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고려한다면 염두해야 할 4가지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만난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은 아젠다에 중국 시장을 염두해두고 있었다. 같은 아시아권이며 지리적으로도 가깝기도 하고 거대한 시장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결코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모로 중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하고 오픈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배운 점들을 관심있는 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나도 처음엔 매우 혼란스러웠다.
1. 중국 인터넷엔 국경이 있다.
인터넷에 국경이 어디있어?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중국 인터넷엔 국경이 있고 그 국경의 차이가 큰 차이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대학교 학생들은 인터넷을 사용할 때 접속 가능범위를 기준으로 다른 인터넷 비용을 지불한다. 예를 들어 1) 교내 인터넷(무료) 2) 교육망 + 국내인터넷(30위안, 한화 약 5,000원) 3) 국외 인터넷(100위안, 한화 약 17,000원) (모두 무제한 기준)
이런 가격 차별(Price Discrimination)은 가격 기제를 이용한 정보 통제 수단에 속하는데 여하튼, 대부분의 중국 로컬 학생들은 중국 국내 인터넷 서비스만을 사용한다. 이 경우 국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에 접근하기는 상당히 힘들어지게 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중국 대학생들을 주요 타겟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국외에서 서버를 두는 말도 안되는 오류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리고 중국 국내 서버에 접속하는 케이스와 국외 서버에 접속하는 케이스 사이에도 매우 큰 체감속도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업체라면 중국 내에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길 추천한다.
2. 중국에선 웹사이트도 허가가 필요하다.
위에서 말한 이유로 중국 국내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서 중국 로컬 웹호스팅 업체를 찾으면 이제 다시 한번 ICP비안(ICP 备案)이라는 해괴한 제도와 부딛히게 된다.
ICP(Internet Content Provider,互联网内容提供商)는 말 그대로 인터넷 상에서 내용 여하를 막론하고 컨텐츠를 제공하려는 개인, 사업자가 신고 또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이다. 이 허가를 받지 않으면 중국 국내에서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고로 중국 국내 서버를 이용하여 웹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ICP허가에도 두가지가 존재하는데 비경영성 비안과 경영성 허가로 나눌 수 있다. 개인/기업/기관 홈페이지나, 일반쇼핑몰과 같은 제공정보의 성질이 무료인 경우는 단순히 비경영성 비안(ICP 비안)만 받아도 된다.
- 비경영성 비안 (ICP비안, ICP 备案)
이런 비경영성비안은 상대적(!)으로 편리하다. 비안은 우리가 소위 말하는 ‘신고’의 개념으로 인터넷 호스팅 서비스를 신청하면 호스팅 업체가 대신 무료로 신청을 해주며 간단히 서류만 작성하면 바로 접수를 할 수 있다. ICP비안은 법적으로 20일의 심사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나 지역마다 편차가 매우 크다. 베이징 지역은 보통 60일, 기타지역은 20일이내의 심사기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한다. 보통 심사는 기업의 경우 사업장소재지이며, 개인의 경우 주소지 관할 지역통신관리국에서 진행한다. 다시 말해서 호스팅 서비스를 신청하고 ICP비안을 받기전까지(보통 20일에서 60일) 호스팅 서비스를 전혀(!) 이용할 수 없다. 물론, 어둠의 경로를 통해 약간의 수수료(?)를 지불하면 그 시간을 3시간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ICP 비안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다가 단속되면 사이트 폐쇄는 물론이고 상당히 귀찮아 진다.
그리고 이 신청 절차시 연락담당자는 반.드.시 중국 국적의 중국인이어야 신청 가능하다. 심사가 완료되면 ‘京ICP备0000000号’와 같은 허가 번호를 받게되는데(베이징의 경우) 보통 중국 사이트들을 자세히 둘러보면 웹사이트 최하단에 이런식의 허가 번호가 표기되어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ICP비안은 매년마다 갱신 하여야 한다.
- ICP 경영성 허가
포털사이트, 소셜, 게임사이트 처럼 무형의 컨텐츠를 ‘유료’로 제공하고 인터넷상에서 결재까지 가능한 웹사이트의 경우 반드시 ICP경영성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게 중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때 부딛히게 되는 장벽 중의 장벽이다.
ICP경영성허가는 비경영성비안과 달리 ‘허가’의 개념으로 통신관리국에 신청, 허가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ICP경영성 허가를 신청하는 자격이다. 신청자격이 기초 여건으로 자본금 RMB 100만위안(한화 약 1억 7천만원) 이상의 내자법인, 또는 외국지분이 50%미만인 합자법인에 한한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허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ICP경영성허가는 일반적으로 중계회사를 통해 진행하는데, 내자법인이라하더라도 법인대표자가 외국인이면 이를 신청할 수 없다.
그럼 외국인은 중국내에서 인터넷 스타트업을 할 수 없나? 그렇진 않다. 법규대로라면 ‘외국계 자본의 투자’를 받은(외국인이 주주인) 인터넷 기업은 중국내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는데, 우리가 알다시피 바이두(百度), 시나(新浪), 알리바바(阿里巴巴) 그리고 런런왕(人人网)등 중국 유명 기업들은 IDG, MATRIX, ACCEL, SOFTBANK와 같은 외국계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고 미국 증시에 상장까지 되어 있는 상황이다. 엄밀하게는 중국의 대부분 인터넷 기업은 이러한 편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인데 이는 VIE(Variable Interest Entity) 구조를 통한 100% 내자기업 우회 지배를 통해 가능해진다. VIE 관련해서는 다음에 다시 한번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ICP경영성 허가에는 단순히 자본금 규모, 주주 구조 제한 이외에도 사회보장보험(한국의 실업급여 개념)을 받는 직원 몇몇 이상. 등등의 허가요건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3. 그래도 스타트업은 생겨난다.
이러한 제약들에도 불구하고 해외 출신의 Entrepreneur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학생들을 기반으로한 스타트업 또한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MVP(Minimum Viable Product)의 경우 개인 서버 혹은 개인명의 ICP 비경영 비안으로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경우 모두 엄밀하게는 불법적인 운영에 해당하는데 그 수가 워낙많은 편이라 당국에서도 적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다만 어느정도 traction을 만들어 낸 후에는 정식 비안 혹은 정식 허가를 신청해야한다. (서비스를 영원히 블락 당하지 않기 위해서 라도) 이런 경우엔 ICP비안 이전(개인 -> 법인 명의) 등에 또다른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4. 그리고 모바일은?
위의 케이스(ICP비안, ICP경영성허가)는 일반 웹사이트에만 해당하며 최근에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에는 해당하지 않는데 이는 중국의 정책 개정 속도가 모바일 인터넷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법규로서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플레이를 통한 무형 컨텐츠 결제에 대해서 제약을 가할 수가 없어, 중소개발자 혹은 개인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앱을 올리고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웹기반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역차별에 해당하게 되는데, 조만간 이에 대한 규제도 반.드.시 생길 것 같다.
드럽고 치사해서 안한다면(?) 상관없지만 그래도 중국의 거대한 인터넷 시장안에서 경쟁하고 싶다면 고려해야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길을 지나갔고 그래서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은 존재한다. 그러니 해외 진출 너무 쉽게 생각하지도 말고 너무 어렵게도 생각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