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人사이트] 스타트업 면접에서 물어봐야 할 것
지난해 9월 매칭플랫폼빌더 ‘마켓디자이너스’와 ‘튜터링’이 합병한 이후 주요 인사는 튜터링의 최경희 공동대표가 CCO(최고 문화책임자)로 선임된 것입니다. 둘이었던 조직의 원활한 통합과 문화 구축을 위해 최 CCO는 이 역할을 맡은 뒤 리버스멘토링, 임원 마음가짐 코칭, 내부 독서장려 등 임직원을 위한 여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통해 회사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최 CCO는 에듀조선, 인크루트 등에서 인사 교육 관련 커리어를 쌓은뒤 서울시 일자리 실무위원을 거쳐 에듀테크 튜터링을 창업한 사람입니다. 스타트업, 대기업, 공공기관에 이르는 다양한 조직에서 HR 분야를 경험한 셈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기업 HR을 들어봤습니다.
CCO라는 직책이 흔한건 아니에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합병한 튜터링과 마켓디자이너스 조직원 모두 ‘하나’로 느껴질 수 있도록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 과제예요. 실무 과제론 고용 브랜딩과 임원들이 일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고요. 고용 브랜딩은 회사의 노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좋은 인재 채용을 돕는 것이에요. 지속적인 회사 문화 구축을 통한 근속년수 증가도 이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고 임원 멘탈 코칭을 시행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임원은 지쳐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긍정적인 조직문화 형성을 돕기 위해서 실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 속도만큼 빠르게 접근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건강한 조직문화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해요.
건강하고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세부적으로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요.
각각 다른 조직이 물리적으로 합쳐졌기 때문에,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연한 조직문화는 업무적으로 얼마나 자유롭게 일하느냐의 관건이에요. 업무 공유, 결재, 의견 제시의 유연성이 조직문화에 녹아들어야 해요. 그걸 중점으로 보고 있어요. 아울러 이를 위한 업무툴 도입도 적극 추진하고 있어요. 그간 트렐로, 먼데이, 슬랙 등 다양한 툴을 테스트하며 적용 과정을 거쳤습니다. 초기기업에서 이러한 툴 도입은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손실 최소화와 향후 미스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업무 피로도와 경직도를 고려한다면, 이러한 툴 도입은 유연한 업무 기반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 중 하나라고 봐요. 단, 새로운 툴을 도입할 때는 테스크 팀이 우선 사용한 뒤 목적과 이유, 활용 방법을 사내에 공유해 당위를 명확히 했습니다.
스타트업은 10명 미만의 작은 조직, 50명 내외의 중간 조직, 200명을 넘어서는 큰 조직 등 유형이 있어요. 조직의 규모에 따라 주안점을 둬야하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규모와 상관없이 핵심 가치는 같다고 봐요. 다만, 규모에 맞는 방법론(How to)은 다를겁니다. 같이 밥먹을 수 있는 규모일 때와 이를 넘어섰을 때, 공유하는 방식은 달라질 수밖에 없겠죠. 조직이 커져도 잃지 않아야 할 원칙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정직’이라고 봐요. 스타트업은 투명한 운영과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인 신뢰 기반의 기업 유형이잖아요. 우리 회사도 그걸 핵심 가치로 여기고 있어요.
‘신뢰경영’은 뭘까요. 어떤 방식으로 조직에 녹아들어야 할까요.
첫 번째는 조직원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 두 번째는 말한대로 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 신뢰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가치 공유와도 연관된 부분이에요. 약속은 미래의 희망과 비전이 담긴 말이니까요. 확답하기 조심스러워 약속을 하지 않는 리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봐요. 다만 공유할 약속이 없다는 건 팀의 비전과 희망을 공유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봐요.
사수와 부사수로 불리우는, 직장내 선임과 신입 간 관계는 어때야 할까요. 좋은 사수-부사수의 관계 예시로 ‘직원이 퇴사를 상담할 수 있는지’ 여부를 든 것을 봤습니다.
예전 큰 기업에서 일할 때 사수가 ‘본인’이 아닌 ‘회사의 시스템’을 믿으라고 했어요. 저도 일부 동의하는 부분이었어요. 그에 비해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에서 시스템을 믿으라고 할 수는 없겠죠. 본인의 경력을 쌓으며 함께 성장하라고 제안하고 싶어요. 언제든지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관계를 준비하되, 상호 필요한 존재가 돼 붙잡고 싶은 관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기업은 최선의 제도와 문화를 만들려고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어요. 어떤 식으로 보완하고 계신가요.
