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타마이즈의 앱스타트업 이야기#3] 사회생활을 10전 11기 창업으로 배우다
아래 인터뷰는 센서타워 유준범 지사장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앱 스타트업 이야기(팟빵, 애플 팟캐스트)’를 글로 옮겨 정리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은 팟캐스트 채널 혹은 하단 오디오 본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정리 및 편집 최홍매 기자
데이타마이즈의 유준범입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게임베리의 임형철 대표를 모셨습니다. 임형철 대표는 20세에 대학교(서울대)를 중퇴하고 창업자로 나섰습니다. 현재는 디지털 마케팅 기업 ‘게임베리’와 암호화폐 투자사 ‘블로코어’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임 대표는 2017년도에는 포브스 아시아 선정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의 한국인 창업가로 선정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회사대표로서의 삶, 창업 아이템 선정, 실패한 사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현재 게임베리와 블로코어라는 두 개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임베리에서는 글로벌 퍼포먼스 에드네트워크(Ad network)인 ‘정글X(JungggleX)’와 글로벌 브랜딩 에드 익스체인지(Ad Exchange) ‘레브리프트(RevLift)’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소소하게 광고 관련된 앱도 계속 개발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개발한 광고앱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블로코어는 어떤 사업을 하는가요.
블로코어는 블록체인쪽 회사들에 투자하고 액셀러레이팅을 하는 회사에요. 최근 6개월동안 30개 정도 되는 회사에 투자해 액셀러레이팅을 했어요. 초기 투자하고, 후속투자 유치와 토큰세일 진행, 마케팅이나 광고, 백서 등 토큰이코노미 설계도 함께해요. 거래소에 상장한 뒤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부분 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초기보다는 준비가 된 팀에 포커싱해 액셀러레이팅을 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러시아 유명 엔젤투자자들과 투자사 TGV(True Global Ventures)를 설립해 지분투자용 펀드 조성도 하고 있어요. 참여자 대부분이 엑싯한 창업가이자 엔젤투자자, 블록체인쪽에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에요. 작년 9월부터 진행을 해서 이달 마무리가 될거에요. 이 펀드를 통해 블록체인 회사들에게 지분투자를 할 예정입니다.
2011년에 게임베리를 창업했어요. 공동창업자들은 어떻게 같이 함께 하게 되었나요. 위기 상황이 많았을거라 봅니다.
위기는 늘 있어왔죠. 자리를 잡은지도 오래되지 않았구요. 지금도 리스크는 도사리고 있죠. 2011년 사업을 시작할 때는 게임개발을 하려고 했어요. 창업관련 모임에서 만난 인연과 지인으로 팀을 꾸려 진행했죠. 그런데 게임 퀄리티를 높이는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 게임 프로젝트가 망가지면서 팀원 모두와 헤어졌고, 저 혼자 이어갔어요. 게임 외주도 해봤는데 마찬가지로 무산 됐고요.
생존을 위해 뭘 해야될지를 고민했는데, 마케팅이 보였어요. 모바일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여서 마케팅에 대한 니즈가 확실히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무료로 마케팅을 해주며 6~7개월 정도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레퍼런스를 쌓았죠. 운 좋게도 미국 앱스토어 전체 2위, 5위를 기록하는 사례도 나왔어요. 그 다음에는 좀 더 큰 회사에서 정식으로 유료 서비스를 했죠. 그렇게 프로젝트를 따기 시작하면서 방향성을 모바일 마케팅 회사로 잡기로 했어요. 그래서 2012년 여름부터 마케팅 에이전시 사업을 본격적으로 했어요. 그해 하반기에 매출이 3억정도 나왔고, 2013년에는 15억 정도 나왔었던 것 같아요. 작년에는 90억 정도고요.
매출이 빠르게 늘었어요. 에이전시 역할만으론 어려웠을텐데요.
에이전시를 하면서 힘들었던 건 ‘광고주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회의감이었어요. 사업적으로도 스케일업하기에 좋은 비즈니스도 아니고 확장성도 떨어진다고 생각했죠. 내부에 크리에이티브 팀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일정 수준 이상 회사로 키우기 힘들겠다고 판단했죠. 당시 제 나이가 20대 초반이어서 영업하는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 복합적인 이유로 대행사 일을 축소하며 직접적인 서비스, 플랫폼을 하기로 했어요.
이런저런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출시는 못 했지만 2014년에 광고관련 앱도 하나 기획해 봤고, 게임개발의 아쉬움을 퍼블리싱으로 풀어보려고 브라질 게임 하나를 수입해서 출시도 했죠. 게임은 50만명 정도 유저 확보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 되서 손해를 봤어요. 이런식으로 거의 10개 정도 만들고 망하고 반복을 했죠. 그 과정에서 배운건 새로운 사업을 하더라도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해야한다는 거였어요. 여러가지 일을 한다해서 회사의 역량으로 쌓이는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만든 게 ‘정글’ 플랫폼이고, 부족한 수익성을 강화해 2년 뒤 피벗을 해서 출시한게 지금의 에드네트워크 ‘정글X’입니다. 정글X는 1년도 안 되어서 월 10억 이상 매출을 찍었어요. 빠른 성과가 난 배경에는 기존에 정글을 운영하며 쌓았던 매체와 광고주들의 데이터베이스가 주요인이에요. 그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론칭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시작을 할 수가 있었죠. 또 내부적으로 역량이 갖춰졌기 때문이기도 해요. 몇년 간 정글을 운영하며 수 천개 되는 매체와 광고를 다루다 보니 알고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차별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세일즈 전략을 펼쳤죠.
