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조합이나 CVC, PEF가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보통주보다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상환주식, 전환주식 및 우선주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흔히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tock)로 불리는 상환전환우선주식은 상환주식, 전환주식 및 우선주식이 하나로 결합된 주식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중 우선주식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CASE: 우선주식
스타트업 A는 작년에 기대 이상의 큰 이익을 냈습니다. 스타트업 A의 CEO 경철은 일부 주주들의 요구도 있고, 최대주주인 자기도 돈이 필요해서, 올해 초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수익금을 나누어 주기로 하였습니다.
회계팀에 물어보니 주주들에게 돈을 나눠 주는 경우에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서 이익배당을 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경철은 1주 당 1,000원 정도를 배당하기로 결정하고 기쁜 마음으로 주주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A에 작년에 투자한 B펀드 담당 심사역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B펀드가 보유한 주식은 우선주식이므로 1 주당 2,000원이 우선 배당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곧이어 스타트업 A에 초창기에 투자하였던 C펀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C펀드의 담당 심사역은C펀드가 보유한 주식은 누적적 우선주식이기 때문에, C펀드에는 1주당 약 6,000원이 우선 배당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B펀드와 C펀드가 계산해서 보낸 내용에 의하면, 이번에 계획하고 있는 배당금 대부분을 B펀드와 C펀드가 가져가야 하고 최대주주인 경철이 받아 갈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경철은 그제서야 스타트업 A가 B펀드와 C펀드에 발행했던 주식이 우선주식이었던 사실이 어렴풋이 기억났습니다. 그러나 우선주식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잘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경철이 알기로 우선주식은 의결권이 없는데, B펀드와 C펀드는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의결권도 행사하였으니 뭔가 크게 속은 느낌이었습니다.
‘우선주식은 보통주식보다 이익배당이나 잔여재산분배에 있어서 우선하는 주식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우선한다는 것은 돈을 먼저 받아 간다는 뜻입니다.’
B펀드가 가지고 있는 우선주가 1주당 2,000원을 우선적으로 받아 갈 수 있는 우선주식이므로, B펀드에게 먼저 1 주당 2,000원을 배당한 다음에 보통주주에게 배당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선주주에게 1 주당 2,000원씩 배당하고 나니, 돈이 부족해서 보통주에게 1 주당 100원밖에 배당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주식 중에는 누적적인 우선주식과 비누적적인 우선주식이 있습니다.’
누적적인 우선주식은 어느 해에 배당할 금액을 배당하지 못했다면, 다음 해에 배당할 때 작년에 배당 못한 금액도 배당해야 하는 우선주식입니다. 즉, 배당을 안 하면 배당을 해야 할 금액이 밀린 숙제처럼 계속 쌓이는 것이 누적적 우선주식이고, 그렇지 않는 것이 비누적적 우선주식입니다. 위 사례에서 C 펀드가 매년 2,000원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누적적 우선주식인데, 2년간 배당을 받지 못했다면 그동안 받지 못한 4,000원에 올해 받을 2,000원을 더한 6,000원을 보통주보다 우선해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 과거 상법에서 무의결권 주식은 우선주식으로만 발행할 수 있도록 하였으므로, 우선주식은 곧 무의결권 주식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현재는 해당 상법 조항도 없어졌고, 스타트업 투자의 경우 대부분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식을 인수합니다.
‘특별히 투자계약에서 배당할 의무를 정하지 않았다면, 이익이 있다고 해도 반드시 배당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스타트업의 경우 당장 배당을 하는 것보다 그 돈을 성장에 쓰는 것이 좋으므로, 투자자들이 배당을 요구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그러나 일단 배당을 결정했다면? 투자자(펀드)의 담당자들도 우선주식의 조건에 따라 배당을 할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당 받을 돈을 포기하면 펀드의 업무집행조합원(GP)가 유한책임조합원(LP)들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잔여재산분배에 관한 우선주식은 회사의 청산 시에 잔여재산을 분배함에 있어서 우선권이 있는 주식을 말합니다.’
아직도 일부 상법 교과서에서는 국내에서 잔여재산 분배에 관한 우선주식은 거의 발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매우 빈번하게 발행되고 있습니다. 투자를 받을 때 1) 회사가 발행하는 주식이 어떤 종류인지, 2) 투자자에게 어떠한 권리가 있고, 3) 회사나 창업자에게 어떠한 의무가 있는지 등을 이해하지 못하고 급한대로 투자를 받아서 시간이 지나고 곤란한 처지에 놓이는 창업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투자계약과 우선주식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조건으로 투자계약을 체결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 변호사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22. 우선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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