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국 비즈니스 트렌드&동향] 호수 옆 오두막으로 돌아간 남자

마윈의 귀환, 그리고 알리바바의 재창업 선언

사람은 누구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마윈(马云)에게 그 고향은 호수 옆 오두막이었다. 지난 9일, 중국 전자상거래의 거인 알리바바(阿里巴巴) 본사에서 열린 연례행사 510알리바바데이에 그가 나타났다. 예고 없이, 마치 연극의 마지막 장면에 갑자기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2025 알리바바 10년 심포니 음악회’에 참석한 마윈은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그의 얼굴엔 옛날 그 특유의 미소가 번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승리의 미소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사람의 미소 같았다.

당일 오후, 마윈은 알리바바 창업의 상징인 호수 옆 오두막을 찾았다. 1999년 18명의 동료와 함께 그곳에서 꿈을 키웠던 바로 그 장소. 시간이 흘러 그는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그 후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가 키운 거대한 기업은 어느새 관성의 늪에 빠져 있었다.

알리바바 그룹 CEO 우융밍(吴泳铭)은 사내 포럼에 글을 올렸다. 마치 각성을 촉구하는 장교의 호령처럼 단호했다. “알리바바의 DNA는 결코 ‘수성(守成)’이 아닌 끊임없는 ‘창조'”라고 그는 썼다. AI 기술 혁명 시대에 기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간 알리바바는 ‘사용자 우선, AI 중심’ 전략을 내세우며 변화를 시도해왔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8일, 알리바바는 2년 만에 사내 포럼 접근 권한을 전면 개방했다.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이는 혁명적 조치였다. 기존의 사업 그룹 간 장벽을 허물고 유연한 내부 소통과 협업을 복원하려는 움직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조직 내부의 보이지 않는 벽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업 간 인사 이동 제한을 해제하고, 내부 전환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 개편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2023년 3월 타오바오(淘宝) 창립 20주년을 맞아 발표했던 강도 높은 조직 개편안 ‘1+6+N’ 구조를 다시 재검토하는 상황이다. 분리되었던 조직을 재통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23년 6월 장융(张勇)이 은퇴하고 차이충신과 우융밍 체제로 바뀐 후, 다양한 사업의 상장에 차질을 빚으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마치 미로에서 길을 잃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지난해 11월 전자상거래 사업군을 재통합하고 강력한 통합 전자상거래 조직을 출범시켰다.

4월 30일,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타오바오 산하의 ‘샤오스다(小时达)’가 ‘타오바오 샨꼬우(淘宝闪购)’로 브랜드 정체성을 업그레이드했다. 그리고 자사의 배달 플랫폼 어러머(饿了么)를 통해 ‘1천억 위안(약 19조원) 보조금’ 프로모션이라는 대규모 캠페인을 전격 개시했다. 이는 전자상거래와 로컬 서비스를 융합하는 전략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알리바바는 자사의 모든 즉시 배송 자원을 타오바오 앱에 집중시키며, 플랫폼 내 유저 경험을 통합하고 있다. 마치 흩어진 조각들을 하나의 퍼즐로 맞춰가는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 중이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AI 인프라에 3,800억 위안(약 7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에는 차세대 대형 언어모델인 ‘Qwen3’를 공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AI는 우융밍이 밝힌 ‘핵심 전투’ 중 가장 중요한 분야로, 그룹 차원의 전략적 집중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변화엔 항상 대가가 따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 전환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기존의 분산형 구조는 민첩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고, 오히려 조직의 시너지를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그러나 조직 재정비는 직원들의 불안과 내부 혼란이라는 단기적 부작용도 수반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직원들은 잦은 구조 변경으로 인해 업무 연속성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우융밍은 내부 서신에서 “과거의 성공에 얽매이지 않고, 조직의 관성을 깨뜨리며 새롭게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알리바바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변수의 시대’에 맞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마윈이 호수 옆 오두막을 방문한 것은 단순한 노스탤지어가 아니다. 그것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다. 이른바 ‘재창업’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닌, 알리바바가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혁신 선언이다.

