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人사이트] 30억 투자한 회사의 가치가 3천원 된 사연…SV와 빅히트 이야기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최근 몇년 성장세는 가파른 우상향 J곡선이다. 지난해 빅히트의 매출액은 2142억원 규모, 순이익은 500억이나 된다. 2016년 대비 매출액이 6배나 증가했고 매출대비 순이익은 견실하다. 올해는 지난해 기록을 큰 폭으로 넘어설거란 전망이다.
빅히트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은 단연 방탄소년단(이하 BTS)의 글로벌 성공을 들 수 있다. BTS는 지난 6년간 전 세계 18개국에서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글로벌 보이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올해 발매된 앨범은 5월 말 기준으로 323만장이 팔렸으며 빌보드 메인차트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과 일본 차트까지 동시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보이그룹의 성장사는 거침이 없다. 올해들어서는 더 드라마틱한 행보를 걷고 있다. 심지어 전설적인 그룹 비틀즈와 비견되기도 한다. 1964년 비틀즈가 영국감성으로 미국을 공략했듯이, 한국감성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전세계에 분포한 아미(BTS팬을 일컫는 말)의 팬덤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심지어 올 6월에는 비틀즈, 마이클 잭슨, 퀸의 라이브 무대로 유명한 공연의 성지 웸블리까지 입성해 관객석을 빈틈없이 채웠다. 공연장을 못 찾은 아미 14만 명은 유료 라이브 중계로 공연을 시청했을 정도다.
BTS 신드롬은 빅히트의 기업가치를 천정부지로 올려놨다. 최대 2조원을 넘어 유니콘 기업이라 평가되기도 한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한화 약 1조원 규모)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처럼 보기 드물다는 의미로 붙여진 경제용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 분석과 활용방안’에 따르면,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유니콘 기업 수준인 1조2800억∼2조2800억원(약 11억6000만달러~20억7000만달러)로 평가되었다. 이는 국내 상장 엔터테인먼트 3사, SM엔터테인먼트(1조604억원), JYP엔터테인먼트(9296억원), YG엔터테인먼트(5805억원)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은 수치다.
하지만 빅히트도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소속 그룹 하나 없이 계획서만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 미완의 대기를 알아보고 투자를 집행한 VC(벤처캐피털)가 있다.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마무리 되지만, 초반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빅히트에 투자한 VC는 에스브이인베스트먼트(이하 SV)다. SV는 빅히트에 총 40억 원(2011년 30억, 2012년10억)의 투자를 결정한다. 당시 빅히트는 회사를 대표하는 프로덕트가 없었다. 그저 보이그룹 한 팀, 걸그룹 한 팀을 준비하던 회사였다. 투자 당시에는 BTS가 데뷔를 하기 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V가 투자를 결정한 이유는 방시혁 대표의 가능성에 있었다.
박성호 에스브이인베스트먼트(SV) 대표는 21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스타트업 생태계컨퍼런스’에서 빅히트 투자에 대한 막전막후를 설명하며 회사 투자철학이 빅히트라는 성공사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산업 트랜드 변화에 부합하는 잠재력이 높은 투자섹터를 찾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발굴을 결정한다. 글로벌 영역에서 한국 기업이 가장 성장하기 좋은 분야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제 2의 SM, YG가 나올거라 예상했고, 글로벌 성장전략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준과 우리 투자철학에 맞는 회사를 물색했다. 우리가 탑다운으로 투자회사를 찾은 경우는 많지 않은데, 당시에는 탑다운으로 결정했다. 여러 엔터 회사를 만났고, 유일한 결론이 빅히트였다.”고 회고한다.
투자 결정에 BTS는 없었다. 박 대표는 “우리가 투자했을 때 BTS는 데뷔 전이었다. 당시 빅히트 구성원 대부분은 연습생이었다. 그저 여자그룹 하나 남자그룹 하나 기획안이 있었을 뿐이다. 그 그룹의 멤버 확정도 안 된 상황이었다. 유일하게 본 건 방시혁 대표의 경쟁력이었다. 방 대표는 JYP에서 많은 히트곡을 작곡했고, 프로듀싱 능력은 원탑이라 할 정도로 탁월했다. 또 방 대표는 개인보다 회사에 가치를 둘 줄 아는 사람이다. 거의 유일한 평가지표는 대표의 능력에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일을 낼거라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큰 성장을 할거라 예상하지는 못 했다.”고 술회했다.
SV는 빅히트에 2011년(30억)과 2012년(10억) 두 번에 걸쳐 투자를 한다. 당시 SV입장에서는 작은 금액이 아니었다. 하지만 1년 뒤 받은 성적표는 참담했다.
박 대표는 “2011년 90억 밸류로 30억 원을 단독 투자했다. 당시 우리 펀드 규모에서 30억은 적은게 아니었다. 하지만 1년 뒤 받은 소식은 빅히트의 자본잠식이었다. 현금이 다 떨어진 거다.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3천 원으로 평가되었다.”
보통의 VC라면 손을 털거나 일부라도 짜내기 회수를 고려했겠지만 SV의 결정은 추가 투자였다.
박 대표는 “다른 투자 기관을 설득해서 3개 기관과 함께 2차 투자(총 30억, SV10억)를 이어서 했다. 금액은 작아졌지만 후속이 더 어려운 투자였다. 성적이 바닥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했다. 한국에서 글로벌 엔터기업이 나올거라 예측했고, 그 역할을 빅히트가 할거라 봤기 때문이다. 방 대표의 능력이 부족했다기 보다 돈이 없어 그 재능을 펼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이후 빅히트는 성과를 냈고 BTS 신드롬과 함께 급성장 가도를 달린다. 결과적으로 SV는 최종 엑싯을 통해 무려 1088억원의 회수를 한다. 원금대비 27배, 최종 매각 기업가치 기준 8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SV는 재무적인 부분 외 밸류업 지원을 통해 빅히트를 키우는데 집중한다. 빅히트 심사역이었던 김중동 상무가 밀착해서 빅히트 경영을 돕는다. 단순한 자문이나 일회성 상담이 아닌 밀착지원이었다. 평균 주 2회 이상 경영진과 미팅을 했고, 주요 사안 발생했을 때는 야간이건 휴일이건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 아울러 회사의 모든 주요 의사 결정에도 참여했다.
박 대표는 “SV는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투자회사를 지향한다. 그것이 우리의 투자철학이다. 재무적인 부분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빅히트도 그런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하고 밸류업을 도왔다”며 “빅히트 심사역인 김중동 상무가 출근하다시피 열심히 찾아갔고 모든 것을 상의하는 관계가 되었다. 서로에게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SV는 세 차례에 걸쳐 빅히트에서 투자 성과를 회수한다. 박 대표는 처음과 마지막 엑싯을 아쉬워했다.
그는 “첫 번째는 영업이익이 좋아 별도의 추가 자금이 필요없었지만, 글로벌 투자유치를 해야하는 시점인 2015년, 방대표의 지분이 희석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차원이었다. 내부적으로 아까운 결정이었지만 빅히트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판단에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최종 엑싯을 했다. 아까웠다. 빅히트는 앞으로 더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자명했기에 우리 입장에선 팔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LP의 요청이 들어와 어쩔수 없이 정리했다. 팔 타이밍이 아니었지만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대표는 사례 발표를 마무리 하며 “한국기업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을 찾고, 리딩투자를 해서 좋을때나 안 좋을때나 함께해서 신뢰관계를 쌓으며 진심을 다해 밸류업을 적극 지원한다면 국내 타 산업에서도 제2, 제3의 빅히트를 육성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