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벤트

대륙의 유니콘 스타트업 유형 ‘흙수저 루키’, ‘금수저’, 그리고 ‘날아 오르는 돼지’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전무/2019 스타트업 생태계컨퍼런스 현장/사진=플래텀DB

중국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손꼽히는 유니콘 서식지다. 유니콘은 카우보이 벤처스 설립자 에일린 리가 2013년 언급한 경제용어로,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을 말한다.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환상 속 동물처럼 현실에서 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전무 겸 매니징 디렉터는 20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스타트업 생태계컨퍼런스’에서 중국 유니콘 스타트업 현황과 시사점을 이야기 했다.

박 전무가 몸담고 있는 레전드캐피탈은 30개 중국 유니콘 기업에 초기 단계 투자를 해, 그중 14개 기업을 상장시킨 VC다.

박 전무는 레전드캐피탈 자체조사를 근거로 2019년 1분기 기준 중국에 222개 유니콘 기업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 엔터-미디어, AI-클라우드, 자동차 산업 순으로 기업가치가 높은 유니콘 기업들이 많았고, 기업 개수로 보면 26개가 금융, 21개가 엔터-미디어, 27개가 AI-클라우드, 자동차가 27개였다.

자료에 따르면, 222개 기업 중 63%(140개)가 10~20억 달러(USD) 수준으로 유니콘 기준선에 밀집되어 있었다. 반면에 앤트파이낸셜 등 100억 달러 이상 데카콘 스타트업은 12개(6%)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12개 기업의 기업가치가 전체 중국 유니콘 스타트업 기업가치 54%를 점유하고 있었다.

유니콘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선전 4개 도시로, 전체 80%이상의 유니콘 기업이 이 도시를 근거지로 활용하고 있었다. 유니콘 기업 CEO의 특징으로는 창업가 46%가 IT 인터넷 업계 출신이라는 것, 그리고 54%의 창업가들이 창업 전 중국기업에서 근무했고, 12%는 해외기업, 중국기업과 해외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은 18%였다.

박준성 전무 강연자료 갈무리

박 전무는 중국 유니콘 스타트업 유형을 ‘흙수저 루키’, ‘금수저’, ‘날아가는 돼지’형 기업으로 분류했다.

그는 “흑수저 루키 유형은 뛰어난 하드웨어 능력과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춘 회사, 중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회사, AI와 같은 기술력을 통해 후천적으로 트래픽 및 고객베이스를 확보해 수익모델을 구축한 회사다. 대표적으로 AI기술을 바탕으로 유저의 관심부야 및 이용행태를 파악해 뉴스와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인 바이트댄스(틱톡, 진르터우탸오 운영사), 뛰어난 하드웨어 제조 능력과 안정된 카메라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최대 드론 기업으로 성장한 따장(DJI)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금수저 유니콘 유형의 특징을 ‘대기업의 사업부로 시작하여 모기업 등으로 부터 고객베이스, 트래픽, 자금, 기술력 등 풍부한 자원을 지원받아 성장한 회사’라 정의하며, 대표적인 케이스로는 데카콘 기업 앤트파이낸셜을 들었다. 앤트파이낸셜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이자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 운영사이다.

