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피문데이 브랜딩 캠페인 사례
“그러면, 600만 원 예산으로 두 마케터가 연말 브랜딩 캠페인을 맡아 진행해보세요.”
긴장된다.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번쩍거리는 화려한 영상을 제작해야 할까, SNS에서 통할 만한 단순한 콘텐츠로 광고를 열심히 태워봐야 할까, 인플루언서에게 와장창 제품 협찬을 해서 노출을 일단 늘리고 봐야 할까.
이런 질문을 한 켠에 둔 채로 해피문데이의 <영상을 통한 브랜딩 캠페인> 사(社)내 수공업이 시작되었다.
캠페인의 목표 설정하기
우리의 목표는 분명했다. 2019년으로 넘어가는 기점에 많은 사람들이 해피문데이 생리대를 시도해보게 하는 것, 다시 말해 고객 유치였다. 지금껏 해피문데이 이용자들의 주된 유입 경로는 지인 추천이었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좋다는 의미였지만, 지인 기반의 레퍼럴 만으로 고객 수를 빠르게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타트업으로서 더 많은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시도해보게 만드는 성장의 변곡점은 분명 필요했다.
대한민국에서 월경을 경험하는 여성은 1300만 명(한국리서치, 2002). 그중 약 1만 명의 정기배송 고객들이 각기 다른 자신의 월경주기에 맞춰 해피문데이의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그럼 나머지는? 아직 우리를 모르거나 웹사이트, 오프라인 매장, SNS 등 여러 채널에서 해피문데이를 지나쳐간 사람들은..?
‘우리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을 데려올 방법’에 대한 질문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의 해피문데이 고객들은 왜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가?’, ‘우리는 지금 그들의 월경 경험에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는가?’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해피문데이의 미션은 <국내 생리대 매출 1위 회사>가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여성>에 기여하자는 것임을 기억하며 브랜드의 정체성과 본질에 집중하려 했다.
콘텐츠의 치트키, 강렬하고 흡입력 있는 장면 vs 담담하지만 진정성 있는 스토리
생리대 광고가 아주 많이 돌아다녔다. 유해 물질 사태 이후로 여성들의 월경용품에 대한 불안과 고민은 깊어졌다. 시기가 맞았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해피문데이 제품 런칭 후 1달 만에 ‘생리대 유해 물질 파동’이 터졌고 유기농 생리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해피문데이가 판매하고 있던 생리대는 성분 검사에서도 가장 안전한 수치를 받았었기에, 런칭 초반에 자연스럽게 고객이 늘었다.
파동 이후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여성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잠잠해질 즈음 새롭게 터지는 기사들에, 무엇을 믿고 써야 하는지, 믿을만한 제품이 있기는 한 건지. 그들의 불안을 극대화하면서까지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았다. 당장의 구매는 유도할 수 있더라도 불필요한 피로와 공포를 조장하는 마케팅은 롱런할 수 없을뿐더러 “월경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해피문데이의 방향성과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다시 한 번 해피문데이가 믿는 가치를 생각했다.
- 1. 우리의 월경 경험은 더 나아져야 한다.
- 2. 좋은 제품은 살아남는다. (고객이 원하는)
- 3. 양질의 콘텐츠는 환영받는다. (결국엔)
그래서 고객들이 정말 듣고 싶은 이야기, 타 브랜드와의 비교에 매몰되지 않고, 이분법 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해피문데이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로했다. 비록 순간의 자극을 주지 못할 수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불태우고 자르고 분해하는 장면이 아닌, 3분의 긴 영상을 만들다.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니다. 최근 불태우고 자르고 분해하는 여러 생리대 광고 영상들 속에서 우리가 선택한 방향성이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또, 생리대와 월경이라는 주제의 속성상 ‘여성’이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음에는 틀림 없었지만, 그것이 여성 화자의 입으로 설명했을 때 어떻게 진부하게 느껴질지 또한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피문데이의 대표 도진(DJ) 님의 목소리를 통해 진실된 이야기를 전하되, 이 영상의 주인공은 대표님이 아님을 처음부터 강조하고 기억했다. (스타트업에서 멋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인터뷰 영상은 해피문데이보다는 태용이나 셀레브가 잘 했을 것이다.) 이 영상의 주인공은 해피문데이 생리대와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다. 그 수단으로 우리는 대표 DJ가 아닌 제품 총책임자 DJ를 선택한 것이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외에서 가장 좋은 원부자재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수하여 꼼꼼히 비교하고, 국내의 대부분 생리대 공장을 직접 방문하여 깐깐하게 실랑이하고, 더 나은 설비와 제품 공급 이력, 철학을 가진 공장을 채택하여 5-6 차례 고객의 제품 피드백을 반영해 제품을 개선해간 생산 과정 그 자체, 해피문데이의 내부인이라면 지겹도록 보고 들은 이 과정들을 고객에게 모두 들려주기로 한 것이다.
