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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마케팅 시대, 퍼널의 죽음과 새로운 기회

구글 마케팅 라이브 2025가 던진 화두

23일 서울에서 열린 ‘구글 마케팅 라이브 2025’는 단순한 제품 발표회를 넘어서, 마케팅 업계 전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마케팅 공식이 과연 여전히 유효한가?”

구글이 이번 행사에서 내세운 메시지는 명확했다. 전통적인 마케팅 퍼널의 죽음이다. ‘인지-고려-구매’로 이어지는 선형적 여정은 이제 박물관에나 어울리는 유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Z세대 소비자들은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영감을 얻고, 유튜브에서 리뷰를 찾아보며, 구글에서 가격을 비교한 뒤 바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버튼을 누른다. 이 모든 과정이 불과 몇 분 안에 일어난다. 어디서 퍼널의 단계를 구분할 수 있겠는가?

구글이 제시한 새로운 소비자 여정 ‘4S’—검색(Searching), 스크롤(Scrolling), 스트리밍(Streaming), 쇼핑(Shopping)—는 이런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 특히 한국 소비자의 76%가 매일 구글과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입소스 조사 결과는, 우리가 더 이상 ‘채널별 전략’이 아닌 ‘생태계 전략’을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AI 파워팩이 보여주는 미래 마케팅의 모습

구글이 공개한 ‘AI 파워팩’은 단순한 광고 도구를 넘어서, 미래 마케팅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AI Max 검색 캠페인이 평균 14% 더 많은 전환을 달성했다는 수치보다 주목할 점은, 이 도구가 ‘한 번의 클릭’으로 복잡한 타겟팅과 크리에이티브 최적화를 수행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마케터의 역할 변화를 예고한다. 앞으로 마케터는 세부적인 키워드 관리나 입찰가 조정에 시간을 쓰는 대신, 더 본질적인 질문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 “어떤 메시지가 진정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 같은 전략적 사고 말이다.

성공 사례가 말하는 실전 노하우

삼성전자와 DB손해보험의 사례는 AI 마케팅의 실전 적용법을 보여주는 교과서다. 삼성전자가 pMax 예산을 2배 늘리면서도 ROAS를 1.4배 개선한 비결은 ‘효율 중심에서 볼륨 중심으로’의 사고 전환에 있었다. 이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갖고 있는 ‘안전 지향적’ 마케팅 접근법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DB손해보험의 사례는 더욱 흥미롭다. 금융업이라는 보수적 업종에서도 유튜브 쇼츠와 커넥티드 TV를 적극 활용해 양질의 리드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는 업종의 특성을 핑계로 디지털 혁신을 미뤄온 기업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크리에이티브 혁명의 시작

구글이 발표한 생성형 AI 기반 크리에이티브 툴들—이마젠, 비오—은 단순히 제작 속도를 높이는 도구가 아니다. 이들은 마케팅 크리에이티브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존에는 하나의 캠페인을 위해 몇 개의 크리에이티브 버전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수백, 수천 개의 개인화된 크리에이티브를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최적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대중을 위한 하나의 메시지’에서 ‘개인을 위한 맞춤 메시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국 기업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의 마무리 발언은 의미심장했다. “구글은 단순히 더 나은 광고를 돕는 것을 넘어선다”는 표현에서, AI 마케팅이 단순한 광고 효율 개선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혁신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구 자체가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전략적 사고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와 소비자 인사이트를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앞으로 성공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가르는 기준은 더 이상 마케팅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 사고의 전환 속도가 될 것이다. 퍼널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기자 /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전달하며, 다양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 I want to get to know and connect with the diverse world of start-ups, as well as discover their stories and tell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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