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알리바바 마윈에게 영향을 끼친 무협작가 ‘진융’ 타계
‘신필’이라 불리우던 무협소설 대가 진융(김용·金庸, 본명 차량융)이 홍콩 양화병원에서 지병으로 30일 타계했다. 향년 94세.
진용은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등 사조삼부작(‘영웅문’ 시리즈)를 비롯해 ‘녹정기’, ‘소오강호’, ‘천룡팔부’, ‘협객행’ 등 소설을 쓴 작가다. 72년에 마무리한 녹정기 이후 절필했지만 기존 작품만으로도 세대를 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는 역사와 무협을 결합한 장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송, 원, 명, 청시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협의지사와 무림고수의 활약은 독자층의 큰 공감을 받아왔다.
아울러 그의 소설은 중화권서 영화, 드라마로 수없이 만들어져 인기를 모아왔다. 특히 사조 삼부작은 몇 해 걸러 한 번씩 드라마화되는 단골 작품이다. 이를통해 양조위, 유덕화, 유역비, 황효명 등 다수의 중화권 스타가 탄생하기도 했다.
진융은 단순 무협작가가 아니다. 고인이 송말원초를 배경으로 1957년에 쓴 사조영웅전은 베이징 초등학생들의 필독 도서 명단에 포함될 정도로 작품성을 자랑한다.
진융의 소설은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에게 영향을 끼친것으로 유명하다. 마윈 회장은 무협, 특히 진융의 소설에 심취한 인물이다. 그의 집무실 명칭이 ‘도화도’, 회의실이 ‘광명정’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심지어 마윈의 사내 별명은 ‘풍청양’이다. 마윈을 비롯해 알리바바 주요 임직원은 진융 소설 속 고수의 이름을 별호로 쓰고 있다. 게중에는 마윈이 직접 지어준 것도 있다.
도화도는 소설 사조영웅전, 신조협려의 주요 등장인물 동사 황약사 도주로 있는 섬이다. 광명정은 소설 의천도룡기 중 명교의 거점이다. 명교는 훗날 명나라 건립의 근간이 된다. 풍청양은 주인공인 영호충의 스승이자 독고구검(獨孤九劍)이라는 당대 최고의 검술 전승자다.
소설 속 풍청양은 비범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눈에 띄는 주요 등장인물은 아니다. 소설 속에서 타인과 대결을 하지도 않는다. 주인공의 인품을 알아보고 당대 최고의 검술을 전수한 이후 더 이상 등장하지도 않는다. 마윈은 풍청양과 같은 스승을 자처한다. 본인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최고의 고수를 길러내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다. 은퇴 후 후학을 키우는 교육분야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알리바바의 9대 가치관을 ‘독고구검’이라 명명하기도 했다.
진융 타계소식을 접한 마윈은 31일 “중화민족의 큰 손실”이라며 애도했다. 마윈과 진융은 여러 차례 만난 친분이 있다.
한편, 진융은 앞서 언급한 유명 작품 외 데뷔작인 서검은구록(국내서 청향비란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벽혈검, 비호외전, 원앙도, 백마소서풍, 연성결, 협객행, 월녀검 등의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