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를 비롯해 미국이나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 등 기업이 IT 업계에서 알려져 있었지만, 대중에게 이들기업은 익숙하지 않았고 평가절하되기 쉽상이었다. 샤오미는 애플을 따라하는 많고 많은 산자이 중 하나,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에 투자받기는 했지만 중국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힌 전자상거래 기업, 텐센트는 여러나라 서비스의 장점을 차용한 단순한 UI의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2019년 현재 앞서 언급한 기업을 비롯해 수십 개 기업이 대륙을 벗어나 전세계에 자신들의 프로덕트를 브랜드로 각인시키는 중이다. 전통 산업 분야에서의 인식 전환은 상전벽해 수준이다. 한때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딱지는 품질이 낮은 저가의 제품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세계 IT산업의 트랜드를 살펴볼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중국이 노동집약형 제조업에서 벗어나 기술집약형 스마트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제조업 강국 건설을 위해 인터넷 및 정보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이 일상화되는 중이며, 전통산업에 모바일 인터넷 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 간 인터넷 기술을 융합 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국경없이 퍼지는 온라인 서비스 역시 급격히 확산되는 중이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중국 서비스는 텐센트의 ‘위챗’과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패밀리 앱들이다.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대륙의 시작페이지가 되어 10억 명의 사용자가 쓰는 플랫폼이 되었고, 지난해 11월 11일 하루에만 34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알리바바는 ‘바다 상어(아마존)’와 함께 전자상거래의 ‘악어’가 되었다.
양대 서비스가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면, 밀레니얼 세대를 타겟으로 가장 확장성이 높은 서비스는 쇼트 비디오 애플리케이션 ‘틱톡(TikTok, 더우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트댄스(ByteDance)라는 베이징 스타트업이 내놓은 이 서비스는 현재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탭챗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틱톡은 글로벌 숏 비디오 플랫폼으로 15초 이하의 영상을 자유롭게 촬영하고 다양한 효과를 넣어 다른 이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가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따라서 립싱크하는 영상을 만들 수 있고 다양한 필터 기능을 통해 돋보이게 편집할 수도 있다.
바이트댄스가 이름을 알린 첫 프로덕트는 ‘오늘의 헤드라인’이라는 뜻인 ‘진르터우탸오(今日头条, Toutiao)’였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과다한 정보로 피로감을 느꼈던 중국 모바일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말 기준 진르터우탸오의 가입자는 무려 7억10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글로벌 영역에서 바이트댄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틱톡이다. 틱톡은 현재 150여 개 국가에서 75개 언어로 제공되는 글로벌 서비스다. 2018년 1/4 분기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으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소셜미디어로 자리매김 중이다. 작년 기준 8억 다운로드를 넘었으며 월 액티브 이용자는 5억 명을 넘어섰다. 이 수치보다 높은 앱 서비스는 중국서 위챗이 유일하다.
지난해까지 틱톡의 주요 수치는 아래와 같다.
- –틱톡은 지난해 12월에만 7천 5백만 명의 신규 사용자를 확보했다. 전년 동월 대비 275% 증가한 수치다.
- —틱톡은 지난해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앱 순위(비게임)에서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스북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능가했다. 하반기에 더 성과가 좋았다. 지난해 4/4분기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1위, 구글플레이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 –틱톡은 상위 소셜미디어 중 가장 긴 사용자 체류시간(294 초)을 기록하며 가장 충성도 높은 서비스라 평가되고 있다.
- –틱톡의 MAU(월 액티브 유저)는 5억 명(미국 2,650만)에 달한다.
- –틱톡은 북미 다운로드 수를 빠르게 증가 중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스냅챗의 가장 큰 경쟁자라 할 수 있다.
틱톡은 유튜브를 벗어난 청소년층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재미있게 편집한 동영상을 통해 소통한다. 트랜드에 맞춰 인기있는 비디오 게임, 노래, 듀엣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아시아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기가 높다. 태국에서는 7명 중 1명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동남아시가 전역에서 유사한 통계를 보이고 있다. 플랫폼에서 생성 된 콘텐츠는 젊은층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리믹스되고 재편집되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틱톡의 범확장성은 2년 전인 2017년 바이트댄스가 미국 립싱크 앱 뮤지컬리(Musical.ly)를 8억 달러 이상을 들여 인수하면서 부터다. 틱톡은 이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거대한 사용자 데이터베이스가 있었고,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한 뮤지컬리와 합쳐지면서 수억 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구축 할 수있었다.
