기준이 까다로운 편인가.
기업 미팅 때 몇몇 수치를 물어본다. 그 수치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걸 파악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는 의도다. 데이터를 잘 관리하는 팀이 빠르게 성장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커머스 기업일 경우 특히 그렇다.
‘이만큼 달성해 오라’는 미션도 있다고.
레퍼런스는 나쁘지 않았지만 IR이 부실해 추가로 수치 달성을 정중히 요청한 업체가 있었다. 실제로 그 기업은 수치 달성에 성공했고, 투자를 집행했다.
스타트업이 투자자 앞에서 해서는 안 될 실수는 무엇이라고 보나.
부풀려 오는 거다. 실적 뿐만 아니라 팀원도 거짓으로 기재한 사례도 있다. 어드바이저 급을 풀타임 근무 직원인 것처럼 속이는 거다. 투자를 받으면 추후 풀타임 인력으로 전환시킬 것이라 말하면 되는 데 말이다. 이는 사업계획서와 몇 개 지표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사업자로서 좋은 태도는 아니다.
실수라기 보다 난감할 때도 있다. 매쉬업엔젤스는 투자 기준을 외부에 다소 명확히 밝히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게는 10배를 희망한다고 할 때 당황스럽다.
앞으로 매쉬업엔젤스와 만나게 될 팀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타트업에게 초기투자는 금액을 떠나 기업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가 사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따져보며 현명하게 결정하면 좋겠다.
매쉬업엔젤스는 접수된 사업계획서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본다. 좋은 아이디어도 많고 비슷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도 꽤 된다. 거기서 눈에 띄는 사업계획서는 비전을 얼마나 잘 서술했는지다. 사업계획서를 쓸 때 팀과 시장성의 장점을 일목요연하게 작성해주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팀과 자신이 사업을 하는 이유 등을 진솔하게 적은 팀은 시간을 내서 만난다.
사업의 비전만큼 중요한 것이 팀이다. 최소한 서비스의 프로토타입 정도는 외주 없이 팀 내에서 개발할 수 있을 정도의 멤버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좋은 팀을 더 자주 만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