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대학까지 졸업한 ‘제주 토박이’ 남성준 대표는 서울로 상경해 금융업 종사자로 사회생활 스타트를 끊는다. 이후 대학원 학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이자까야 점주가 본업이 되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밤과 낮이 바뀐 지친 일상 속에서 그는 업의 가치를 고민했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상생하며 운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2만 5천여채의 제주 빈집을 탈바꿈해 여행객에겐 ‘힐링’을, 원 주인에겐 ‘새집’을 주는 다자요의 ‘빈집 재생 프로젝트’의 탄생 배경이다.
남 대표는 반 농담식으로 스스로를 ‘봉이 남선달’이라 칭한다. 한 집당 1~1.5억 원이 드는 개.보수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다자요는 채권형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2억원을 모았다. 펀딩에 참여한 고객이 자금을 빌려주면 업체선 연 이자 3%를 주는 리워드 방식이다.
도심 주거공간보다는 불편할 수 있으나 예쁘게 탈바꿈한 옛날가옥을 통해 장년층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겐 이색적인 숙박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다자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자요 남성준 대표/사진=플래텀DB
■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사이 빈틈을 파고들다.
빈집 재생 프로젝트는 에어비앤비와 어떻게 다른가.
에어비앤비는 숙박 중개 플랫폼이어서 소유한 집이 없다. 빈집 프로젝트는 소유주가 비어있는 건물을 제공하고 우린 오래된 집을 개조해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간다. 이때 드는 비용은 모두 다자요에서 부담한다. 한 채당 1억원~1.5억 원정도 든다. 이후 소유주가 개조된 집을 민박업으로 등록하면 다자요가 플랫폼이 되어 소비자와 연결한다.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계획을 한 것이 아니었다. 본래 우리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중개 플랫폼을 만들려고 했다. 한창 개발 중일 때 에어비앤비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 보였다. 규제 이슈도 풀리지 않는 국내에서 유사한 사업을 했다간 경쟁력이 없을 거라 판단했다.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서 이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됐다. 빈집은 점차 늘고 있었고, 고쳐서 쓰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소유주에게 무료로 빌리는 대신 우리가 멋지게 바꿔주겠다고 설득하며 여기까지 왔다.
프로젝트를 정하는 기준과 집에 투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집과 마을의 특색을 먼저 본 뒤 현실과 이상을 따진다. 예를 들면 곧 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집은 80년대 초반에 지어진 양옥집이다. 그런 집들은 지붕 석면에 문제가 있어 외형을 유지하면서 고치기가 쉽지 않다. 설계 도면이 아무리 예쁘게 나와도 시공은 따질 것이 많다. 어떨 땐 설계도가 4번 넘게 바뀌기도 한다.
제주에 온 여행자 입장에서 일반적인 숙소와의 차이가 있어야 묵을 텐데.
청년들이 제주에 친구끼리 여행을 온다 치자. 대부분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는다. 하루 정도는 돈을 모아 좋은 곳에서 자기도 한다. 다자요는 이런 여행객에게 유의미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다양한 곳에서 숙박 경험이 있는 여행객에게는 제주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 이미지에 맞는 숙박 시설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우리 고객이다.
형태는 전통가옥이지만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몄다.
도시재생이 좋은 건 남녀노소 모두가 선호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옥은 2030세대에게는 ‘힙’하고, 장년층에게는 ‘향수’를느끼게 해준다. 거기에 우리 철학을 입혀 선보이고 있다. 제주도에 왔는데 본인이 평소 원하던 ‘집’에서 묵어보도록 하는 게 취지이다. 서비스업은 고객의 욕망을 투영해 해결하는 것 아닌가. 그게 우리 일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예쁘고 비싼 제품들로 인테리어를 했다. 인테리어 설계는 네덜란드에서 재생 건축 분야를 공부한 분과 같이 하고 있다. 그 외엔 소소한 부분까지 우리가 총괄한다.
‘무인양품’을 꿈꾼다고.
공간의 가치를 찾아 의미있게 기획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는 무인양품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한다. 무인양품은 생활용품에서 식품, 나아가 호텔까지 만들었다. 우린 거꾸로 숙박에서 시작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갈 계획이다.
특색은 있지만 비행기나 배를 타고 와야한다는 지역적 한계가 존재한다.
제주에만 한정 지을 생각은 없다. 전국구로 나아갈 생각이다. 물론 당장은 힘을 분산할 수 없다. 현재 몇몇 지역 관계자들이 우리 모델에 관심이 많아 진출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운영에 있어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버티는 거다. 아쉬운 마음에 이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기업이 앞다퉈 제주에서 대규모 개발을 진행 중이다. 리조트가 한라산을 가리고 대규모 테마파크가 생기려고 한다. 제주에 놀러 오는 관광객은 올레길, 예쁜 바다를 보러 오는 건데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땅을 파헤친다는 게 안타까웠다. 우리는 제주, 나아가 각 지역의 정취를 보존하며 상생하는 사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그 과정은 쉽지 않을거다. 버티야 문이 크게 열릴거다.
자영업 경력 10년이다. 규모있는 자영업을 그 정도 하면 웬만한 건 다 안다고도 한다. 스타트업 창업은 어땠나.