유명인 및 셀렙과의 콜라보는 틱톡의 트랜드마크와 같다. 특히 지난해 11월 NBC TV 토크쇼 진행자이자 에미상 수상자인 ‘지미 팰런’과 협업은 미국 사회에서 빠르게 틱톡을 알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미국 문화의 상징적 존재인 팰런이 “tumbleweedingchallenge”라는 온라인 도전 과제를 직접 수행한 영상은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 지난해 일본 가수 캬리 파뮤파뮤(Kyary Pamyu Pamyu)와 푸에르토리코 래퍼 대디 양키(Daddy Yankee) 등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국내 스타 중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팔로워 약 330만 명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1월, 블랙핑크 멤버 제니의 솔로곡 ‘Solo’를 바탕으로 진행한 ‘#JennieSolo’ 글로벌 챌린지는 진행 한 달 만에 영상 게재 56만 건, 조회수 2억 1천8백 회 이상을 기록했다.
틱톡은 전 세계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각 지역의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 틱톡 플랫폼에서 높은 인기와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틱톡커(틱톡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국내 크리에이터 중에서는, 22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ElinaKarim과 옐언니, 소나, Yooni Lee 등이 1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2018년, 틱톡의 성장 동력 중 하나는 쉽게 각인되는 사운드 트랙이었다. 틱톡은 크리에이터들이 기억하기 쉬운 노래들을 바탕으로 중독성 있는 영상들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많은 사용자들이 음원을 활용해 콘텐츠를 재생산하며 플랫폼 확대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정립했다. 한국 유저들은 손가락 댄스의 배경음악 ‘핑거템포(fingertempo)’와 귀여운 음색이 특징인 ‘고양이송’ 등을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음원을 활용한 쇼트 클립 영상은 트렌디한 특정 주제들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틱톡 ‘챌린지’의 발판이 되었다. 실제로, 틱톡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동영상 중 다수는, 전 세계 사용자들이 각 지역에서 참여할 수 있는 틱톡 챌린지에서 비롯되었다. 이 중 고양이송 챌린지는 총 30만 건의 영상이 게재되어 화제를 모았으며, 셀프염색, 하트화살 등의 챌린지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성장이 가파르면 도전과제도 빠르게 당면하기 마련이다. 틱톡은 미성년자에게 부도덕한 콘텐츠가 유통된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런 지적은 앞서 세상에 퍼진 대다수의 소셜네트워크가 겪은 이슈이기도 했다. 바이트댄스측은 미성년자 대상 유해 콘텐츠를 발견 즉시 폐쇄하며 필터링를 강화해 왔다. 근래에는 틱톡의 보안 위협 가능성에 대한 문제도 대두되었다. 틱톡이 개인식별정보는 물론 GPS, IP, SIM카드 기반 위치정보와 단말기 정보, 주소록, 문자메시지 등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부분이 근거가 되었다. 바이트댄스는 해당 정책 항목을 변경하며 대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틱톡은 여전히 성장 중이다. 틱톡의 1일 평균 이용자가 올해도 증가추세다. 올해 정점을 찍을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틱톡은 중국 콘텐츠 플랫폼 중 최초로 글로벌 브랜드가 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이 아니라 해외서 길을 찾은 시도는 바이트댄스가 세계 시류를 읽고 시작한 스타트업이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수익 상당부분을 해외서 창출하고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틱톡의 매출 42%는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틱톡은 중국 스타트업의 혁신이 세계에 각인된 첫 출발점이라는데 의의가 있겠다. 틱톡의 성장에 자극을 받은 후발주자의 등장도 주목할만 하다. 특히 콘텐츠 업계 끝판왕이라 할 수있는 텐센트(Tencent, 騰訊)도 쇼트 클립 앱 출시를 검토 중이다. 제2, 제3의 틱톡이 대륙을 벗어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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