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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생컨2020] 스타트업과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은 ‘도원결의’

강호준 대교 CSO가 2020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키노트 연사로 발표를 하고 있다. ⓒ플래텀

“삼국지 유비, 관우, 장비는 형제의 연을 맺기전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우연히 만나 천하를 도모하는 사이가 되었다. 중국에서 ‘꽌시(关系)’는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하더라. 스타트업과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추구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약속하고, 책임감을 보여준다면 조금 더 건강한 오픈이노베이션, 스타트업 생태계가 될거다.”

대교가 스타트업 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시점은 2018년 8월 글로벌 인공지능 수학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노리(KnowRe)’를 인수했을 때이다. 대교의 인수 사례가 의미있는 건 단순한 M&A 전례로 끝나지 않고 노리라는 회사 자체를 성장시켰다는 것이다. 2019년 노리의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75억원과 2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액 36억원, 영업이익 -41억원) 대비 흑자를 기록했다. 2012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노리의 첫 흑자 전환이다. 대교가 축적해온 교육 노하우와 브랜드 평판, 노리의 수학 스마트러닝 솔루션이 시너지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교는 그간 스타트업과 협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노리도 2013년 콘텐츠 제휴로 첫 관계를 맺은 것이 후일 피를 섞는 관계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와 전략적 제휴도 맺기도 했다. 대기업이 인수 주체로서 창업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업무 제휴를 통해 회사의 성장에 파트너가 되기도 하는 좋은 사례를 일찌감치 만들어 온 것이다.

한편으로는 대교라는 큰 기업이 비즈니스 성장 모델을 스타트업에서 찾은 것이라고도 할 수도 있다. 최근 대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단순히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단계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보육까지 나서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대교가 추진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오픈이노베이션 방향은 어떤 것일까. 25일 세텍에서 개막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 ‘2020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의 키노트 연사로 강호준 대교 CSO(최고전략책임자)가 무대에 올라 회사가 추구하는 미래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야기 했다. 대교 C레벨 관계자가 대외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하 강연내용 전문.

강호준 대교 CSO 발표 내용 갈무리

동행 대교가 꿈꾸는 미래와 오픈 이노베이션

우리가 모든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정의할 수는 없을거다. 다만 교육기업 대교가 2년 전부터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지, 어떤 시행착오를 겪어왔는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우선 회사 개요를 간략히 하겠다. 1976년에 설립되된 45년 기업 대교의 현재 회원 수는 431,498 명, 학습과목수는 1,377,495과목, 지점수 221개, 교사수 10,432명, 예스클래스 457개, 러닝센터 780개이다.

우리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게 된 계기는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 변화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대교그룹의 시작은 1975년 강영중 회장이 회원 세 명으로 시작한 공부방(종암교실)에서 기인한다. 이후 외형적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2003년에는 매출 1조 2천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출산률이 저하되며 초중고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고, 이로 인한 연평균 성장률(CAGR)과 매출액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강호준 대교 CSO 발표 내용 갈무리

대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새로운 제품을 넘어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일

대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진행 중이다. 다만 다른 곳과 정의가 조금 다르다.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과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일까라는 질문을 내부적으로 던지고 있다. 학습에서 디지털 제품이 압도적으로 높은 사용자 경험을 준다면 우리도 안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 디지털 제품이 그렇지는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디지털화하는 것은 혁신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새로운 제품을 넘어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적인 구도를 만드는 일,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하고 학습자 경험을 높이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대교의 사업 구조는 회사, 교사, 고객이 연결되는 심플한 구조였다. 제품을 만들고 커리큘럼을 설비하고 마케팅을 하는 회사가 있고, 우리 서비스를 수행해주는 중요한 이해관계자 집단은 교사, 그리고 그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있었다. 우리 사업이 어려운 것은 회사와 고객 간 링크가 느슨하거나 깨져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학습자 경험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결국 교사에게 말로 전해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을 활용해 세 주체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꼭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공부를 못 하는 아이,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참고서를 바꿔준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하거나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못 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는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교육사업은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하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검토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리가 보유한 디지털 자산이었다. 그 고민에서 탄생한 서비스가 써밋과 눈높이 성장판, 눈높이 아이엠 키이다.

2018년에 인수한 노리와 함께 만들고 있는 써밋 이용자는 17만 명, 눈높이 성장판은 29만 명, 그리고 눈높이 앱을 사용하는 부모는 16만 8천명이다. IT업계에서 이 수치는 미미한 숫자일거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나름 탄탄한 수치라고 보고있다. 중요한 건 이들 모두 유료 회원이라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결국 대교가 하려는 것은 플랫폼 서비스이다. 사실 시간을 들여 계획을 짜오다 최근에 다 뒤집어 엎었다. 막연한 기대감, 단순 매칭만으로는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소비자들은 성향이 매우 보수적이다. 단순히 플랫폼이 정보를 많이 준다고 해서 구매 결정을 하지 않는다. 신뢰를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 과정에서 시작한 디지털 연결의 시작이 론칭을 준비 중인 마카다미아르와 같은 서비스이다.

강호준 대교 CSO ⓒ플래텀

연결의 시작, 자율교사 제도

디지털 시대, 코로나 시대에 맞는 방향인지 모르겠지만, 대교는 돈키호테식으로 교사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 교육에는 반드시 교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의 기대 역할은 바뀔거다. 과거에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멘토링을 하는 것에 가깝다. 대교가 교육사업, 플랫폼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교사가 중요하고 많이 필요하다.