평소에 내부 구성원과 자주 대화해요. 팀원의 의견을 듣고 복지 및 내부 규정, 조직문화 등에 명확한 가이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례로, ‘출근 복장이 자유롭다’라는 게 어느 정도로 자유로운 것인지 궁금하단 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집 앞 슈퍼가는 복장으로 출근해도 무방하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했어요. 연장선상으로 많이 궁금해하는 요소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요. 회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동일선상에서 맞추기 위해서죠.
마음에 상처되는 의견도 있을 텐데요.
고마움이 더 커요. 회사가 넉넉하지 않아 혜택이 풍족하지 않고, 아직은 브랜딩이 약해 사업적 성과를 명확히 보여줄 수 없는데 직원이 믿고 일해주잖아요. 불만을 가진 사람은 늘 있게 마련이에요. 관건은 그들을 설득하는 거라고 봅니다. 문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약속을 이행하는 신뢰가 중요해요.
많은 HR 담당자가 내부 조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과제라고 말합니다.
경영진과 HR 담당자의 이해선상이 다를 때 고충이 있죠. HR 담당자는 직원이 늘어나도 혼자인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죠. 이럴 땐 동종업계 관계자와의 정보를 교환하길 권하고 싶어요. 다른 조직에서는 어떻게 임직원을 설득 했는지 방법론과 사례를 들을 수 있거든요.
스타트업의 수평적 의사소통 문화, 유연한 조직문화에 기대를 안고 오지만, 실상 그렇지 않아 좌절하는 사람들도 봅니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세요.
면접이란 기업과 구직자 모두가 서로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면접에서 적극적으로 질문할 필요가 있어요. 만약 면접보는 곳에서 ‘우리는 수평적 문화’라고 한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규정이나 제도가 무엇이 있는지를 물어봐야 합니다. 일견 명확해 보이는 표현도 회사별로 정의가 달라요. 미래 계획을 현재의 실행안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요. 유연한 조직 문화를 가졌다고 강조한다면, 그걸 위해 하고 있는 일을 말해달라고 물어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초기 기업에선 열악한 처우와 복지를 대신할 만한 ‘비전 공유’가 조직의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합니다. 비전공유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팀 규모에 상관없이 중요하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비전공유는 대표가 내린 결론을 팀에게 공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전을 만들어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이가 함께 해왔는지가 중요한 것이에요. 그러니 쉽지 않죠. 일례로, 어느 기업은 IR자료를 전직원이 함께 만들었어요. 비전을 공유하는 순간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겠죠.
다독가라고 들었어요. 거기에 그치지 않고 팀 구성원들에게 책읽기를 권한다고요. 어떤걸 기대하는 건가요.
개인 및 팀 성장을 위함이에요. 브런치를 통해 발행한 ‘마케터들이 추천하는 책 12권’, ‘디자이너가 추천하는 책 8권’ 등의 시리즈를 그런 이유로 만들었어요. 업무 연차와 부서에 따라 보는 책 종류가 각각이고, 같은 책이더라도 인사이트가 다르다는 점을 흥미로워해요.
조직관리자가 읽기에 좋은 책 한 권을 소개해주세요.
절판된 책이지만, ‘이너 게임(Inner Game’)을 추천하고 싶어요. 전직 테니스 코치가 선수를 코칭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된 것인데요. 팀원은 즐겁게 일하며 성과를 내는 법을 배울 수 있고, 경영자나 관리자는 코칭 중심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어요. 인상적인 대목은 공을 칠 때 ‘네트를 넘기겠다’가 아닌 ‘공을 치기까지의 순간’을 복기해 성공 순간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부분이에요.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채용이나 인사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관건은 직원이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에서 스스로를 몰입하게 하고, 동기부여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거잖아요. HR담당자의 고민을 들어보면 채용보단 이 점을 더 많이 생각하고요. 이를 구현하고 시스템화 하는 것이 HR 담당자의 궁극적인 고민이라고 봐요. 다만 개인적으로 책 내용 자체에서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임직원 100명 규모 기업의 인사 담당자 모임을 구축해 해당 내용을 공유하고 논의하며 방향성을 잡거나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기업의 조직문화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한 마디 부탁합니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늦게 채용하는 직무 중 하나가 HR분야입니다. 문제는 HR 분야는 노무와도 연결돼 있어 지켜야할 것도 많고, 집안일처럼 잔손이 가는데 반해 일 한 티가 잘 안난다는 데 있어요. 게다가 빠르게 제품을 만들고 성장하는 기업에선 HR업무가 번거롭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임원도 많아요. 하지만 정말 중요한 분야에요. HR업무를 하는 모든 분들이 힘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