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수확하는 ‘농튜버’ 3인 이야기
유튜브에서 농장의 일상과 농사 노하우를 공유하고, 판매까지 이어가는 ‘농튜브’ 채널들이 주목받고 있다. 많은 농튜브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으로 지난해에는 국내 농사 관련 상위 20개 채널의 조회수가 2018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2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스물 두 번째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는 유튜브 채널을 일구고 있는 농튜브 크리에이터 세 명(‘삼남자인삼농장’의 이충근 씨, ‘솔바위농원’의 손보달 씨, ‘프응TV’의 김국연 씨)이 패널로 나섰다. 이들은 어떤 계기로 유튜버의 길을 걷게 된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이하 네 명의 크리에이터와의 일문일답.
Q.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삼남자인삼농장: 안녕하세요, 저는 충북 보은군에서 현재 인삼농사를 짓고 있는 삼남자인삼농장의 이충근 이라고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인삼농사를 짓고 있고,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공하여 판매까지 하고 있습니다.
솔바위농원: 안녕하세요, 경기도 평택에서 쌈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솔바위농원의 손보달입니다. 귀농 10년차이고, 유튜브를 한지는 1년 반 되었습니다.
프응TV: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양봉을 하는 김국연 이라고 합니다. 양봉 관련 유튜브 채널 ‘프응TV’를 운영중입니다.
Q. 프응TV는 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시나요? 또 어떤 계기로 채널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프응TV: 주로 제가 하고 있는 일인 양봉과 꿀벌에 대해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데요. 꿀을 채취하는 작업, 말벌을 퇴치하는 콘텐츠, 그리고 꿀벌의 생리를 알려주거나 양봉하는 과정을 편집해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꿀이 경화되는 것을 보고 설탕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 유튜브를 통해 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인식개선을 하고 싶었어요. 또 양봉이라는 소재를 일반인들도 가볍게 알 수 있도록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양봉을 하시는 분들의 유튜브를 봤는데, 일반인들은 알기 어려운 중국에서 유래한 양봉 기술 용어를 많이 쓰시더라고요. 그렇다보니 일반 시청자들이 접근하기가 조금 어려워 보였고, 양봉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일반인들도 재밌게 볼만한 영상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마침 일본 여행중에 오랜 구독자로서 유튜버 JM님을 만나 조언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길로 채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삼남자인삼농장의 이충근님은 어떻게 채널을 시작하시게 됐는지, 또 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시나요?
삼남자인삼농장: 평소에 유튜브에서 농사와 관련 된 정보 자주 찾아보곤 했는데, 문득 ‘나도 직접 해보고 싶다’ 라고 생각이 들어 무작정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서 올리게 되었어요. 해보니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농사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고,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면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농산물도 판매할 수 있고, 그것이 수익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삼과 텃밭 농사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들, 그리고 시골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주로 올리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인삼은 특화작물이다보니 시청자층이 다소 제한적이기 때문에 점차 텃밭농사 콘텐츠 비중을 늘려나갔어요.
Q. 솔바위농원 채널에서는 어떤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나요? 또 어떤 계기로 채널을 시작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솔바위농원: 저는 귀농 10년차로서 귀농/귀촌을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정보나 작물 재배법 등 텃밭 농사 꿀팁, 또 직접 지은 농산물로 요리하는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또 ‘귀농귀촌 복덕방’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평택의 비닐하우스나 전원주택의 임대/매매 의뢰를 하면 코너를 통해 소개해주고 연결시켜 주는 시리즈인데, 시청자 반응도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영농일기를 업로드하려는 목적으로 가볍게 채널을 시작했는데, 요리하는 콘텐츠도 올려보고, 박람회나 비닐하우스 임대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하며 차츰 다양한 콘텐츠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Q. 그 중 ‘떳다 농부’ 라는 코너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솔바위농원: ‘떳다 농부’는 다른 농장을 찾아가서 농산물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 중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 편이다 보니 농작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계십니다. 저는 귀농하자마자 직거래를 시작했는데, 채널이 자리를 잡고, 구독자 중 농작물을 구매하는 분들도 많아지며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농작물도 판매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 11월에는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여러 농가에서 미처 다 팔지 못해 재고가 많이 남았던 서리태콩을 팔았는데, 열흘만에 6천 만원 어치가 넘는 70가마가 팔리기도 했죠.
Q. 유튜브를 시작하셨을 때 이렇게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셨었나요?
솔바위농원: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채널을 시작했을 때는 1달 반동안 구독자수가 30명 정도였어요. 점차 다른 농튜브 채널들을 참고하며 구독자분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반응이 좋아졌습니다. 새로운 것을 올린게 아니라 맨날 경험했던 것을 콘텐츠로 찍어 올린 것인데, 이게 시청자들에게는 ‘꿀팁’이 되었던 것 같아요. 순식간에 시청자와 구독자 수가 늘더라고요.
Q. 프응님의 경우 가장 처음 올린 콘텐츠가 정말 뜨거운 반응을 얻은걸로 알고있는데, 예상 하셨나요?
프응TV: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콘텐츠를 제작할 당시에 말벌 피해가 많던 때였는데 , 친구에게서 산 중고 카메라로 시험삼아 찍어서 간단하게 편집하고 올렸어요. 별 기대 없이 올린 영상이 갑자기 많은 조회수가 나와서 굉장히 놀랐고, 얼떨떨 하더라고요. 지금은 7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Q. 프응TV는 양봉이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구독자들이 시청하고 있는데요, 그 인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프응TV: 제가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인기 있고 유행하는 밈(meme)이나 농담을 적절하게 섞어 사용하다보니 젊은 시청자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배경이 농촌이다 보니 힐링을 원하는 시청자들도 많이 시청하시는 것 같고요.
