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코노미 포럼] “정부 플랫폼 중 제대로 된 것은 청와대 청원사이트 하나 뿐”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서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 2018’이 개막했다. ‘플랫폼 경제’와 ‘창업가 정신’을 축으로 22, 23일 양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글로벌 플랫폼 경제의 트렌드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이 논의되었다.
22일에는 정주환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 이재웅 쏘카 대표, 유병준 서울대 교수 등 인사가 ‘디지털 경제 시대와 플랫폼 이코노미’를 주제로 노변정담을 나눴다. 이날 규제샌드박스와 관련된 싱가포르 사례를 발표한 로이테오 싱가포르 통화청 금융센터개발국장이 동석했으며, 모더레이터는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가 맡았다. 이하 각 패널 발언 타임라인 순 정리.
우리나라에서 아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안 일어나는 영역은 어디있을까? 일어날법도 한데 안 일어나는 분야는 어디가 있을까.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유병준
급한 부분은 정부섹터다. 정부가 플랫폼 이야기를 한지는 오래 됐는데, 제대로된 것은 없었다. 제대로 된 플랫폼은 청와대 청원사이트 하나밖에는 없다. 각 부서가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지지부진하고 쓸 수 있는게 없다.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부서간 이기주기는 버려야 한다. 민간영역에선 플랫폼의 주요소인 오픈과 소통이 부족하고 제한적이고, 폐쇄적이다. 해결되어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그리고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가 안 되고 있는데, 정부가 규제를 풀어야 한다. 골목 상권 보호 이야기를 하는데, 수요자와 공급자는 젊은층이다. 비효율적인 구사업 보호가 그들의 일자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가장 큰 일자리는 디지털 산업에 있다.
정부부터 ‘혁신성장’을 말한다. 혁신과 성장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기도 하지만, 둘 다 잡기 힘든 토끼이기도 하다. 이재웅 대표는 창조적이고 파괴적이고 지속가능해야 한다고 오늘 강연에서 강조했다. 또 ‘제로썸’이 아니라 ‘플러스썸(plus-sum)’이 되어야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사례 중 지역주민이 불편해 한다는 것도 있다. 살지도 않는 사람이 임대료 장사를 하기도 한다는 불만도 있다. 그런 시회적 썸(sum)은 어떻게 봐야할까.
이재웅
플러스썸에 대한 고민은 기업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해야한다. 변화에는 피해자와 수해자가 있다. 에어비앤비의 문제, 우버의 문제 등 마이너스 요소는 어디에든 있다. 관건은 전체사회의 합이 커지느냐가 더 중요하겠다. 산업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현재보다 미래다. 10년뒤 변화를 전제로 놓고 플러스썸을 논해야 한다. 당장 누가 더 가지고가고 뺏기고하는 관점은 아니다. 쏘카는 차량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꿔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를 노린다. 그게 몇십 조원 규모라고 본다. 그 범위에는 택시도 포함되어 있다.
로이테오 국장은 강연에서 싱가포르 금융 트렌스포메이션, 인에이블러(Enabler), 규제샌드박스 이야기를 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기에 특별한 국가적인 전략이 필요했을거다. 금융섹터가 13%나 차지한다. 반면에 한국은 싱가포르보다 인구가 많고, 영토도 크다. 한국이 싱가포르같은 사례를 도입할 때 어떤 것을 유념해야 할까. 그리고 싱가포르 규제샌드박스 성공사례가 있다면.
로이테오
싱가포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규제샌드박스를 성공적으로 졸업한 케이스가 있다. 샌드박스 내에서 혁신을 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낸 기업을 보는 것은 싱가포르 당국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규제샌드박스가 제대로 되려면 정부차원에서 혁신을 독려하는게 중요하다. 즉, 엄격한 규제로 제한을 두는게 아니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혁신을 발생시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칙, 원칙만 주장하면 변화가 생길리 없다. 뭘 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시간만 간다. 규제가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유연성을 가져야 변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싱가포르는 그런 기조로 갔다.
카카오택시는 일상에 혁신을 부여한 플랫폼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객과 함께 발전시킬 수 있을까.
정주환
카카오택시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을 통해 변화가 일어났다. 또 스마트시티라는 키워드로 도시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가 디지털화 되고 있다.택시가 얼마나 비어있고, 얼마나 많은 수요가 어느지점에 어느시간에 발생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데이터의 디지털화는 의미있다. 서울시의 오픈데이터로 학생들이 만든 서울버스라는 앱도 나왔다. 공공데이터의 유의미한 활용이자 참여형 형태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다양한 사업자, 시민들이 공유하고 활용하다면 또다른 혁신이 나올거라 본다.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도 데이터의 공공적, 공유적 활용에 노력을 해야한다. 시민이 직접 불편함을 해결하는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다. 도시혁신에 좋은 기재가 될거라 본다.
이 자리에는 학계, 업계, 외국계 공무원 앉아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섹터에 기대하는 바를 말해달라.
유병준
두 가지다. 인터넷기업이 혁신기업이라 불리우는 것이 반해, 데이터 공개를 잘 안한다.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자료 요청을 해도 IR자료 외에는 주지 않는다. 기업 성과 수치가 여러 발표에서 나오지만 그 데이터를 실제로 본적은 없다. 학계에 기업을 좋게 평가해달라 말만하지말고 데이터를 보여달라.
그리고 분석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공공데이터는 분석할만한 것이 없고 기업들 데이터는 질이 좋지 않다. DB 셋업이 잘 안 된 경우도 많다. 어느정도 성장한 기업은 데이터를 유용하게 구축했으면 좋겠다. 아울러 일관되고 목적성이 있는 데이터도 없다. 비교가치도 떨어지고 기준도 자꾸 바뀐다. 이는 국내기업이 미국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재웅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달라는 거다. 뒷짐지고 있으면 안 된다. 기업도 지속가능한 혁신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다. 정부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기업의 시대적 사명이다. 그런 고민을 적극적으로 해야한다.
로이테오
국가 전체 방향성이 먼저 설정되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생태계 관계자들의 합의도 필요하다. 각각 산업이 따로가 아니라 함께 움직여야 한다. 민간과 공공부문이함께 환경 조성을 자연스럽게 혁신이 발생할거라 본다.
정주환
큰 틀에서 방향성이 있겠지만, 빠르게 혁신성장을 하려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리 재단하고 시도를 가로막으면 안 된다.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우려되는 부분은 보완해도 된다.
제일 소중한 자원은,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에너지를 막거나 꺽으면 안 된다. 아울러 지속적이어야 한다. 정부든 민간이든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는 많이 공유하려 하는데, 요청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없다. 우린 리포트(카카오모빌리티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많은 힌트를 얻었으면 한다.
만약에 시장에 커다른 플랫폼이 있을때 후발주자는 어떻게 해야하나. 조언을 해준다면.
이재웅
혁신을 해야한다. 똑같은 영역에 똑같은 데이터로른 경쟁이 안 된다. 20년 전에는 네이버도 카카오도 없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10년 전에는 없었다. 이 기업들은 스스로 데이터를 모아서 컸다. 큰 기업에게 양보를 받아 성장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