스크립트를 적고, 영상을 만들어 팀원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거쳐 다시 수정하는 과정의 반복 끝에 3분짜리 긴 영상이 나왔다. 알겠지만, 유튜브 광고를 돌리기에 (특히나 pre-roll 형태의 인스트림 광고에서) 사실상 분량에서는 이미 탈락이다.
사이트 유입률 1620% 상승, 주간매출 20배 상승!
대박. 광고를 돌리기 시작하고는 생각보다 많이 높은 조회율 – 유튜브는 30초 이상 시청한 영상을 ‘조회’로 측정하고 과금한다 -에 마케팅팀은 깜짝 놀랐다. 6초가 지나면 재빨리 스킵을 누르는 유튜브 영상 광고에서 연예인도 없고, 멋들어지는 촬영 효과나 장비도 없이 잔잔하게 내레이션 하는 영상을 3분 동안 본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차차 영상에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진짜 생리대 광고다”, “제품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게 느껴진다”, “대표가 직접 내레이션하고 생리대 원재료까지 다 까서 보여주니 신뢰가 간다”
하나 둘 해피문데이 제품을 쓰던 고객들이 등장하여 자발적으로 해피문데이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 1년째 쓰고 있는데 다른 생리대는 못쓰겠다’는 고객부터, 생식기 부분의 피부 트러블이 사라졌다는 고객,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해피문데이 생리대를 대량 구매해서 외국으로 나간다는 고객까지…
A/B 테스트를 해가며 타게팅을 정밀화해 갈수록 전환 당 단가와 전환율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그 와중에 트위터에서도 터졌다. 여러 트윗이 생겨났고 그중 두 게시물 리트윗 합 50K 달성, 기존 해피문데이 고객들의 뿌듯한 증언들이 모여 고리가 되는 바이럴 루프(viral loop)가 생겨났다. 해당 주의 매출은 광고비 증액 없이 평소 대비 28배 높았다.
2월의 마지막 날, 제품 편 영상이 조회 수 40만을 달성하고 캠페인은 종료되었다. 영상 광고에서 아주 성공적인 전환율을 보였다는 구글 담당자님의 반가운 메일과 함께!
잘 만든 콘텐츠, 그 공로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몇 개 없는 톱니로 돌아가는 톱니바퀴. 이번 브랜딩 캠페인을 통해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에 대해 내린 명쾌한 한 줄 평이다. 아직 짧은 경험으로 스타트업을 정의하기에 부족하겠지만, 이 기간동안 해피문데이라는 조직은 정말 톱니 수는 적지만 힘차게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았다.
이 모든 배경에는, 제작 비용을 줄여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시키는데 투자하자며 장면 기획부터, 촬영, 편집, 수정 끝에 손수 영상을 만들어 낸 컨텐츠팀이 있었다. 썸네일 하나, 문자 배열 하나까지 섬세하게 관여하고 영감을 더해준 디자인 팀이 있었고, 결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결제가 너무 쉬워서 해버렸다는 후기를 만들어낸, 지금의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개발팀이 있었다. 해피문데이 제품 철학을 진정성 있게 담은 이 콘텐츠가 하나의 전시물로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광고 프로세스를 관리해준 마케팅 팀의 공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번 브랜딩의 일등공신, 적어도 생리대 때문에 월경날에 고통받는 일은 없게 하고 싶다며 원재료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 검토하고, 연구하고, 개선해 온 제품팀의 노력이 있다.
회의 중에 한 팀원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실제 내가 한 것은 1 밖에 되지 않는데, 우리의 성과는 10이 나와버려서 이것이 계획에 의한 결과인지 운인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린 생각이었다. 잘 만들어 놓은 영상이 광고로서 잘 관리되고, 여러 채널에 적절하게 배치되었기 때문에 해피문데이의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단단하게 만들어 왔기에, 패키지 속 일러스트 하나에도 의미를 담고 UI/UX를 끊임없이 개선해 왔기에 고객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확산되던 트윗에 발빠르게 웹사이트 링크를 남기고 온 팀원의 재치도 구매전환에 크게 한 몫했다.)
이 중 하나의 톱니가 빠졌으면 어땠을까? 소수이지만 완전체 다운 모습으로 한 걸음씩 함께 나아가는 이 조직. 옆에 앉아 같이 일하는 것만으로 배울 것이 많은 우리 팀, 참으로 멋있다.
마치며
가끔 퍼포먼스 중심의 경쟁적 마케팅 속에서 해피문데이 마케팅 팀의 원칙과 접근 방법이 돌아가는 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캠페인을 통해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꼭 장기적인 관점에서뿐만이 아니라 단기적인 전환 성과에서도 고객이 필요로 하는 메시지를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은 꽤나 많이 강력한 방식의 마케팅임을. vision-driven의 마케팅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오늘도 고민하며, 가치를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스타트업의 마케터들에게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 함께 화이팅!
글 : 해피문데이 마케터 김하경, 문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