자영업을 하며 오후 네 시에 문을 열어서 아침 아홉 시까지 운영했었다. 친구들을 만나는 것 조차 힘들었으니 더 힘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큰 오산이었다. 이 일은 그런 구분조차 없다. 친구들조차 카페창업이나 하지 왜 이 사업을 시작했냐고 타박할 정도다.
사실 빈집 재생 사업은 우리가 처음이 아니다. 지금껏 여러 번 다뤄졌던 사업이었지만 제대로 한 경우가 없었을 뿐이다. 단기 지원 받아 저소득층이 사는 낡은 집에 도배하고 장판해주는 정도였다. 수익화 모델도 없었기에 유지가 잘 될 리 없었다. 부정적인 선례로 인한 인식 제고를 하는 것부터 어려웠다. 아무래도 옛날 집 중엔 무허가주택이 많다. 등기가 안 되어 있는 걸 다루는 것도 일이었다. 규제 이슈도 있다. 원칙적으로 회사가 임대해서 숙박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에 우리는 사업 계약서를 작성해 계약을 맺고 있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을 한다.
제주 농어촌 민박을 한다고 했을 때 집주인이 같은 가옥 내 있으면 여행객 입장에선 편하지 않을거다. 독채 민박이 많은 이유다. 노년층이 운영하는 곳이 잘 안 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시트도 잘 안 갈아주고 비위생적이라는 인식도 있다. 마케팅을 잘 모르기 때문에 비싼 돈을 주고 대행 업체에 맡기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 모든 게 IoT로 이뤄지는데 손님이 오는 시간에 맞춰서 열쇠를 주고 받아야 한다면 여러모로 불편하고 비효율이다. 이걸 우리가 다 한다. 힘들긴 해도 보람이 있다.
다자요 팀원이 되려면 ‘청소’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개발자부터 운영, 재무 등 모든 인력이 청소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품질 유지는 다른 곳에 맡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청소보다 중요한 게 ‘사람’ 그 자체다. 제주는 섬이어서 인재를 영입하기가 대단히 힘들다. 우린 집을 다루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만큼 팀원을 영입할 때 ‘집’을 제공한다. 함께하고 싶다는 인재가 꾸준히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고향으로 돌아와 사업을 시작한 40대 창업가 입장이다. 창업을 꿈꾸는 또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행에 따라 뛰어들지 않길 바란다. 진심이다. 우리나라에서 3년 이내 폐업하는 자영업자만 80%에 이른다. 그거 왜 그런 줄 아나. 회사 다닐 때 쌓은 네트워크가 있어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간판 떼면 도와주지 않기 때문이다. 정 나와서 창업하고 싶다면 내부에서 몰래 시도해보는 스텔스 창업을 권하고 싶다. 가끔 다자요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대기업 재직자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그만두지 말고 경험만 하라고 한다. 우리 일은 보기와는 너무 다르다. 밤새 야근하고 청소한 뒤 잡초도 뽑아야 한다. 명문대 나와 대접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심신이 힘들다.
■ 20세기에 만들어진 법령으론 IoT시대를 못 따라간다.
제주도에서 사업할 때의 장점은 뭐라고 보나.
물리적 공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물리적 한계성이 명확하기에 데이터가 정확하다. 관광 스타트업이라면 테스트 베드로 삼기에 좋다. 환경적으로 차로 10분이만 움직이면 바닷가를 거닐 수도 있다. 서비스에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다.
제주도에도 큰 규모의 코워킹 스페이스가 생긴다.
개인적으론 제주도 공유 오피스는 스타벅스와 경쟁해야 한다고 본다. 경관이 좋은 곳마다 스타벅스가 있다. 좋은 경관, 무제한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거다. 제주 코워킹 스페이스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
여전히 숙박업은 규제와 맞닿아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면 좋을까.
숙박업도 트렌드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20세기에 만들어진 법령이 IoT를 따라갈 수 있을까. 언제까지 감귤 밭에서 일 하다 손님이 오면 열쇠로 문을 열어줘야 하나.
민박업을 하려면 카드등록단말기를 설치해야 한다. 여기까지 와서 현장 결제를 하는 사람이 많을까. 안전을 위해 소화기를 더 갖춰두라고 하는데, 그전에 열쇠를 도어락으로 먼저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소화기 및 스프링클러 모두 사물인터넷으로 제어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까지 빈집 프로젝트에 크라우드펀딩이 잘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정부에 의미 있는 울림이 되면 좋겠다.
제주는 향후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면 좋을까.
철저히 수요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말 그대로 ‘바텀업’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엔 인재가 없다고 한다. 제주 도민 중 육지에서 일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그들이 가도록 두는 게 맞다. 대신 제주에서 살고 싶어 오는 이들을 위해 지원해줬으면 싶다.
플래텀의 제주 출장은 유투버 해니(@해니의 제주일년살이by JEJUPASS)와 함께 했습니다.
다자요, 디스커버제주, 다이브비앤비, 제주다이브 등 여러 스타트업의 도움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했는데요.
이를 체험해보는 영상도 제작했습니다. 즐겁게 봐 주시고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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