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잊지마]#1. 너의 시작이 나는 즐겁다.
2012년 여름 회사등록을 마치고 몇일 후, 뜬금없이 ‘너의 시작이 나는 즐겁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학교 1학년 풋풋했던 시절을 함께했고 지금은 아저씨 냄새도 비슷하게 풍기고 같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두 친구녀석들의 메시지였다. 제목은 그럴듯 했지만 내용인 즉슨, ‘애기 아빠도 된 사람이 무슨 깡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일단 질러놓고 사람 힘들게 하더라’ 등의 핀잔이 주 내용이었다. 돌이켜 보면 같이 사진 동아리 ‘영상’ 활동을 할 때도 나는 일을 가지고 와서 던져 놓으면 수완 좋은 친구녀석들이 처리하고는 했으니 틀린 말은 아닌지라 그냥 웃어 넘겼다. 메시지의 마지막에 좋은 것이 갈 것이라는 뭔가 의미심장한 말도 있었지만, 역시나 실없는 소리겠거니 하고 넘겼다.
나의 도전은 2012년 6월 Jersey city에 위치한 술집위에 있는 허름한 사무실을 계약하면서 시작된다.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쓸만한 사무실을 찾는 것은 돈이 넉넉치 않은 스타트업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괜찮고 깨끗하다 싶으면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했고 괜찮은 가격이다 싶으면 Manhattan과 너무 멀었다. 결정적으로 사무실을 구하더라도 24시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더욱 더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창업 멤버 Jordan도 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여서 경제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려면 사무실에서 생활이 가능해야 했다. 앞의 여러 조건을 만족하는 공간을 구하려고 하다보니 시간만 흐를뿐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술집의 주인 아저씨가 자기가 사무실로 쓰던 공간을 공유하자고 낸 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는데 퇴근 길에 늘 지나치던 술집이 있는 바로 그 건물이었다. 뭔가 마피아 스러운 분위기의 주인 아저씨는 자기 개인 사무실이지만 자기는 거의 오지 않을 거니까 얼마에 써라고 말하였는데, 예상했던 가격보다 아주 많이 싸서 좋은 것은 물론이고 공간 또한 한달에 $2000-3000하는 사무실 보다도 컸기 때문에 바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샤워시설까지 있었으니, 초기 창업 멤버들이 생활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나중에 옆집에 사는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샤워시설은 주인아저씨가 여자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놀 때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유가 어찌 됐든 가난한 스타트업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마피아 주인아저씨였으니 나는 그저 감사할뿐 이었다. 사무실을 계약하고 초기 창업 멤버인 Jordan이 드디어 이사를 들어왔다. 드디어 easi6, Inc.의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의 뉴욕에서의 뜨거운 여름은 마피아스러운 주인아저씨의 사무실에서 시작되었다.
Jordan이 합류하고 몇일이 지나고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선물이 도착했다. 앞서 말한 나의 시작이 즐겁다는 친구 녀석들이 보낸 멋진 선물이었다. 궁금해서 이리저리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전혀 예상밖의 선물이었다. 어떻게 미국에서 이런 선물을 구해서 보낼 수가 있었는지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뉴욕이랑 뉴저지에는 한인들이 많이 살아서 이런 선물이 가능했다고 하면서 보탠 말이 배달을 해주신 분은 그 선물에 달려 보낼 메시지를 말해줄 때, 그저 담담히 받아적으셨다고 한다.
친구들의 메시지는, ‘오빠, 성공해도 나 잊지마!’였다. 평생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오빠 성공해도 나 잊지마!’는 내 등뒤의 벽에 붙어 있고 Jordan도 ‘잊지마(gangster version)’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나의 시작이 즐겁다는 친구들 덕분에 나의 시작이 정말로 즐거워졌다.
나의 즐거운 시작을 잊지 말자는 의미도 있고, 미국에서의 좌충우돌 스타트업 생존기가 잊을 수 없는 즐거운 기억이 될 수 있게 만들자는 의미에서 앞으로 모든 글들 제목의 말머리는 ‘오빠 잊지마!’로 할까 한다. ‘오빠 잊지마!’를 통해서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면서 알게 된 것, 경험한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에서의 창업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빠 잊지마!’를 통해서 전할 수 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