Q. 삼남자인삼농장 채널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삼남자인삼농장: 아직까지는 채널이 큰 인기를 얻고 있지는 않지만, 농촌에 대한 정보와 농사 노하우에 대한 것들을 공유하다보니 좋아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농약을 안 치고 배추를 기르기 위한 천연살충제 만드는 방법에 관한 콘텐츠가 반응이 정말 좋았는데, 농사에 대한 노하우와 현실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아요또 농사는 어떤지, 돈은 많이 벌 수 있는 것인지 등 농업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다룬 콘텐츠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Q. 직접 재배한 인삼, 배추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인상깊었는데요. 실제 판매에도 도움을 받고 계신가요?
삼남자인삼농장: 원래는 유튜브를 통해 판매해야겠다는 목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매년 보은군 대추축제에서 인삼을 많이 판매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대추축제를 못해 오프라인으로 판매를 할 수 없었는데요.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판매 할 수 있을지 고미하다 유튜브를 통해 판매영상을 촬영하여 올렸습니다. 얼마전에 영상 올렸는데, 하루만에 주문이 천 만원 이상의 규모로 정말 많이 들어오더라고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기대 이상의 판매 효과 가져다준 것 같아요.
Q. 솔바위농원 채널 역시 직접 재배하고 계신 쌈채소를 비롯한 작물을 소개하고, 또 구매하실 수 있도록 소개하는 팔기위한 영상도 있고, 실제로 구입하는 이 많을 것 같아요. 유튜브를 통해 판매에 도움이 되셨나요?
솔바위농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전에도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으로 인터넷 직거래 해왔습니다 지금은 그 모든 판매가 거의 유튜브로 왔습니다. 유튜브에 올리면 하루면 완판됩니다. 그리고 구독자가 늘어나면 예를 들어 500평에서 2000평까지 농사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도록 밑바탕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중입니다.
Q. 이렇게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으니, 중간 유통 과정없이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계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솔바위농원: 농산물시장에서는 가격을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 시장에 냈더니 5천원을 받게 되면서 이것이 직거래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사실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사도 되지만 제가 재배하는 모든 과정을 SNS에 올리다보니 저를 믿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이제는 모든 것을 유튜브를 통해 하다보니 구독자도 많아지고, 유튜브에 올리기만 해도 바로 완판된다는게 매우 신기합니다. 주변에 농사 짓는 사람들의 농작물까지 완판해주니까 매우 행복한 귀농생활 하고 있습니다.
Q. 프응TV는 어떤가요? 올해 처음으로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프응TV: 네. 늘 온라인 판매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서 한번도 못했었는데 구독자 분들의 요청으로 올 7월 처음으로 온라인 판매를 했었습니다. 하필 올해 꿀 작황이 근 몇십년 중 가장 좋지 않아 수확량 자체가 적어, 기다리셨던 많은 분들께 판매를 할 수가 없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었어요. 앞으로도 유튜브를 통해 판매 관련 콘텐츠 제작도 이어나갈 예정이에요.
Q. 최근 농수산물의 판로 개척과 홍보를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는 분들이 증가하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유튜브 운영을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분들에게 조언 또는 팁을 전달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프응TV: 저는 양봉업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기술 용어를 쓰는 등 너무 전문적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재미있게 풀어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양봉에서 쓰는 용어가 중국 용어가 많다보니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렵거든요. 대한민국에 양봉업자가 3만명이니까 그분들이 다 영상을 봐도 3만 회 밖에 되지 않죠. 스토리텔링식으로 양봉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든 장비를 갖추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휴대폰으로 대충 찍어서 올려보고, 구독자들의 반응을 파악해서 채널 방향을 잡으면 되니까요.
삼남자인삼농장: 저는 꾸준함과 지속성에 대해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이제 유튜브라는 것은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다면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시작 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누구나 바로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유튜브라고 생각해요. 제가 유튜브를 해오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속성이었어요. 꾸준히 몇년 동안 성과없이 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성과는 결국 향후에도 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구독자층의 니즈를 파악하여 제가 하는 콘텐츠와 접목을 해서 올리는 것이 중요해요.
솔바위농원: 저도 일단은 시작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농사 공부를 많이 해야한다는 것이에요. 제가 귀농 10년차이지만 유튜브를 시작하고 1년 반 동안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농사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남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해야 해요. 어느 순간 무슨 영상을 제작해야할지 막막할 수 있어요. 일단 그러면 앞서가는 농업인 유튜버 영상을 꾸준히 보세요. 거기에서 새로운 아이템이 나올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 덧붙여 구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프응TV: 양봉이라는 소재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여러가지것들도 시도해서 종합적인 채널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힙합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관련 영상을 제작해보고 싶어요. 구독자분들에게는 영상 업로드 속도와 피드백이 빠른편이 아니라서 조금 답답할 수도 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솔바위농원: 일단 ’떳다 농부’를 더 키워 평택 말고도 다른 지역으로도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솔바위농원이 소개하는 것이라면 믿고 구매할 수 있게 꾸준히 좋은 농산물을 소개해서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싶고, 더 나아가 귀농귀촌을 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도 얻고 계속 찾아올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귀농귀촌 복덕방’ 코너에서 거래와 매매 임대가 되는 빈도수 늘어나고 있으니까, 아직은 평택 지역이지만 도시 근교에 귀농귀촌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뢰가 들어오면 영상을 올려서 거래가 될 수 있도록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삼남자인삼농장: 저희 채널의 콘텐츠를 좋아하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채널을 통해 농사 노하우와 농촌에서 일어나는 일상, 그리고 농촌 음식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작물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뵙고, 농업의 현실과 수입 등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여 농업을 대표할 수 있는 채널이 될 수 있게 성장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