정글X가 나오기 전까지 2년동안 10개정도 되는 프로젝트가 의미있는 성과를 못 냈어요. 이유는 뭐였다고 보세요?
고객관점에서 생각을 안 했어요. 그저 뭔가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었고, ‘이게 필요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했어요. 그런데 막상 출시를 하면 시장에서 ‘이런 서비스도 있네’ 정도의 반응에서 끝나는게 대부분이었어요. 새롭기는 한데 필요하지는 않았던 거였죠. 그리고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 것도 패인이죠.
사실 정글과 같은 콘셉트의 서비스는 저희말고도 대여섯개 정도 해외에 있었어요. 근데 시장자체가 크지 않았기에 다들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었죠. 아무리 차별화 되려고 노력을 해도 시장자체가 작다보니까 할 수 있는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죠. 반면에 정글X와 같은 에드네트워크는 이미 시장이 있었고 검증도 된거라 큰 차별점이 없더라도 어느정도 수익이 만들어질거라 봤죠.
사실 내부에서 프로젝트를 많이 돌리는건 시간, 비용, 인력적인 측면에서 쉽지 않아요.
내부에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 팀을 셋팅해두고 하기에는 리스크가 크죠. 그래서 외주팀 혹은 프리랜서들과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고 비용을 최소화 시키면서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당 많게는 몇 억원정도 나갔죠.
사업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에요?
정글X를 출시하기 직전이었던 2016년이에요. 준비하던 10개 프로젝트가 다 망했고, 캐시카우였던 마케팅 대행사 일도 하향세였죠. 프로젝트를 할 때는 ‘잘 되겠지’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10개가 다 망가지고, 사람도 떠나고, 잔고도 바닥을 보이니 힘들더라고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심하니 몸에도 악영향을 주더라고요.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관점이 바뀌었나요.
처음에는 좀 안일했죠. 색다르고 재미있는 서비스를 내놓으면 사람들이 쓸거고, 사람들이 쓰면 돈을 벌겠지 싶었어요. 지금 제일 중요하게 보는건 수익 관측이에요. 제대로 워킹 할 수 있는 구조가 나올까를 먼저 보고 하죠. 현재 진쟁 중인 3개 프로젝트는 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하나는 블록체인 쪽이고 두 개는 광고쪽이에요. B2B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요새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은 뭔가요.
항상 받는 세가지 스트레스 유형이 있어요. 우선 사업 비전이에요. 지금 하고 있는 서비스들의 성공유무에 대한 불안감이죠. 지금 잘 되더라도 앞으로도 잘 될지는 모르는 거니까요. 그리고 조직관리 부분이 있어요. 지금 팀원이 30여명 정도 되는데, 일을 하다보면 불만도 생기고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잖아요. 한 사람이 1년에 한 번씩만 불만사항이 생겨도 삼십명이면 한 달에 몇 번씩 그런 고충이 들려요. 그게 심적으로 힘들죠. 세 번째는 금전적인 부분이죠. 요새는 금전적인 부분이 괜찮지만, 늘 좋을 수는 없잖아요. 이 세 가지가 항상 순환해서 나타나요. 어떤 때는 셋중에 한두개만 나타날 때도 있고, 어떤때는 세가지가 다 생기기도 하죠. 앞으로도 그런 스트레스의 반복이지 싶어요.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서울대 출신이라는게 도움이 되었나요.
그런건 없었어요. 저희야 광고네트워크 사업을 하다보니 주요 매체나 광고주가 해외에요. 네트워킹 할 때 같은 학교 출신일 때 더 가까워지는 정도에요.
여담이지만, 최근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화제가 되었어요. 본인은 어떻게 공부를 했나요.
학교 다닐때는 공부하는게 재밌었어요. 사업하는 것과 같은 마인드였어요. 사업이 성과를 내는거라면, 그때는 성적을 내는게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때 학원을 다니긴 했는데, 고등학교 때는 그런것도 없었고. 그저 열심히 했어요.
대학교 한 학기를 마치고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현재 관점에서 당시 본인에게 주는 조언이 있다면요.
게임베리 이전 20살 때 이커머스 창업을 시도했고 쿠팡 초창기에 잠시 일을 한 적도 있지만, 너무 아는게 없는 상황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시행착오와 시간낭비가 많았죠. 당시로 돌아간다면 못해도 2~3년은 회사를 다녀보고 창업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창업한 뒤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한 것도 크지만, 조직에서 먼저 잘 굴러가는것들을 만들어보는 경험도 좋다고 봅니다.
현재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세대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일단 뭐든 해봐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제게 있는 사업가적 자질은 ‘추진력’ 정도에요. 다른건 몰라도 그건 장점이라고 봐요. 사업은 아무리 구체적인 계획을 짜고 해도 그대로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저는 많은 실패를 통해 배웠고, 그걸 바탕으로 플랜을 계속 수정하며 밀고 갔어요. 비단 사업이 아니더라도 추진력은 어디서든 필요하다고 봐요.
마지막 질문이에요.업계에서 만나보고 싶거나 친해지고 싶은 한명을 고르라면?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이요. 사업을 일궈서 성공 시켰고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만들어 투자자로서도 반열에 오른 분이죠. 한 개 회사를 성공 시키는 것도 힘든데, 연쇄적으로 성과를 거두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봐요. 또 생태계 조성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시고요. 만나면 사업이 아니라 인생과 삶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듣고 싶어요.
글 : 유준범 / 모바일 시장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센서타워(SensorTower) 한국 사업 총괄과 데이타마이즈 블로그/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website / facebook /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