어떤 기업도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은 오래 간다. 마윈의 귀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다. 창업자가 돌아온다는 것은 그 기업이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니까. 호수 옆 오두막에서 시작된 꿈이 다시 한번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그 답은 아직 바람 속에 있다.

텐센트,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 AI 전략과 게임 부문이 이끈 견고한 성장세

중국 IT 공룡 텐센트(腾讯)가 1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전 부문에 걸친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며 ‘AI in All’ 전략의 성과를 입증했다.

텐센트의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한 1,800억 2,200만 위안(약 34조원)을 기록했으며, 비일반회계기준 순이익은 18% 성장한 693억 2천만 위안(약 13조원)에 달했다.

특히 게임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부가가치서비스(VAS) 매출은 17% 증가한 921억 위안을 달성했으며, 이 중 게임 매출은 21% 급증한 595억 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는 24% 성장한 429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춘절 연휴 특수와 함께 운영 전략 개선 및 콘텐츠 업데이트 강화가 주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표 장수 게임인 <왕자영요(王者荣耀)>와 중국판 배틀그라운드 <화평정영(和平精英)>은 뱀의 해 한정 스킨 출시, 인기 모드 업그레이드, IP 콜라보, 지역 문화·관광 연계 이벤트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으로 기존 유저의 충성도를 성공적으로 유지했다.

해외 매출도 23% 성장한 166억 위안을 달성했다.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클래시 로얄>, PUBG 모바일 등 기존 인기 타이틀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성장을 견인했다. 다만 중국 내외를 막론하고 신작보다 기존 IP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마케팅 서비스 부문은 전년동기대비 20% 증가한 319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AI 기반 광고 플랫폼 고도화, 위챗(微信) 내 광고 생태계 최적화, 스핀하오(视频号) 및 미니 프로그램과 위챗 검색의 결합 광고 등이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

제임스 미쉘 텐센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광고 인벤토리를 인위적으로 늘리지 않았다”며 “트래픽 증가와 광고 기술 발전이 핵심”이라고 성장 배경을 설명했다.

리우즈핑(刘炽平) 텐센트 총재는 향후 전망에 대해 “위챗 생태계 내에서 광고 클릭부터 미니 프로그램 거래까지 연결되는 클로즈드 루프를 구축할 수 있다면 광고주의 클릭당 가치와 투자 의향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테크와 기업서비스 매출은 5% 성장한 549억 위안을 기록했으며, 매출 총이익은 16% 급증한 276억 위안에 달했다. 결제 서비스와 클라우드 사업의 수익성 향상, 소비자 대출 및 자산관리 서비스 매출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소셜네트워크 부문도 7% 성장한 326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텐센트 비디오와 음악 플랫폼의 유료 가입자 수는 각각 1억 1,700만 명, 1억 2,300만 명으로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텐센트의 이번 실적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AI in All’ 전략의 가시적 성과다. 1분기 연구개발 비용은 21% 증가한 189억 위안으로, 전사적인 AI 투자 강화를 뒷받침했다.

게임 부문에서는 AI 도우미 및 AI 팀메이트 기능 도입으로 장수 게임의 활성도를 제고했으며, 광고 사업에서는 AI 기반 스마트 타깃팅 시스템으로 광고 정밀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핀테크 및 클라우드 사업에서는 클라우드가 AI 도입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리우즈핑 총재는 “AI 기술을 핵심 서비스에 통합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AI 기술 적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텐센트의 이번 실적은 전통적인 강점 분야인 게임과 소셜네트워크를 바탕으로 AI 기술을 통한 사업 혁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AI 생태계 구축과 기존 사업 부문의 시너지 창출이 지속적인 성장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징둥, 2025년 1분기 3년내 최고 성장률… 전방위 사업 혁신

중국 최대 이커머스업체 중 하나인 징둥(JD.com, 京东)의 2025년 1분기 실적이 최근 3년간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며 사업 다각화 전략의 성과를 입증했다.

