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CVC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 임정욱)는 4일 (수)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스타트업 혁신을 위한 규제개혁 토론회 5탄’을 공동개최했다. 앞서 8월 열린 4차 토론회에서는 핀테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망분리 감독규정 개정 방안을 대해 다루었던 데 이어, 5차 토론회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CVC’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필요한 CVC’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았다.
임 센터장은 최근 10년간의 전세계적인 벤처붐은 대기업 CVC의 참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벤처투자딜의 16%에 참여하지만 5천만불 이상의 큰 투자딜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금액으로 보면 5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금산분리법 규제로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사인 창업투자회사, 신기술사업금융회사 형식의 CVC 법인을 만들어 투자하는 것은 불가하기 때문에 지주사 체제인 SK, LG 등은 CVC 설립 자체가 불가능하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롯데도 롯데액셀러레이터를 2년 내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임 센터장은 2001년에 지주회사가 벤처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한 벤처지주회사는 실효성이 없기에 대안이 되지 못함을 강조했다. 2001년에 공정거래법상 도입이 됐음에도 비자발적 편입만 1회 있었을 뿐 벤처지주로 등록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벤처지주회사는 모회사 출자에 의존성이 높아 CVC에 비해 자금 조달의 신속성이나 유연성이 떨어지고, 목적별 맞춤형 포트폴리오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한 자산규모가 5000억원 이상인 지주회사만 해당되기에 한계가 있고, 지난해 8월 자산총액 기준을 300억원으로 완화하는 개정안이 나왔지만 아직 국회 계류중이다. 모기업의 자금만으로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고, 계열사나 외부자금을 통한 펀드 조성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이어 자회사에 대한 지분 보유 규정을 언급하며, 일반 지주회사에 비해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20%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것은 스타트업이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서 조금씩 투자를 늘려나가는 단계별 성장 구조를 고려한다면 처음부터 20% 이상 취득해야 한다는 요건은 상대를 알기도 전에 바로 결혼하라는 식이기 때문에 전혀 실효성이 없음을 지적했다. 게다가 처음부터 대기업이 20%씩 투자한다 하더라도 이렇게 되면 해당 스타트업은 추가 자금을 유치하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또 발생하기 때문에 벤처지주회사는 CVC를 대체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님을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해외의 CVC 사례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지주회사 산하의 구글 캐피털과 구글 벤처스, 레노보홀딩스의 자회사인 중국의 톱VC인 레전드 캐피털, 소프트뱅크G 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비전펀드도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라며, 한국과 같은 경직된 방식으로 일반지주회사의 CVC 설립을 막는 나라는 없음을 지적했다. 이어 금산분리 규제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CVC 예외조항을 두고 허용하는 것이 민간 기업의 국내 벤처투자 금액도 늘어나고 경쟁을 통한 생태계의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 센터장은 일반 지주회사에 CVC 설립을 허용할 경우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조합 형태로 바뀌면 그룹내 계열사나 창업자의 친족회사에 이뤄지는 것을 막고 스타트업에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당국이 관리 감독하기도 더 쉬울 수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장을 맡은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각 분야의 시장 점유율 1~3위 안에 들어가는 히든챔피언(강소기업)이 독일, 일본에 많은데, 일본과 외교 분쟁이 있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당당하려면 그런 히든 챔피언을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다며 운을 뗐다. 그래서 그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스타트업에 더 많은 투자가 일어나야 하고, 스타트업에 큰 투자를 해 줄 수 있는 CVC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전무는 벤처지주회사라는 대안은 충분치 못하다는 임정욱 센터장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벤처기업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바뀌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제조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름을 강조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벤처캐피털들이 기업을 무분별하게 인수해서 계열사로 편입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CVC 형태의 회사가 현재 10여개 있지만 이를 예방하는 조항들도 잘 되어 있고, 현재까지 그런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상무는 올림픽에 나가는 국가대표 수영 선수가 0.01초를 줄이기 위해서 몸에 딱 붙는 수영복을 입는 등 최상의 기록을 내기 위한 노력을 하듯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최상의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현재 국내 규제 환경은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추리닝(운동복)을 입고 수영경기에 나서는 수영선수 같다고 비유했다. 또한 벤처지주회사의 경우 위계적이고 복잡한 구조를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속도와 자율성면에서 CVC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의사결정자가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없게 되는 한계점도 지적했다.
이지은 변호사(전 데모데이 대표)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를 인용하여 수익지향성, 독립적 의사결정과정, 전략적 유용성 및 영속적 자본을 CVC의 안정 및 성공요소로 꼽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지배구조에 대해 재고할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정종채 서울지방변호사회공정거래연수원 교수(변호사)는 공정거래법 관점에서 보면 지주회사에 CVC를 허용하는 것은 과격한 주장일 수 있으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육성에서 속도의 효율성, 자율성 등을 고려할 때 벤처지주회사는 대안으로 적합하지 않고 정책적인 관점에서 재고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금산분리가 우리나라 경제의 거대 담론이긴 하지만 이 원칙의 핵심은 은행과 산업을 분리하는 것이고, 벤처캐피털과 같은 비은행 부분은 다소 부수적인 논제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고려했을 때 벤처캐피털은 그 예외로 둬도 될 것 같다며 생각을 밝혔다.
이날 김주식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투자과장과 박기흥 공정거래위원회 지주회사과장도 배석해 토론을 청취했다.
좌장을 맡은 고영하 회장은 “재벌들의 폐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금산분리라는 낡은 규제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서 혁신성장을 외치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당당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