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이 다소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중국은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며,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현지화 마케팅 전략은 항상 가장 중요한 이슈일 수 밖에 없다.
여느 국가와 같이 최근 중국에서도 1인 미디어 산업이 발달하면서 옥외 광고, TV 광고, 드라마 PPL 등 전통적인 광고 형태를 탈피한 뉴미디어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생성된 각종 어플과 SNS 등의 뉴미디어 플랫폼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비형태와 소비자들의 행동패턴을 만들어 냈다. 자연스럽게 중국 소비시장의 중심에 있는 지우링허우(90년대생) 세대와 밀레니얼(00년대생) 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기업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직관적인 미학, 순간적인 느낌, 가볍고 헐거운 컨셉에 빠르게 반응하는 이 세대들은 SNS와 모바일 영상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므로 그들에게 온라인 스타라 칭하는 ‘왕홍’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현재 중국에서 인터넷 기반의 모바일 플랫폼은 유명인과 일반인 간의 교류창구가 됐고, 왕홍 산업과 전통 엔터테인먼트 산업 간의 교류 및 자원 공유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여기서 왕홍(网红)이란 ‘왕루어홍런(网络红人)’의 줄임말로, 인터넷상(网络)의 유명한 사람(红人)을 뜻하는 말이다. 유명한 사람을 통칭하기 때문에 좁은 의미로는 배우나 가수와 같은 셀러브리티(celebrity)를 뜻하기도 하고, 더 포괄적으로는 우리나라의 ‘파워블로거’, ‘1인 인터넷방송 진행자(BJ)’, 해외의 ‘유튜버(Youtuber)’ 등과 유사한 개념이다. 다시 말해 중국 내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영향력 있는 유명인을 지칭하는 ‘인플루언서’를 부르는 용어라 이해하면 된다. 대부분의 왕홍들은 정규 훈련을 받지 않았으며, 자신의 아이디어와 취미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개인 홈페이지 혹은 영향력 있는 전문 웹 사이트에 올리고, 일상생활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유하고 댓글 등으로 구독자나 팬들과 소통 한다. QianZhan산업연구원(前瞻产业研究院)이 발표한 《中国电子商务行业发展趋势与投资决策分析报告》에 따르면 중국왕홍산업규모는 2013-2017년 동안 CAGR 161.8%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으며, SNS의 지속적인 성장과 플랫폼의 다양화로 인해 2017-2022의 5년 동안에도 CAGR 40.4%의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인에서 탄생한 왕홍은 점차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되면서 기업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왕홍 마케팅이란 이러한 왕홍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특히 유통업계에서 그들을 통해 홍보한 제품 매출 수익이 크기 때문에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온라인 광고 시장을 독식하는 왕홍 마케팅에도 문제점들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대형 왕홍의 지속적 증가는 상대적으로 유료 광고에 대한 불신과 왕홍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 마케팅의 핵심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직접 체험 후 전달하던 솔직한 후기는 체험하지 않은 제품까지 사용해본 것처럼 위장한 거짓 후기로 변질됐다. 소비자는 점차 일방향의 콘텐츠를 수용하는 존재에서 소통하고 상호작용(Interaction) 하며 원하는 것을 얻는 능동적인 존재로 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제는 소비자가 콘텐츠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오직 높은 팔로워 수를 보유한 왕홍이 아닌 전문성이 높거나 팬과의 친밀도가 높은 왕홍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중국은 바야흐로 ‘소왕홍(1만 팔로워 이하) 마케팅’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개별 소비자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소왕홍(1만 팔로워 이하)이 중왕홍(수만~수십만 팔로워) 혹은 대왕홍(셀럽, 수백만 이상 팔로워) 보다 인기를 더 끄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소왕홍은 팔로워의 규모는 작지만 관심 분야에 전문성이 높고 팬 층과 가깝게 소통한다는 특징이 있어, 동일한 광고비를 집행할 경우 투입 대비 성과가 더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influence.co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팔로워수가 2000 이하인 인플루언서의 Engagement Rate(전체 팔로워 수 대비 포스트 당 ‘좋아요+댓글’의 인터렉션이 있는 유저 수 비율)은 평균 10.7%로 팔로워수가 100만 이상인 인플루언서의 1.5% 대비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차이는 더욱 명확하다. 팔로워수가 100만 이상인 인플루언서의 Engagement Rate절반 이상이 2% 미만에 머물고 있으나, 팔로워수가 2000-5000인 인플루언서의 60% 정도가 3% 이상의 Engagement Rate을 보유하고 있다.


마케팅의 효과를 측정하는데 있어 비용대비 효율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중왕홍/대왕홍에게 집행할 마케팅 비용으로 수백명의 소왕홍에게 분산 집행할 시 효과는 극대화 될 수 있다. 모바일/뉴미디어 시대의 소비자가 구매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바로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검색하는 것이라고 한다. 특정 채널을 통해 유명인을 활용한 광고를 하는 것은 이러한 능동적인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해당 아이템이 소비자의 검색 행위에 얼마나 더 많이 다양한 채널에서 노출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에 소왕홍 마케팅은 더욱 효과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소왕홍 마케팅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왕홍은 팬들에게 친절하며 평등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왕홍에게 특정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도록 한다면 팬들은 이 변화를 바로 감지하게 되고, 팬들의 인정 없이 특정 제품 홍보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왕홍을 통한 마케팅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왕홍은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업이 갖고 있는 홍보틀 안에 껴 맞추려 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한 시도이다. 왕홍의 생명은 팬의 인정과 공감인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며, 기업의 욕심을 버리고 왕홍만의 콘텐츠 구성, 표현 방식 등을 존중해야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 한 것은 비단 투자에 있어서의 성공법칙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소왕홍 마케팅으로 중국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공략해 보길 바란다.
글 : 안준한 / 아도바 이사회 의장
18년간 중국을 오가며 중국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중국 에반젤리스트이다. 현재 인간중심미래라는 비전을 가진 교육법인 아도바의 이사회 의장, 중국 신영재그룹 한국법인 란앤파트너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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