징둥의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8% 급증한 3,011억 위안(약 58조원)을 달성했다. 조정후 순이익은 43.4% 상승한 128억 위안(약 2조 4,798억원)으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핵심 사업인 커머스 부문은 16.3% 성장한 2,638억 4,500만 위안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37.8% 증가한 128억 위안에 달했다. 주력 상품별로는 디지털 가전이 17.1% 성장한 1,443억 위안, 일상생활용품이 14.9% 증가한 980억 1,400만 위안, 플랫폼과 광고서비스가 15.7% 상승한 223억 2천만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징둥은 샤오미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제품 브랜드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며 제품 혁신과 마케팅 전략에서 시너지를 창출했다. 또한 글로벌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신제품을 온라인 단독으로 선보이며 통합 공급망 역량을 극대화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신제품 성장 백천억’ 프로젝트다. 이는 연간 매출 100만 위안 돌파 신제품 6만 개, 1천만 위안 돌파 신제품 6천 개, 1억 위안 돌파 신제품 600개를 목표로 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징둥은 최근 발표한 2천억 위안(약 38조원) 규모의 수출 내수전환 지원 계획도 주목받고 있다. 향후 1년간 총 2천억 위안 이상의 수출 제품을 내수 시장용으로 대규모 구매한다는 내용으로, 4월 말 기준 이미 1만 개 이상의 기업이 징둥과 실질적인 구매 협상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수출 기업들의 내수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품질 좋은 수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물류 부문인 징둥물류는 매출 11.5% 증가한 469억 6,700만 위안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35.27% 감소한 14억 5천만 위안에 그쳤다. 통합 공급망 매출은 13.2% 성장한 232억 위안이며, 외부 고객사는 13.1% 증가한 6만 3천 개에 달했다.

징둥물류는 1월 제10호 전용 화물기 운항 개시로 항공 화물 네트워크를 확장했으며, 이는 지역간 배송시간 단축과 신선식품 등 고부가가치 물류 부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폴란드 바르샤바 제2 창고가 공식 가동되어 기존 창고들과 함께 폴란드 전역을 아우르는 물류 허브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술 혁신 면에서는 AI, 빅데이터, 운용 최적화 기술을 탑재한 ‘JD물류 슈퍼브레인(京东物流超脑)’을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즈랑(智狼) 제품 피킹 시스템, 무인차량, 드론 등도 도입되어 비용 절감과 효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1월에는 도심 저고도 물류 배송을 위한 차세대 다중회전익 드론 ‘JDX20 징취에(京鹊)’도 출시했다.

징둥와이마이(京东外卖), 징시(京喜) 등 신사업 매출은 18.1% 급증한 58억 위안을 기록했으나 13억 2,700만 위안의 적자를 냈다. 이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의 결과다.

징둥은 외식배달 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해 5월 1일 이전 입점 업체에 대한 연간 수수료 전액 면제라는 파격적 혜택을 제시했다. 상인들에게는 0% 수수료, 라이더에게는 사회보험 제공, 소비자에게는 파격적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삼위일체 보조금 전략으로 일일 외식 주문 1,000만 건을 달성했다.

징둥의 즉시배송 서비스 확장은 다른 핵심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시배송 서비스를 통한 플랫폼 유입 사용자가 전통 쇼핑몰 플랫폼으로도 유입되어 일상용품, 식품, 패션 등 ‘일상소비’ 카테고리 매출을 14.9%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징둥이 단순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넘어 온디맨드 기반의 종합 소비 생태계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서비스와 적극적인 시장 확장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어, 향후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플래텀 중국 연구소 소장 /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시선으로 중국 현황을 관찰하고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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