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s Story #44] 독자들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업방향! 북잼 조한열 대표
플래텀(이하 ‘플’) : 안녕하세요. 대표님!
북잼 조한열대표(이하 ‘조’) : 어서오세요. 사무실까지 찾아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플 : 우선 간단히 북잼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조 : 북잼은 전자책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저희는 많은 책을 판매하는 것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게끔, 읽고 싶게끔 만드는 것을 주안점으로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중은 자기 관심사가 포함된 책만을 찾거나 읽지는 않잖아요? 누군가 추천해 주기를 바라고, 셀렙이나 지인 등의 추천에 의해 다른 분야 도서에도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죠. 그래서 북잼은 기존의 나와있는 콘텐츠들을 큐레이션해 소장하고 싶은 전자책 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고요.
플 : 북잼의 사업방향과 밀접한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조 : 저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중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X파일의 스컬리, 남녀생활탐구로 잘 알려진 유명 성우 서혜정씨와 함께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인데요.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서혜정씨가 소설을 낭독해 주시고 그 소설을 저희 앱에서 바로 찾아서 볼 수 있도록 하는 형태의 서비스에요.
서혜정씨는 ‘서혜정의 오디오 북 카페‘라는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거기에서 소설을 너무 맛깔나게 낭독해 주고 계세요. 책을 읽게끔, 구매하게끔 만들어 주시는 거죠. 그 부분에서 저희와의 접점을 찾았어요. 이러한 시도는 제 경험과도 유관해요. 또다른 팟캐스트 방송인 ‘이동진의 빨간책방‘도 저희가 앱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해당 방송에서 이동진씨가 소개한 책들을 저희가 만든 앱에서 바로 판매하는 형태인거죠.
이런식으로 저희는 테마가 있고, 그 테마에서 읽을만한 거리를 주면서 책을 좀 더 읽고 싶게끔 만드는 형태로 전자책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플 : 사람 손을 많이 거치는 사업형태인거네요.
조 : 그렇죠. 아무래도 큐레이션이니까요. ‘책 읽어주는 여자’처럼 저희가 직접 큐레이션을 할 수도 있지만, ‘이동진의 빨간책방’처럼 다른 곳에서 큐레이션된 것을 저희가 연결시킬수도 있는 형태인거죠. 후자쪽이라면 플래텀과 북잼의 협업도 가능하겠죠. 그동안 플래텀에 연재되었었던 내용들을 모아서 ‘플래텀북스’라고 형태로 만들수도 있는거에요.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매체의 콘텐츠와 전자책이 결합되면 상당히 괜찮은 것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콘텐츠들을 전자책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은 저희가 잘 연구해야 겠지만요.
이렇듯이 기존에 나와있는 콘텐츠들을 잘 활용해서 책으로 엮는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토리 텔링이 중요하다고 봐요.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분들과 협업을 하고 싶은 이유기도 하고요.
플 : 북잼 서비스에 킬러 콘텐츠는 있겠지만 다양성 측면에서는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을텐데요?
조 : 서비스 내에 모든 책이 다 있다는 것은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유통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종합물처럼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전혀없고요.
플 :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조 : 제가 북잼 이전에는 인터큐비트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몸담고 있었는데요. 사실 북잼은 인터큐비트에서 만들고 있던 SNS 명칭이었어요. 중간에 전자책을 만들어 보자고 해서 북잼이란 이름으로 별도의 법인을 만들게 되었죠. 그게 2011년 3월 즈음이에요.
사실 저희가 전자책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0년 8 ~ 9월즈음이에요.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뛰어들었다기 보다는 용역개념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시작은 이렇습니다. 어느 출판사에서 ‘책을 앱으로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었어요. 당시 앱 만드는 시세가 대략 6,000만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는데요. 아이폰 초창기였던지라 앱 제작 가격이 굉장히 높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책을 앱으로 만드는 것은 규모가 적기에 앱 당 2,000만원 정도 생각하고 출판사에 견적을 드렸었죠. 그런데 출판사의 반응은 ‘미쳤냐’는 거였어요(웃음). 권수를 많이 발주해 주면 400만원 정도로 가격을 낮춰주겠다고 다시 제시했었어요. 당시 저희 사업방향은 전자책보다는 큐레이션 쪽이었기에 저희 일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권 수만 많다면 저희가 하려는 일을 할 수 있겠다라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죠. 그런데 출판사가 그것도 안되겠다고 난색을 표하는 거에요(웃음).
플 : 그정도되면 일을 접기 마련인데요(웃음).
조 : 그런 생각 왜 안했겠어요. 하지만 이 전자책 시장에 비전이 보이더라고요. 저희가 잘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도 판단했고요. 그래서 출판사한테 다시 역제안을 했어요. 돈 안받고 RS로 하겠다고요. 미친짓을 한거죠(웃음).