수수료 제도를 바궜다. 교사는 업무에만 집중하게 하고 업계 최고 수수료(50%)도 시행 중이다. 다른 업체 수수료 평균(35%)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그리고 대교 교사는 시간, 요일을 선택해서 일할 수있다. 교육은 타이트하게 하지만, 근무환경은 자유롭게 하려고 한다. 과거 학습지 교사는 교육과 영업을 동시에 했기에 노동 강도가 높았다. 지금은 조직을 분리해서 교육만 하게끔 하는 정책으로 가고 있다.

대교는 13000명이 근무하는 회사이다. 만약에 1,3000명으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회사와 100명으로 매출 1조 원을 기록하는 회사 중 어떤 회사가 더 좋은 회사냐고 묻는다면 과거라면 후자였겠지만, 지금은 전자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 나도 소규모 인원으로 많은 매출을 내는 회사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회사가 사회에 기여하고 회사로 인해 더 많은 직원이 생계를 꾸릴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교의 실험 : 고릴라이드

교육 시장은 성인 교육을 제외하고도 20조가 넘는 시장이다. 하직 승자 독식이 없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작은 시도를 몇 개 했다. 우리나라 학생 학원 시장이 10조 규모이다. 10조 시장에서 대형 프렌차이즈를 제외하면 95%가 영세 학원이다. 그리고 그 영세 학원의 셔틀버스 90%가 경제적인 이유로 불법으로 운행되고 있다. 사업자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아이들 안전이 더 큰 문제라고 봤다.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론칭한 서비스가  안심 셔틀 셰어링 서비스 ‘고릴라이드’이다. 현재 대치동에서 테스트 중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 에듀베이션

대교의 오픈이노베이션은 2019년 200억 원을 투입해 인수한 에듀베이션을 통해 설명할 수있다. 에듀베이션은 간편 학원관리 프로그램 ‘통통통’과 학원 강사 취업포탈 ‘훈장마을’을 운영 중인 기업이다. 에듀베이션을 인수를 통해 대교는 학원, 강사, 학부모 등 교육 플랫폼 이용자 확대와 데이터 기반의 교육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를 통해 학원전문서비스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강호준 대교 CSO 발표 내용 갈무리

오픈 이노베이션 : 노리(Knowre)

인공지능 수학교육 플랫폼 기업 노리도 빼놓을 수 없다. 노리는 2018년에 인수했다. 다른 스타트업과 좋은 접점을 만드는데 레퍼런스가 되는 사례이다. 처음에는 노리의 투자(2015년)에 참여했고 지분 추가 인수에 이어 최종 인수까지 가게 됐다. 배경에는 노리가 전세계 최고의 수학 컨텐츠라는 확신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수하고 1년 만에 회원수와 흑자를 기록했다. 물론 큰 규모의 흑자는 아니지만 의미가 있다고 본다.

노리를 성장시킨 비결은 별다른 것이 없다. 노리가 적자를 본 이유는 보수적인 시장 환경에서 기인한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 새로운 콘텐츠라 해도 부모는 의사결정을 할 때 자녀가 실험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보수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성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서비스라는 상품의 효용가치는 음식이나 전자제품과는 다르게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사용자에게 40여 년의 역사을 쌓아온 대교라는 회사의 보증과 신뢰도가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전국 만여 명의 교사가 추가적으로 보증을 서준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했지만, 노리는 더 성장할거라 본다. 노리라는 레퍼런스로 스타트업에게 열심히 어필하고 있다.

노리를 비롯한 다양한 회사를 인수하고 투자하고 여러 회사와 협업을 하고있다. 내부의 버티컬을 단단하게 하는 동시에 디지털적인 외부의 것을 에드온하며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그것이 현재 대교의 오픈이노베이션 방향이다. 이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존 서비스외 다양한 서비스 모델이 탄생하게 되었다.

강호준 대교 CSO 발표 내용 갈무리

아직 대교의 오픈이노베이션이 성공했다고 말하긴 이르다. 아직은 초창기이다. 대교는 ‘오픈이노베이션’을 ‘동행’이란 표현으로 치환해 사용한다. 성공적인 동행의 조건에는 신뢰를 중심으로 보증인, 실력, 팃 포 탯(tit for tat)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수의 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하고 있지만 성공 사례는 많지 않았다.

성공적인 동행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라고 할 수 있다. 그걸 구축하고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관대한 팃 포 탯(tit for tat)’, ‘보증인’, ‘실력’이 필요하다. 우린 협력을 할 때 어던 것을 줄지 명확하게 한다. 그런 약속을 잘 할 때 협력이 쉬워진다. 구체적인 약속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걸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보증을 서야한다. 전통기업은 실무자들이 스타트업에 대응하지만, 우리 회사는 보통 내가 가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의사결정자가 참여해서 신뢰관계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먼저 기회를 주고, 관대하게 바라보고, 먼저 믿는 것이 필요하다. 약간의 실수, 실패는 용인하며 가는 것이다. 그게 성과가 더 좋다.

그리고 결국은 실력이다. 상대가 우리한테 기대한 것을 못 해 주면 배신이 될 수 있다. 노리와 협업을 하며 신경 쓴 것이 어떻게든 흑자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 어느정도 무리를 한 것도 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실력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 모든게 상대에게 신뢰를 주기 위함이었다. 함께 일하면서 부침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뢰관계에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스타트업 간 관계는 도원결의다

유비, 관우, 장비는 형제의 연을 맺기전에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우연히 만나 천하를 도모하는 사이가 되었다. 중국에서 ‘꽌시(关系)’는 ‘과거의 경험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하더라. 스타트업과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추구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약속하고, 책임감을 보여준다면 조금 더 건강한 오픈이노베이션, 스타트업 생태계가 될거라 본다.

2020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 현장 ⓒ플래텀

기자 / 제 눈에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연예인입니다. 그들의 오늘을 기록합니다. 가끔 해외 취재도 가고 서비스 리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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