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i6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에게 기회가 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STARTUP에게 어떻게 그런 기회가 올 수 있었는지 모를 정도의 좋은 기회였다. 결론 부터 말하면, 우리는 모든 기회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계약의 첫 단계부터 시작해서, 계약 주체와의 관계, 다른 여러 변수들에 대한 고려 부족 등의 이유로 계약서 사인에 실패했다.
easi6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Doors & Dots이다. 이 어플의 주요 기능은 미팅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미팅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의 위치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Limebus는 Doors & Dots의 기능에서 파생해서 대학교의 셔틀버스의 현재위치와 탑승가능 인원을 보여줄 수 있는 Real time Shuttle bus status 서비스였다. 시작부터 Doors & Dots와 함께 연동해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기획이 되었었다.
베타테스트를 위해서 찾은 뉴욕에 위치한 모교에서 파트너와 내가 졸업한 대학교에 마침 실시간 버스 정보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얘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는 운이 좋게도 셔틀버스 담당자와 마주 앉아서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앱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그 앱서비스와 함께 Limebus라는 앱이 어떠한 기능으로 학생들의 생활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지를 설명했었다. 앱의 기능이 학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일치한다고 열심히 설명하였고, 서비스나 그 필요성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관계자는 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관련사항들을 정리해서 짧은 시간안에 MOU까지 사인을 하였다. 단지 MOU일 뿐인데, 우리는 마치 계약을 딴 것과 같이 기뻤다. 테스트를 기획하고 테스트에 들어갈 기기들 목록을 정리하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지만, 테스트를 진행해야함을 설명하고 기기의 설치와 기사들의 협조등을 구하기 위해서 대화하면 할 수록 프로세스가 쉽게 진행이 되지 않았다.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서 협의하면 할 수록 계약서에 사인하는 것이 늘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급기야, MOU를 사인했던 담당자가 바뀌게 되면서, 일의 추진은 점점 뒤로 밀리게 되었고 결국은 예산집행을 위한 담당자와의 미팅에서 결정이 된 사안이라면서 대학교에서는 더이상 프로젝트를 진행을 하지 않기로 결정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준비에 들였던 시간보다는 팀원들이 실망할 것이 제일 걱정스러웠었던 기억이 있다.
2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없었던 것 같다.
우선, 우리는 결정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었다. 학교의 셔틀버스 서비스를 관리하는 사람이 서비스의 도입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대학 안에서는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의 결정권이 우선시 된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 미리 알고 있었다면, 계약을 위한 초기 미팅에서 부터 결정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두번째로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속도에 대한 오해였다. 서비스가 좋고 나쁘고의 여부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거쳐야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있는데, 학교라는 조직의 느린 의사결정 속도는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세번째는 보험이나 여타 조건들에 대해서 간과했던 것이다. 학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특히 특정 기기가 설치가 되어야 한다거나 다른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면 보험이 필요하다. 준비과정에서 보험 부분에 대한 정보는 알 수가 없었고, 당연히 이에 대한 대응방안 또한 고민하지 않았었던 것이 문제였다.
네번째는 담당자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담당자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했더라면, 프로세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조금 더 노력했을 것 같다. 중간에 담당자가 바뀌게 되었고, 모든 설명 프로세스에 대해서 다시 밟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었다.
마지막으로 이 계약을 마무리 할 끈기와 의지가 우리는 부족했다.
우리가 배운 것은,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결정권자의 참여가 제일 중요하고 상황 및 조건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조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서 또 시간이 들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모든 프로세스가 늘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담당자가 중간에 바뀌게 되는 것은 앞선 조건들보다도 더 큰 문제인데,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의견은, 담당자가 바뀌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가 바뀌기 전에 모든 것을 마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나 끝까지 버티고 버텨서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에 끈질기게 매달려서 마무리 할 수 있는 계약이 아니라면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서로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창업초기에 이 계약이 제대로 성사되어서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었다면, easi6는 지금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easi6는 3년을 버텨냈고, 앞으로도 버텨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첨언을 하자면, 창업을 생각하거나 창업을 했다고 한다면, 회사를 변화시킬 계약이나 기회를 잡았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잠들기 전에 한번씩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매일 같이 생각해도 막상 좋은 기회를 만났을 때, 당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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