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인2018] “배울 것이 많아 중국을 떠날 수 없다.” 이보람 써드브리지 총괄
이보람 써드브리지(Third Bridge) 한-일 총괄은 스스로를 ‘라이프 챌린저’라 말한다. 세계 8개 도시에서 한 달살기를 실험해봤고 대기업을 비롯해 십여 곳의 회사를 다녔고, 스스로 창업자로 나서 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칭다오 투자회사인 카이캐피탈(东玖汇集团/开易资本)에서 한국 투자를 담당했었고, 상하이 스타트업인 난요우(暖游)에서는 한국 자문으로 일했다. 현재는 영국계 리서치 회사인 써드브리지의 중국 지사에서 한국과 일본 지역을 총괄하고 있다.
이 총괄은 중국을 ‘현기증나게 빠른 시장’이라 말한다. 그가 중국에서 겪은 5년 간의 경험이 23일 열린 2018 중국의한국인 행사에서 공유되었다.
나는 라이프 챌린저(Life challenger)다.
스스로를 ‘라이프챌린저’라 생각하고 산다. 한국 대기업, 일본과 미국 금융 기업, 중국기업을 거쳐왔다. 창업도 여러번 했다. 한국 기준으로 보면 평탄한 이력은 아니다. 궁금하면 덮어놓고 저지르는 스타일이다. 중국도 그래서 갔다.
샤오미발 쇼크… 중국으로 가다.
스타트업 창업자로 나서 아이왕왕이라는 애완용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들어 글로벌로 나가려고 했다. 뛰어난 팀과 기술이 있었지만 잘 안 됐다. 당시 미국에서 애플와치 등 웨어러블이 200달러 전후였다. 우리 디바이스를 100달러 전후로 출시하면 충분히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중국 회사가 스마트밴드를 12달러에 팔더라. 샤오미였다. 당시 샤오미는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았다. 미밴드를 보고 헤머로 맞은 느낌이 들었고 망했다 싶었다. 중국은 어떻게 저 가격에 좋은 제품을 만들까 의문이 들었다. 그해 말에 회사를 접고 중국으로 갔다. 중국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중국 스타트업에서 세계 제패 마인드를 배웠다…중국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바로 스타트업에서 일한건 아니었다. 영국계 회사에서 금융리서치 업무를 했다. 이후 중국어를 배우며 상하이 소재 스타트업에 조인했다. 그 회사는 중국어로 된 지도와 결제시스템, 메뉴판 등을 제공하는 여행기업이었다. 이 회사에서 크게 두 가지를 배웠다.
우선 놀랄정도로 포부가 컸다. 중국은 하나의 단일 시장이 아니다. 성의 규모, 내륙이냐 해안이냐에 따라 시장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 그들은 중국 시장을 제패하고, 글로벌 화교시장도 잠식하고, 세계시장에서도 서비스가 크게 성장할거라 믿었다.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제패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꿈이 컸다.
그리고 재직하며 ‘혁명주의’라는 대표의 말을 귀에 딱지가 생기게 들었다. 뭔가 사안이 생길 때 ‘안 된다’라는 말은 회사에서 금지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면 될거다’라는 답변을 대표가 원했다. 그래서 온갖 방법을 연구해서 되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아 의견을 도출해야 했다. 나 역시 그게 습관이 되었다.
중국 스타트업 문화에서 3가지 어려웠던 점
중국 스타트업은 일견 평등해 보이지만 평등하지 않다. 야근도 넘친다. 관리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일단 대표가 결정하면 이견이 필요없다 움직여야 한다. 스타트업이지만 월급 급여격차도 컸다. 중국인 인재주의다. 공산주의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균일하게 월급을 받지 않는다. 속도는 그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성과를 내면 직급이나 월급도 빠르게 오르기에 인재영입도 잘 되었다. 워라밸은 없었다. 회사 오피스는 임대료가 저렴한 외곽 지역에 있었는데, 저녁 9시 즈음에 1차, 10시 즈음에 2차로 퇴근했다. 무지막지하게 야근이 많았고 그게 일상이었다.