박 전무는 앤트파이낸셜이 최대 가치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배경에 중국의 독특한 금융 환경을 이야기했다. 그는 “중국은 신용카드 보급량이 적고 위조지폐 이슈도 많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환경이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빠르게 발전시켰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시장 95%를 점유 중이다. 더불어 시장이 여전히 성장 중으로, 지난해 전자상거래 시장은 1536조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QR코드 결제 서비스가 사회 전반에 보편화되면서 모바일결제 활용이 실물화폐를 넘어서는 중이다. 이는 앤트파이낸셜의 알리페이, 텐센트 위챗페이가 조성해 놓은 생태계에서 기인한다. 중국에서 차량과 자전거 등 공유서비스가 확산된 것은 모바일 결제 접근성이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 전무는 세 번째 중국 유니콘 기업 유형인 ‘날아가는 돼지’를 설명했다. ‘날으는 돼지’라는 표현은 샤오미 레이쥔 대표가 한 말 ‘돼지도 태풍 만나면 날 수 있다’에 기반한 것이다. 이는 샤오미의 전략을 표현하는 것으로 트렌드와 시류가 발생하는 길목에서 시의적절한 상품과 마케팅을 펼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전무는 “이 유형 스타트업의 특징은 모바일인터넷, O2O, 공유경제, 무인경제, 신유통, 소셜커머스와 같은 시대적 트랜드에 부합되는 비즈니스 모델로 거액의 투자 유치를 한 회사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모델로 ‘디디추싱’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디추싱은 중국 최대 차량 공유 기업으로 대륙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 중 하나다. 중국 승차공유시장 내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압도적 시장 1위 사업자로 5억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등록돼 있고 일 3100만 건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박 전무는 날으는 돼지 유형의 대표 모델 중 하나였던 오포(ofo)의 추락을 언급하며 뿔이 꺾여 죽는 유니콘 기업도 등장하고 있음을 부연했다.

그는 “오포는 공유경제 키워드와 함께 많은 자금을 유치하며 유니콘에 등극했지만 수익모델을 구축하지 못해 자금조달까지 어려움을 겪으며 추락했다. 오포의 추락요인은 거대한 자금을 광고에 투입한 것, 경쟁사(모바이크)와 과도한 가격전쟁 및 마케팅 경쟁을 펼친 것, 수익성 부족과 투자 성사 지연으로 인한 유동성 경색, 모바이크와의 합병, 알리바바 및 디디추싱의 피인수 불발이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박 전무의 설명처럼 중국에서 과거처럼 쉽게, 많은 투자유치를 하던 흐름은 사라졌다. 각광받던 유니콘 중에서 수익모델, 비즈니스 모델이 부재해 추락하는 사례도 하나 둘 등장했고, 최상위 유니콘 기업인 디디추싱도 최근 어려움에 봉착한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정부 정책과 시장 동향으로 많은 유니콘 기업의 IPO가 연기 되었고, IPO에 가서도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도 다수 등장했다.

박준성 전무 강연자료 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무는 중국에 투자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전통 산업의 인프라 낙후와 다양한 소비자 층이 공존하는 시장 환경, 정부의 주도적인 산업지원, 알리바바와텐센트 등 인터넷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다양한 자본시장을 통해 상장이 가능해진 환경, 유니콘 밸류에이션에 투자해도 수익 실현이 가능해진 투자환경 등 요인이 지속적으로 유니콘 기업을 출현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며 “특히 투자자가 적자기업에 투자해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최근 사례로 온라인 기반 커피 브랜드 루이싱커피가 있다. 루이싱은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펀딩에서 바로 유니콘으로 등극했다. 창업 18.5개월만에 상장까지 해 투자자들에게 단기에 높은 수익률을 제공했다. 상장 전 최종 라운드 대비 IPO시 밸류에이션이 46.7%나 상승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무의 설명처럼 중국에서 VC와 투자사의 자금은 여전히 스타트업에 맞춰져 있다. 특히 AT(알리바바, 텐센트)는 이 분야 선도 세력으로 새로운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자사 플랫폼에서 발전시키는 루틴으로 확장을 하는 중이다. 때문에 투자사들도 BAT에 맞춰 함께 보조를 맞추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중이다.

2019 스타트업 생태계컨퍼런스 현장/사진=플래텀DB
2019 스타트업 생태계컨퍼런스 현장/사진=플래텀DB

YouTube video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댓글

Leave a Comment


관련 기사

트렌드

“작은 물결이 큰 파도를 만든다” 유니콘 기업들의 첫 걸음

투자

스픽, 시리즈 C 라운드에서 1,094억 원 투자 유치… 유니콘 기업 등극

트렌드

글로벌 100대 유니콘 중 21%가 AI 관련 기업

투자 트렌드

차세대 K유니콘을 육성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