플 : 지금까지 전자책 시장에 계신것으로 봐서는 당시 어느정도 결과가 나왔을거라 예상됩니다.
조 : 좋던 나쁘던 간에 미친짓을 하면 미친결과가 따라오게 마련이더라고요. 한 달 정도 걸려서 앱을 제작해 앱스토어에 올렸는데요. 그게 앱스토어 전체카테고리에서 2위를 한거에요.
물론 당시는 시장이 매우 작아서 숫자로 보면 그다지 높은 수치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시장과 수요가 있음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게된 계기였고 좀더 진지하게 이 일을 생각하게 됬죠. 더불어 앱을 만드는데 치중할게 아니라 책을 좀 더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포맷기술과 툴을 갖추는 것을 고민했어요. 그것이 확립되면 저렴하게 갈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요.
플 : 정해진 포맷이 있으면 콘텐츠만 넣으면 될테니까요.
조 : 그렇죠. 그때부터 포맷을 고민하기 시작했죠. 그렇게해서 탄생한 것이 자체 개발한 BXP 포맷이에요. 이 포맷은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디지털 매뉴얼 제작에 가장 적합한 포맷이에요. 또한 당시 전자책들의 품질수준이 낮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아예 따로 만들자’ 라는 또 하나의 미친결정을 내렸어요. RS로 가고 자체 판매수로 간다고 했을때 다들 저희한테 미쳤다고 했습니다. 어느 매체 기자분은 저희 인터뷰를 하고도 회사가 망할 것 같아서 기사를 안실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플 : 출판사 측에서 북잼과 일을 같이 안할 이유가 없겠네요. 국내 유명 출판사들 상당수가 북잼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겠고요.
조 : 사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저희랑 하면 비용이 안들어요. 리스크는 저희가 감당하는거니까요. 물론 저희는 전자책 시장이 성숙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하에 투자를 한거고요. 당시 RS를 하면서 포맷도 개발하고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니 출판업계에 소문이 퍼졌어죠. 2011년 1월 말 포맷을 개발하고 위즈돔하우스와 처음으로 만든 앱이 또 앱스토어 2위를 기록했어요. 한 달 동안 15,000개나 판매 됬고요. 처음에는 저희가 출판사를 찾아 갔지만 그 이후에는 출판사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일이 잣아졌고요. 사실 저희 이전에는 개발사들이 용역비용을 받고 제작해 주는 모델밖에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대형 출판사가 아니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기 어려웠어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비용부담 문제 때문에 못들어오는 거였죠. 그래서 저희가 그런 중견 출판사들과 RS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거였고요. 저희가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다보니 출판사분들과도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서로 많이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저희나 출판사나 퀄리티에 대해서 계속 연구해서 발전해 나갈수 밖에 없고요.
플 : 출시하는 앱 모두가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나요?
조 : 저는 모두 다 잘 나갈줄 알았지만 그렇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앱 하나가 30개 정도 밖에 안 팔린 것도 있어요.
플 : 출판사들과 꾸준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품질관리도 있어야 할텐데요?
조 : 맞습니다. 좋은 콘텐츠들은 움직임이 무거운 출판사들이 가지고 있어요. 근데 그런 출판사들을 설득하는 거는 품질밖에 없습니다.
플 : 지금의 서비스에서 더 발전된 형태로의 서비스 개발도 준비하고 계신가요?
조 : 거창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회심의 역작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클라우드 서재(書齋)’인데요. 현재 개발중이에요. 이 서비스는 어느 앱에서 구매했던지 간에 자신의 클라우드서재로 들어가 꽂아 놓으면 평생 보관이 가능한 것이죠. 디바이스를 바꾼다거나 앱이 사라져도 전환이 용이하고요. 또 디바이스 간 책갈피나 메모 같은것들도 동기화 할 수 있는 기능도 생각중이에요. 아마 클라우드서재가 향후 저희 플랫폼의 핵심 근간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조만간 보실 수 있을겁니다.
플 : N스크린 기능은 이해했는데요. 책갈피나 메모 기능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조 : 플래텀의 기사가 앱으로 나온다고 가정해 보죠.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딘가에 보관해 놓고 계속 보고 싶은 기사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기사 링크가 깨질 수도 있고, 다른 사정으로 해당 콘텐츠가 없어질 수도 있고, 검색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해소하는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모아놓고 볼 수 있게끔 하는 기능입니다.
플 : 클라우드 서재가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환영을 받을 수 있겠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난색을 표하지는 않을까요? 단적으로 누군가가 책을 구매한 다음에 아이디와 비번을 공유해 버릴수도 있잖아요? 거기에 대한 출판사들의 반발은 없었나요?
