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양자 기업 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 양자 기업 노르마가 미래 유니콘으로 주목받으며 국내 첫 양자 유니콘 기업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자 컴퓨팅 상용화 시대 진입하며 글로벌 투자 증가
최근 몇 년 새 양자 컴퓨팅 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글로벌 양자 기술에 대한 투자가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아이온큐(IonQ),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 캐나다의 자나두(Xanadu) 등 글로벌 양자 기업들이 투자를 바탕으로 방산, 제약, 헬스케어 등 고부가 가치 산업 분야에서 사업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양자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 투자 분위기가 국내에도 이어지며 한국 독자적인 양자 기술 생태계 구축과 투자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의 양자 분야 투자 확산
한국의 양자 분야 투자는 이미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양자 기업들의 투자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계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창업한 아이온큐가 대표적이다. 올해 1월 말 기준 한국 투자자들의 아이온큐 보유액은 25억 4,310만 달러(약 3조 7,400억원)에 달해 전체 시가총액의 29.7%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도 이같은 투자에 대응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미국 양자 컴퓨팅 기업 투자 전용 상장지수펀드(ETF) 5개가 연이어 출시됐으며 이들의 총 순자산은 약 1,7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국내 양자 기술의 희망주 ‘노르마’, 유니콘 후보로 부상
이러한 해외 양자 기업 투자 속에서 국내 양자 기업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양자 보안과 양자 컴퓨팅 전문기업 ‘노르마’가 대표적이다.
노르마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 육성사업’에 양자 기술 분야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며 ‘한국형 양자 유니콘 1순위 후보’로 부상했다. 이 사업은 국내 ICT 기업 중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집중 육성하는 정부 프로그램이다.
노르마의 기술은 84큐비트 양자 컴퓨터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다. 단순한 기술 시연 수준을 넘어 국방, 헬스케어, 반도체 설계 등 실제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과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의 양자 연산 서비스 플랫폼 구축이 주목된다. 노르마는 리게티의 84큐비트 양자 컴퓨터를 자사의 양자 프로그램 실행·지원 환경인 ‘Q 플랫폼’에 연동해 클라우드로 서비스한다. API 연동을 통해 정부기관, 병원, 제조업체 등 다양한 고객이 별도의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없이도 양자 연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리게티 마이크 피치 부사장은 “자사의 초전도 양자 컴퓨팅 기술을 노르마의 전문성, 역량과 결합하여 한국의 R&D는 물론 상업 시장에도 양자 컴퓨터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협업의 배경을 밝혔다.
정현철 노르마 대표는 “한국에서도 양자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실제 산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기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정 산업 분야에 특화된 양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외 기술 의존 없이 자체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는 독립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전략”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유치와 국방 분야 진출로 기술력 입증
노르마는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 측면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국부펀드 계열사인 버텍스 벤처스(Vertex Ventures)로부터 직접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최초로 해외 기관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양자 기술 기업으로 기록됐다.
최근에는 LIG넥스원-아이비케이씨 방산혁신 신기술사업투자조합제1호(이하 방산 혁신 펀드)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방산 혁신 펀드는 국내 종합 방위산업체 LIG넥스원과 아이비케이캐피탈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펀드다. 이를 통해 노르마는 국방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공식 인정받게 됐으며, 국방부 및 국책 연구기관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양자암호통신, 군사 신호처리, 실시간 전술 연산 최적화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노르마는 KAIST, POSTECH 출신의 양자물리학 연구진, 삼성전자 출신의 시스템 설계 전문가, 국내외 벤처캐피털 업계 경력의 사업 전략 담당자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팀을 보유하고 있다.
“실용성과 사업화 역량을 갖춘 기업” 업계 평가
투자업계와 학계에서는 노르마를 두고 “양자 기술의 상용화와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리게티 마크 피치 부사장은 노르마에 대해 “클라우드 기반 접근 방식은 리게티나 아이온큐의 초기 사업 모델과 유사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다만 노르마는 특정 산업에 적용 가능한 프로토 타입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 측면에서는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르마에 투자한 버텍스 벤처스의 한 투자 담당자는 “양자컴퓨팅은 이미 전환점을 맞이했으며, 향후 5~10년 내에 성능이 100배 이상 향상될 것”으로 내다보며 “노르마는 기술력과 제품 상용화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의 첫 양자 유니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과제
양자 컴퓨팅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 안보, 경제 주권, 산업 패권과 직결되는 전략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양자 기술의 수출과 기술 협력을 제한하는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양자 기술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기술 종속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노르마의 등장은 시의적절하다. 양자 기술의 대중화, 산업화, 국산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이자 한국형 양자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글로벌 양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 투자 유치, 인재 확보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과 민간 투자가 지속된다면, 노르마가 한국 양자 기술 생태계의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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