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韓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 73점’ 2019년 스타트업 생태계 톺아보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만족도와 의존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 비해 과도한 정부 영향을 대체할 생태계의 다양성, 자율적 문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성균관대학교 김장현 교수 연구팀은 22일 ‘온라인 영역과 학술분야에 비친 스타트업 인식 경향성’ 연구결과와 국내 스타트업생태계의 현황을 조사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9’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9월 17일부터 25일까지 총 9일간 진행됐다. 창업자 149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00명, IT 및 지식 서비스 스타트업 재직자(대표이사 제외) 250명이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를 점수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평균 73.4점으로 답해 전년 68점 대비 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 역할에 대한 평가가 65.9점으로 작년 58.3점 대비 크게 상승했다. 그리고 ‘규제완화’, ‘투자금 확보’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이슈로 손꼽혔다. 특히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규제 완화와 네거티브 규제 방식 도입 등이 절실하다고 응답한 창업자가 많았다. 그리고 현 정부에서 내놓은 ‘제2벤처붐’ 정책 중에서는 팁스(TIPS)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 1~3년차 스타트업에서 특히 팁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팁스는 초기 스타트업이 자금은 물론,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간 투자사, 액셀러레이터와의 파트너십을 확보함으로써 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초기에 점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창업 연차가 높을 수록 차등의결권 확보, 규제샌드박스 등 규제완화 및 창업자 친화적 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스타트업과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대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삼성, SK, 롯데의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네이버의 경우 기술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2 스타트업 팩토리가 지원한 스타트업이 최근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TBT파트너스, 스프링캠프 등 벤처투자사에 출자해 간접적으로 투자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창업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받기를 가장 선호하는 벤처캐피탈(VC)로는 알토스벤처스, 소프트뱅크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초기단계 투자사로는 프라이머, 본엔젤스로 조사됐고 매쉬업엔젤스가 새롭게 명단에 등장했다. 창업자들은 또 투자유치 시 투자회사의 평판과 투자 받을 금액을 제일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답했다. 정부기관중 스타트업 활동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는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창업진흥원을 꼽았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창업자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종사자들도 ‘가장 빨리 성장하는 스타트업’, ‘일하는 방식이 가장 궁금한 스타트업’ 에서 최상위권으로 꼽았다.
주 52시간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특별히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스타트업이 57%로 조사됐다. 이미 주 52시간제 시행 중인 300인 이상의 기업이 응답자 전체의 1.3%, 내년 1월부터 제도 시행 대상인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이 7.4%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아직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태관리 시스템이 있다고 응답한 스타트업도 전체의 24.2%에 불과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창업자의 인식은 찬성/중립/반대가 각각 1/3씩을 차지해 제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목할 점은 찬성/반대의 이유 모두가 스타트업의 유연하고 자율적인 근무 문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에 찬성하는 창업자의 경우 좋은 인재들의 워라밸 실현과 충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이며, 이미 자체적으로 비슷한 제도를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대하는 창업자의 경우 회사/업종별로 상황이 달라 일률적인 정책 적용은 현장에 맞지 않으며, 스타트업의 자발적 동기부여 문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대기업과 스타트업 종사자는 제도에 대한 긍정인식이 각각 66%, 46%로 긍정적인 인식이 부정 인식보다 휠씬 높게 나타났다.
성균관대 김장현 교수 연구팀에서 진행한 ‘온라인 영역과 학술분야에 비친 스타트업 인식 경향성’ 연구는 2010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발행된 한국과 미국의 뉴스, 논문, SNS에서 스타트업, 창업가, 투자유치, 벤처캐피털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키워드가 등장한 문서를 추출하여 이 문서에 등장한 단어들의 빈도와 연결성을 고려해 여론의 흐름을 분석하였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정부 정책이 주도하는 현상이 키워드 추적에서도 드러났다. 뉴스에서는 ‘규제’, ‘4차산업혁명’, ‘지역 사회’ 등 정책과 관련된 단어 클러스터가 상대적으로 많이 언급되었다. 논문에서도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 ‘스타트업의 새로운 조직문화’, ‘변화 지향성’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담론이 주를 이루었다. SNS에서는 ‘인재육성’, ‘창업자 교육 및 지원’, ‘글로벌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 등에 대한 이슈가 강조되고 있어서 정부 주도의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반증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담론 보다는 특정 기업 및 개별 창업자, 개별 투자건, 산업 분야에 대한 단어 군집이 보다 많이 드러났다. 뉴스에서는 ‘Uber’, ‘Facebook’ 등 개별 기업에 대한 이슈, ‘미중무역분쟁’ 등 비교적 구체적인 현안을 강조하는 기사가 많았다. 논문에서는 ‘스타트업 혁신 성장/성공 요인’, ‘스타트업의 이론과 연구 모델’을 분석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었으며, SNS에서는 ‘실리콘밸리의 성장’, ‘스타트업 창업자의 삶’ 등 구체적인 서비스나 투자 방식에 대한 미시적 차원의 용어 선택이 많았다.
예를 들어, ‘사업 자금 마련’이라는 주제의 경우, 국내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유니콘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의 사업비가 책정되었다’는 식의 거시적/정책 위주의 논조가 주를 이룬 반면, 해외의 경우 ‘특정 기업이 어떤 서비스를 하며, 어떻게 투자를 받았다’는 식의 구체적 접근이 주를 이루었다. 논문 관련 주제도 미국은 여성창업자 연구 등 창업 생태계의 다양성이 돋보이는 사례가 많았다. 다만, 국내의 경우에도 각 토픽의 10년 동안 회자되는 흐름을 살펴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주제들이 상대적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 국내 생태계도 차차 스타트업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고도화된 생태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벤처투자금이 기록적으로 늘어나고 토스처럼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면서 창업자들이 스타트업생태계의 분위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창업자들이 바라는대로 규제를 완화하고 필요한 기업에 적절하게 투자를 늘리도록 유도한다면 스타트업들의 성장이 계속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는 2014년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서베이가 매년 함께 발표하는 자료로, 매년 동일한 질문에 대한 창업자 등의 답변의 변화를 분석해 업계의 트렌드 변화를 파악하고 그 해의 이슈를 조망해 보는 것이 주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