조 : 워낙 독자들 요구가 거세니까 딱히 반발은 없었고요. 대신에 다섯대로 기기제한은 있어요. 그런 제한은 어떤 유통사들이나 다 가지고 있기에 큰 이슈는 아니라고 보고요. 다만 광고가 보이는 무료 콘텐츠가 아닌 유료 콘텐츠의 경우는 그런 분위기가 은연중 보이기는 해요. 하지만 요즘 출판업계 불황이 워낙 심하다보니 무마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이러니 하지만 출판업계 불황으로 인해 전자책 출판시장이 더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출판사들이 조금 더 공격적인 정책을 세울 가능성도 있고요.
플 : 북잼의 공격적인 전략이 돋보이고, 또 현재 활발히 사업이 진행되는 것도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오시기에 힘드셨을거라고 봅니다.
조 : 물론 힘들었습니다(웃음). 몇 번의 큰 결정이 있었는데요. 2011년 말, 저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은 외주용역을 시키지 않았고 전자책에 올인 시키는 결정을 내렸어요. 당연히 회사 재무상태가 전보다 좋을 수는 없었겠죠(웃음). 이후에 본엔젤스에서 투자를 받기도 했고요. 아주 어려울 때마다 중간중간에 숨통을 틔어주는 일들이 발생해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현재는 외부 용역을 완전히 끊고 전자책에 올인을 하고 있습니다.
플 : 외부에서는 경쟁자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전자책 업계분들이 단합이 잘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지켜본 바 서로 정보 공유도 잘되고 협업도 잘되는듯 싶은데요. 몇 몇 업계를 보면 경쟁사를 떠나 동종업계에 있으면 서로 ‘으르렁’ 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조 : 이쪽은 아직 ‘으르렁’ 댈만큼의 단계까지 안간거죠(웃음). 농담이고요. 저는 2011년말에 전자출판협회에서 혁신상을 받은 이후에 이그나잇스파크 최환진대표님의 소개를 통해 다른 분들과 친해지게 되었어요. 당시 5개 업체가 상을 받았는데 저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체가 최환진 대표님과 네트워크가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최대표님께 연락을 드리고 좋은 인연을 시작했죠. 여담입니다만, 최대표님은 당시 저희 회사의 존재 자체를 모르셨다고 해요(웃음).
업계분들과 친해지고 나니까 믿고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아직 시장이 작아서 파이다툼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고 같이 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하기에 향후 5년 내에는 더 많이 것들을 협업할 수 있을거라 보입니다.
플 : 북잼은 플랫폼으로써의 진화가능성이 보이는데요. 실제로 발행되는 책의 규모도 과거에 비해 현격히 늘어나는 중이고요. 특히 북잼의 BXP포맷에 대한 호평을 듣고 있습니다.
조 :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굉장히 예쁘게 나오죠? 출판사들도 처음에는 다 그림인줄 아시더라고요. 가끔은 그림으로 작업한다고 오해를 사기도 해요(웃음). 하지만 저희 BXP 포맷이 레이아웃을 자동으로 매치한다는 것을 알면 좋아하시더라구요.
플 : 대표님이 보시기에 어떻게 해야 독자들이 지갑을 열고 콘텐츠를 사볼까요?
조 :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독자들이나 고객, 사용자들은 50,000원을 지출할때와 500원을 지출할때 똑같은 고민을 한다고 봐요. 더불어 약간의 차이도 구분해 낼만큼 눈이 날카로워요. 그래서 품질적인 것들을 가지고 설득해 나가야 고객들이 지갑을 열 수 있겠다라고 봅니다. 이는 그저 생각이 아니라 얼마전 직접 체득한 부분이에요. 그 때문에 자신감이 높아지는 중이기도 하고요. 여기에 발맞춰서 저희의 뷰어기능을 더 고도화 시켜 업데이트할 계획을 지니고 있습니다. 콘텐츠 파워가 있고, 기술있고, 예쁘게 결과물이 잘 나와있고, 구매하기도 편하고, 이러한 것들이 박자가 맞는다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플 : 끝으로 알리고 싶으신 소식이 있다면요?
조 : 허영만 화백의 식객 앱이 곧 앱스토어에 출시됩니다. 현재 검수를 기다리는 중인데요. 이번주 1박 2일에 허영만 선생님이 출연하시는데 빨리 검수가 끝났으면 좋겠어요(웃음).
플 : 저희도 빨리 검수가 끝나길 바라겠습니다(웃음). 북잼의 하반기가 기대되네요. 오늘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 : 감사합니다.
[편집자 주 : <서혜정의 오디오 북카페>,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비롯해 책 읽어주는 팟캐스트는 다수 존재한다. 특히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창비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책 읽는 라디오>, <라디오 북클럽 방현주입니다 >, <책 즐겁게 듣자>등은 인기 팟캐스트 방송이다.]
인터뷰정리 : 현수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