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리시나요?”
화상 회의로 소통할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화면 너머 공간에 있는 동료가 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 말은 코로나 이후 ‘안녕하세요’라는 말보다 먼저 건네는 인사말이 되기도 했다. 돌아오는 답변은 ‘네, 아니오’가 아닌 ‘네’ 혹은 침묵. 침묵이 지속되면 매개체가 되는 시스템을 점검하느라 몇 분을 소요하기도 한다. 매개체의 상태가 복구되지 않으면 일정이 취소 되기도 한다. 이렇듯 지금은 시간만 맞추면 소통할 수 있던 때와 다르다. 상대의 상태 뿐 아니라 기기의 상태까지 살펴야만 시작할 수 있는 화상 미팅의 한계 때문이다.
화상 미팅의 한계
이 한계점은 화상 미팅의 기본 요소로 사소한 문제를 자주 일으킨다. 지연되거나 멈추거나 싱크가 맞지 않거나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등 사소하지만 소통에 치명적인 문제다. 단순히 매개체의 문제로 그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인간의 의식 수준 아래에서 오류를 일으키며 지각에 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위스콘신대학(Wisconsin University) 심리학 교수인 폴라 니덴탈(Paula Niedentha)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뇌는 언어와 비언어적 소통 사이의 간극을 자신의 오류로 간주해 자꾸 수정하려 든다. 화상 시스템의 문제를 뇌기능의 문제로 착각하고, 그 결과 혼란과 과부하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Zoom Fatigue’라는 말이 매스컴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화상회의의 대표 솔루션인 Zoom이 발생시키는 피로도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니덴탈 박사의 말처럼 ‘간극을 자신의 오류’로 간주하는 뇌의 오해 때문이다.
화상 회의가 뇌에 미치는 영향

대화는 언어와 비언어로 이루어진다. 대면일 때는 말이 언어를 구성하고 표정과 손짓이 비언어를 구성한다. 모두 말하는 주체에 의해 구성되는 사항이다. 그러나 비대면에서는 시스템의 오류가 비언어에 영향을 미친다. 대면 대화에서 독립적으로 비언어 역할을 하던 말과 표정, 손짓이 시스템 상태에 따라 변형되기 때문이다. 이 때 사람의 뇌는 오류의 영향을 받은 비언어의 영역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이는 영장류가 지닌 공감능력 때문이다. 영장류는 비언어적 신호를 해독함으로써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공감을 토대로 대화를 엮어가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이 공감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해석에 더 큰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피곤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연구 결과 화상 미팅 시 뇌의 베타파(beta wave)와 감마파가 급증하게 된다고 밝혔다. 베타파는 12~33Hz 정도의 고주파로 주의력과 관련이 깊은 주파다. 감마파(gamma)는 25~100Hz 정도의 고주파로 높은 수준의 인지 처리 작업과 관련 있다. 이 주파는 긴 파장과 높은 전자기파를 가진 감마선과 비슷한데 시상(diencephalon)에서 시작하여 후두엽에서 순식간에 전두엽으로 넘어오는 특성이 있다. 이 두 주파가 상승했다면, 평소보다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화상 미팅 시에 특히 베타파와 감마파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상승 폭만 보더라도 얼마나 큰 ‘Zoom Fatigue’가 발생하는지 예측된다. 우리가 화상 미팅을 하고 난 후 느끼는 피로감은 괜한 것이 아니다. 이 정도로 신경이 곤두선 대화를 1시간 혹은 2시간씩 한다면 피로하지 않을 사람은 누구도 없다.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자리잡은 화상회의를 갑자기 중단해버릴 수는 없다. 단순히 Zoom Fatigue 때문에 모든 화상 미팅을 중단하기엔 화상 미팅이 주는 이점은 너무나도 많다.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여 다수의 사람들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은 업무 연속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갑자기 중단한다거나 문제를 알면서도 덮어버리기 보다는 알게 된 한계를 보완하고 이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얼굴을 보지 않는 화상 회의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가끔 카메라를 끄고 음성으로만 대화를 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프랑스 인사이드에서 직장 내 지속할 수 있는 학습과 발전을 연구하고 있는 지안 피에로 페트리글리에리(Gianpiero Petriglieri) 부교수는 ‘카메라를 끄면 상대가 마치 옆 방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서로간의 간격이 생기고 애써 오류를 해석하고자 하는 뇌의 노력도 휴식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명확한 텍스트 기반의 소통
한 가지 더, 소통의 수단을 다양하게 하는 것도 해결 방법이 된다. 미국 클렘슨 대학(Clemson University)의 마리사 셔플러(marissa shuffler) 부교수는 화상 미팅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BBC 인터뷰에서 ‘업무에서는 명확한 텍스트 기록이 있는 파일을 공유하는 것이 정보 과부하를 방지하는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면 업무 시에도 마찬가지지만 업무 내용은 단순히 구두로 공유하는 것보다 명확한 기록으로 공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논의했던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고 비대면 환경에서 확보되지 않는 업무 가시성도 쉽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는 화상 솔루션과 함께 원페이지 협업툴이라는 기록 기반의 협업툴을 이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원페이지 협업툴은 워크플로우에서 발생한 논의 내용 뿐 아니라 일정, 할 일, 파일, 커뮤니케이션 내역까지 한 페이지에 기록할 수 있어 업무 내용 공유에 효율적이다.
추가로 셔플러 교수는 화상 미팅을 시작할 때 예열 시간을 가지는 것도 피로도를 덜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가벼운 농담으로 화상 미팅을 시작하면 신뢰와 안정감을 기반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곧 피로도와 대화의 부담감을 줄이는 방안이 된다.
화상 미팅은 ‘비대면 시대’의 중심이 되는 소통 방안이다.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모든 방안이 그렇듯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효율은 크게 달라진다. 유일한 방법,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더라도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고 문제점을 찾아 보완해가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비판적인 태도는 앞으로 비대면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세이지 않을까.
원문 : 재택근무의 명과 암 : 화상회의와 협업, 당신의 뇌가 위협받고 있다.
작성자 : 백아리 콜라비팀 Growth Marketing Manager / ‘시간을 돌려준다’는 비전 아래 모인 콜라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딥워크를 바탕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민한 내용을 블로그에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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