중국 스타트업에서는 관리업무가 쉽지 않다. 회사 성장속도가 빠르기에 고정된 관리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웠다. 관리자는 계속해서 매니징에 대한 방법론을 고민해야 했다. 한국은 비교적 흑백이 명확한 편이지만, 중국기업은 여러 지역 출신이 모이기에 보편적인 상식이 많지 않다. 내가 당연하다, 상식이다 싶은게 상대방에게는 아닌거다. 공통으로 지켜야 할 것을 정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
중국 스타트업 문화에서 좋았던 점 3가지
중국 스타트업은 기회가 많고, 더 좋은 곳으로의 이직이 용이하다. 성장일로의 스타트업은 여러 직급을 만들어낸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도 성과만 있으면 팀장이 될 수도 있다. 직급에 제한도 없다. 재무팀에 있다가 운영팀에 갈 수도 있다. 열심히만 하면 기회가 생긴다. 일을 잘 해내면 회사에서도 인정받지만 다른 곳으로 갈 기회도 많다. 내가 스타트업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 중 BAT 등 기업에 들어간 친구들도 많다. 싱가폴 화교시장에 가서 창업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직업적으로 기회도 있다.
그리고 소소하지만 좋았던 것은 스타트업 간 상부상조로 서로의 최신 서비스를 테스트로 써보는 기회가 많았다는 것이다. 주변 스타트업 서비스를 통해 운동도 하고 배달도 시켜봤다. 내가 다닌 회사는 여행스타트업이었기에 여러 나라를 다닐 수도 있었다. 중국 스타트업은 관리가 어렵기에 경험을 통한 룰은 안 통했다. 그래서 많은 워크샵을 통해 팀내 정보를 공유하는 기업문화가 있었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배웠다.
중국에서 살아남기… 나는 누구이고 어떤 경쟁력이 있는가.
중국에서 스타트업을 비롯해 외국계 기업을 경험하고 나서 느낀 것은 창업과 취업 등 업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다. 2008년만하더라도 중국 젊은이들은 차이나모바일과 구글 등 기업을 선호했다. 하지만 2017년에는 BAT에서 일하는 것을 가장 크게 원한다. BAT라는 회사가 대우가 좋거나 대기업이어서가 아니다. 자신의 빠른 성장, 커리어 기회를 얻기위함이다. 그만큼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 나는 중국생활 5년차다. 원래 계획은 1년 정도 일하며 배운뒤 다시 창업하는 거였다. 하지만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중국은 생각에 앞서 움직이는 시장이다. 현기증나는 속도전이 일어난다. 국가와 산업, 인재가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간다. 내가 중국을 못 벗어나는 이유는 이 자리에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가가 나가고 산업이 나가고, 같이 일하는 동료도 앞을 보고 빠르게 나가고 있다. 3박자 성장이다. 중국의 7%성장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그런 수치에 나타나지 않는 속도가 있다. 이걸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대륙에서 통한다. 단지 가능성만 보고 와서는 힘들다.
중국에서 일이나 창업을 생각한다면 현지에서 시장 분위기를 알아야 한다. 중국은 여러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발전 중이다. 밖에서 살피고 관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현장에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중국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다.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문화가 있다.
중국을 업의 터로 고민한다면, 글로벌 인재로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 지인이 중국 회사 면접을 봤다. 최종면접에서는 한국에 유학다녀온 중국인, 중국에 유학한 한국인, 조선족 등등이 있었다. 국적을 불문하고 각각 장점이 있는 사람을 최종 명단에 올린거다. 글로벌화 된 인재채용 면접이다. 중국은 본인이 어떤 업무역량이 있는지 평가받는다. 그래서 내가 누구이고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를 잘 알아야 일할 때 도움이 될거다.
정리하자면, 중국에서 일하는 것은 어렵다. 막연한 기대만을 가지고 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차가운 이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 중국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오래 버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