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창업 페스티벌2018] 가죽 자켓 입고 무대에 선 공무원들
“현장에 더 자주 가서 소통하겠다. 좋은 이야기 많이 해준 창업자들에게 감사하다. 도움이 되는 정책을 부지런히 만들겠다.”
9일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창업벤처혁신실 사용설명서’와 ‘규제샌드박스 설명회’는 정부의 창업진흥 정책 소개 및 스타트업의 효율적인 정부 시스템 활용 방법을 안내하는 포럼형식의 자리였다. 이 행사는 3일 간 열린 ‘벤처창업 페스티벌2018’ 주요 행사 중 하나였다.
고위 공무원을 제외하고 실무 공무원 십수명이 무대에 올라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는 흔치않다. 게다가 청중 대다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었다. 정부가 창업 현장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행사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 소속 사무관들이 창업국, 벤처국, 기술국의 역할을 소개했으며, 규제샌드박스가 신설된 산업융합법(산업부), 정보통신융합법(과기정통부), 지역특구법(중기부) 개정안도 부서 담당자의 입으로 설명되었다.
이하 석종훈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 실장, 전세희 서기관, 김민지 사무관, 이창연 사무관이 나선 ‘창업벤처혁신실 사용설명서’ Q&A세션 정리.
창업벤처혁신실은 조직명에 ‘혁신’이 들어가 있다. 제도와 정책의 혁신도 있겠지만, 공무원 조직의 혁신도 필요할텐데.
석종훈 실장: 민간 영역이 성장과 효율을 중요시하는데 비해 공공영역은 그것과 함께 절차의 정당성, 공정성 등을 따져야 한다. 일례로, 지난해 11월에 발표된 벤처생태계 조성 정책이 아직도 실현되지 못 하고 있다. 이유는 토대가 되는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절차적 이슈를 어떻게 효율화할지 고민이 많다.
이창연 사무관: 공공성을 추구하다보니 현장의 속도에 안 맞는 부분이 있다. 답답하다는 의견도 많이 듣는다. 사실 나도 공무원이 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조직에 들어오니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말로만 혁신을 부르짖는게 아니게 모두가 노력 중이다.
중기부가 노력 중이라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현장에서 스타트업이 어떤 혁신을 추구하는지, 어떤 산업을 만드는지는 잘 모른다는 의견이 있다. O2O와 디지털 플랫폼 등 스타트업이 일으키는 산업을 돕는 정책이 있다면.
전세희 서기관 : O2O 부분에 있는 규제 때문에 이슈가 있다. 스타트업과 기존 산업군의 충돌도 있었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점진적인 변화는 있다고 말하고 싶다. 중기부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게 더 많을거다. 잘못된 건 비판하고 더 목소리를 내달라. 원활한 소통 속에서 더 큰 변화가 있을거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에 빠르게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 이슈가 생겨 정부 부처를 간다해도 누구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석종훈 실장 : 중기부가 대전에 있기에 직접 오기 쉽지 않다. 그래서 12월 경 현장에 사무소를 열려고 한다. 스타트업처럼 공유오피스 중 한 곳에 사무소를 열어 서너 명의 직원이 상주할거다. 그런 공간들을 많이 만들겠다. 사업을 하다가 궁금한 점이 있다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와 달라. 우리도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하겠다. 오늘같은 자리가 소중하다. 피드백을 받아 최선을 다해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이런 소통을 계속하겠다.
창업 정책이 수도권 지역에 밀집된다는 느낌이 있다. 지역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석종훈 실장 : 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지역 순회도 하고있다. 한 가지 기억해 줄 부분은, 불편한 것이나 의문사항, 제보할 것이 있다면 1357을 기억해달라. 중기부 대표 전화번호다. 도움을 줄 수 있을거다. 또 홍종학 장관이나 나나 페이스북을 통해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많은 부분이 해결될거라 본다.
왜 청년창업 지원에서 나이제한(만 39세)이 있는가. 이를 없앨 계획은 없나.
김민지 사무관 : 고용부의 청년지원책에 나이제한은 34세다. 그에 비해 창업지원은 39세로 많이 늘려놓은 편에 속한다. 나이 기준을 없애기 보다는 청년위주로 짜여진 정책에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갈 계획이다.
석종훈 실장 : 중기부가 하는 것 중에 바우처사업이 있다. 39세 미만 청년이 창업을 하면 1억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제도다. 내년부터 이 사업에 한해 나이가 폐지된다. 현재 규정을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다. 법 통과가 없어도 나이 제한 등 창업에 필요없는 관문이 있다면 고쳐나가겠다.
정부 자금은 세금이다.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있다. R&D자금 등을 그냥 주기보다는 융자 등 기업이 책임질 수 있게 하는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창연 사무관 : 우리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R&D자금을 출연해 지원하는 배경에는 ‘도전’에 있다. 당장 창업한 기업은 R&D를 할 자금력이 부족하다. 창업생태계 활성화를위해 마중물정도는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정책을 통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자평한다. 부정사용은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사용을 하려는 기업이 융자라고 해서 안 할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중소기업기술정부진흥원에서 자금집행 특별점검이나 회계법인 등을 통해 관리를 한다. 부정사용 안 하게 관리를 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일부의 부정사용 때문에 제도를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석종훈 실장 : 결론적으로 지원보다는 기업이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는게 맞다. 정부의 지원이 비효율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꺼번에 가지는 못한다. 점차적으로 옮겨가게 노력하겠다.
최성진 대표 : 일부의 악용사례로 관리 감독이나 규정이 강화되면 잘 지키는 사업자들이 힘들어진다. 행정력도 소모가 된다. 잘 지키는 사람이 편하게 하되 한 번 걸리면 일벌백계로 다시는 이 생태계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하는게 맞다고 본다. 내 의견이라기보다는 창업자들의 목소리이다.
창업 지원정책 상당수가 3년 미만 기업에 몰려있다. 3년 이상 7년 이하, 데스밸리 기간에 맞는 정책은 없나.
이창연 사무관 : 3년 이상 기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데스밸리 이후, 5~7년 차 기업의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현재 R&D사업은 1년부터 7년까지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세희 서기관 : 과거에는 예비창업자와 초기창업자 지원이 많았지만, 현재는 데스밸리 구간을 지나는 기업의 지원을 대폭 늘렸다. 아울러 최근에는 스케일업하는 기업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중기청에서 중기부가 된 뒤 가장 크게 바뀐건 뭐라고 보나. 그리고 창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석종훈 실장 : 현장에 자주 가서 소통하고 만나겠다. 좋은 이야기 많이 해준 창업자들에게 감사하다. 창업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부지런히 만들겠다.
전세희 서기관 : 청에서 부가된 다음에 인지도가 달라졌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에 국민이 더 관심을 가져준다. 스타트업과 생태계 성장에서 보람을 찾도록 하겠다.
김민지 사무관 : 업무의 범위가 세분화되어 지원 타겟팅이 명확해 졌다. 중기청 때는 창업과 벤처가 섞여서 정책이 모호한 측면이 있었는데, 부로 바뀐 뒤 세분화되어 명확히 지원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기업을 하기 용이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창연 사무관 : 부로 승격된 다음에 창업과 기술관련 의제로 다른 부처와 논의를 할 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현장에 도움이 되게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