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사람들이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PC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광경을 쉽게 목격하게 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대부분 메신저를 통해 지인과 소통하거나 지난주에 놓친 드라마 또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이처럼 이제 좋아하는 방송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아서 광고를 보며 기다려야 하는 시대는 지나간 듯하다.
SK플래닛은 2012년 1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T스토어의 드라마 VOD 판매 건수가 약 140만 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4배 이상의 규모로, 그만큼 스마트 폰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시청자가 늘었다는 의미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Total National multimedia Statistics)에서는 2013년 10월 24일 열린 ‘2013 광고주 대회’에서 스마트 폰이나 PC로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가 30%에 육박한다고 발표하였다(관련 링크). 실시간 방송뿐 아니라 다시 보기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청자도 통계 조사에 참여한 패널의 절반 이상인 55%가 넘었다. 방송사가 편성한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TV를 시청하던 행태가 다양하고 능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방송 콘텐츠의 소비 행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대로 멈춰있는 지표가 있다. 바로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 집계방식이다.
현재 국내에서 적용되고 있는 시청률 집계 방식은 ‘TV를 통한 특정 채널의 시청시간 / 총 시청 시간’의 계산법을 따른다. 하지만 TV 외의 기기를 통하여 방송을 시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실시간 방송보다 다시보기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정확한 시청률 파악을 위해서는 산정 방식도 수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스마트미디어 시청점유율 시범조사’ 실시 계획을 발표하였다. 기존 TV 시청률 조사에 각종 스마트 기기를 통한 시청 결과를 포함해 스크린별 시청점유율도 파악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오는 12월 발표될 결과에서는 TV와 모바일, PC를 통한 실시간 시청률과 상위 20개 프로그램에 대한 VOD 시청 횟수까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9월 29일 발표한 ‘N스크린 시청기록 산출조사’ 계획은 각 스마트 기기를 통하여 시청한 방송 콘텐츠의 실시간 시청률뿐 아니라 방송 후 7일간의 VOD 시청률까지 합산한 ‘통합시청률’을 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합시청률이 제공되면 각 프로그램의 정확한 영향력과 시청률이 측정되어 다양한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시청률은 방송광고 시장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수치인 만큼 조사 대상 패널의 대표성, 조사 프로그램의 신뢰성, 각 스크린별 가중치 등 관련 지수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세우기까지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는 2013년 10월부터 TV, 스마트 폰, PC를 모두 보유한 1,000가구를 선정하여 통합 시청률 측정 방식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이르면 2014년부터 패널 수와 프로그램의 수를 늘려 본격적인 통합시청률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정확하게 방송 시청률을 측정하기 위하여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Nielsen은 TV 시청률에 유튜브YouTube, 넷플릭스Netflix, 훌루플러스HuluPlus 등의 OTT 서비스뿐만 아니라 스마트 폰과 태블릿PC를 통한 시청도 포함하겠다고 밝혔으며 오는 11월 중순에는 인터넷 방송 시청률을 집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배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국도 실시간 시청률에 방송 후 7일간 VOD 시청률을 통합하는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며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는 이미 2013년 1월부터 통합시청률 조사를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통합시청률이 현 시장에 미치게 될 영향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영상 콘텐츠에 대한 평가가 더욱 정확하게 조율 될 것이다.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간접적인 시청률이 아닌 영상 콘텐츠 자체에 대한 시청률 집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기존에 방송 시간, 채널 등의 이유로 평가절하되고 있던 케이블TV나 종편 콘텐츠 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말로 하면, 기존 시청률 산정 방식을 따를 때에는 황금 시간대를 차지한 방송 콘텐츠가 가지는 절대적인 우위를 뒤집는 것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더 동등한 조건에서 콘텐츠의 실 시청률 비교가 가능해질 것이다.
두 번째로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광고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각종 스마트 기기의 선전과 함께 TV의 시청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광고 업계에서도 방송광고 단가나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약해지는 추세였다. 하지만 통합 시청률을 통해 콘텐츠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뒷받침된다면 다시 광고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광고 전략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시청률이 높은 방송 프로그램 전후에 광고를 배치하여 TV 앞에 앉아있는 시청자에게 노출되기를 기대했던 광고 방식에서 방송 콘텐츠가 어떤 스크린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더라도 광고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영상 내 광고나 PPL 광고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전하는 크로스미디어Cross media 전략이 더욱 발전할 것이다. 이미 프로 야구 경기나 뉴스, 공연 실황 등의 콘텐츠는 TV와 모바일 뿐 아니라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도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시청자들의 실시간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방송의 연계도 이뤄지기 시작하였다. 트위터Twitter는 미국의 대형 케이블 회사인 컴캐스트Comcast와 제휴를 맺어 방송 시청 기능을 추가하였다. 컴캐스트의 NBC 유니버셜 방송사가 제공하는 트윗에는 시잇See it 버튼이 포함되어 제공되는데 사용자가 이 버튼을 누르면 셋톱박스나 모바일을 통하여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녹화할 수 있는 형태이다. 또 앰플리파이Amplify를 통해 생방송되고 있는 TV의 동영상 링크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위터는 새로운 컨셉의 시청률 조사 방식도 제시하였다. 닐슨과의 제휴를 통한 ‘닐슨 트위터 TV 시청률 조사’는 사람들이 트윗을 통해 언급하는 TV 프로그램을 집계 및 분석하여 시청률을 산출한다. 페이스북Facebook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가 ‘좋아요’ 또는 ‘댓글’ 반응을 보이면 해당 반응을 집계하여 알려주는 형태이다. 하지만 SNS의 특성상 위의 두 시청률 집계는 정확성 보다는 이벤트 성이 더 강하기 때문에 아직 신뢰도 있는 자료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살펴본 바와 같이 급변하는 스마트 미디어 소비 행태를 반영하기 위해 시청률 산정 방식도 변화되어 가고 있다. 통합시청률이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는 방송 콘텐츠의 시청 현황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통합화와 최적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대응하는 객관적인 지표의 역할로 함께 발전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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