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CASE STUDY] #24. 상환주식
‘채무를 상환한다’는 말은 ‘빚을 갚는다’는 뜻입니다. 채권(회사채)과 주식의 큰 차이 중에 하나는 채권은 회사가 상환할 의무가 있고, 주식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환주식은 주식이지만 회사가 상환의무가 있는 특별한 주식입니다. 다만, 채권과는 상환의무의 조건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2개의 사례를 통하여 상환주식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CASE 1: 스타트업A
스타트업 A의 대표이사 정수는 시리즈 A 투자를 받기로 결정하고, VC와 투자 조건을 협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VC가 정수에게 보낸 텀 시트(Term Sheet)에는 상환전환우선주식(RCSP)의 주요 조건이 간략히 적혀 있었습니다. 텀시트의 상환청구권이라는 항목에 ‘투자원금 및 연 복리 8%가 상환가액이고, 상환청구기간은 발행일로부터 1년 이후’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수는 채권은 회사가 상환할 의무가 있지만 주식은 상환할 의무가 없으므로, 회사의 실적이 나쁘더라도 투자금을 갚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텀 시트를 보니 상환전환우선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연 복리 8%의 대출을 받는 것과 비슷하고, 주식까지 주어야 하니 회사에 오히려 더 불리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더욱이 상환청구기간이 발행일로부터 1년 후라면, 1년 후에 바로 30억원의 시리즈 A 투자금을 모두 갚아야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스타트업 A는 투자금을 대부분 R&D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었으므로, 스타트업 A가 1년 만에 30억원을 갚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정수는 다른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CASE 2: 엔터테인먼트기업 Y
엔터테인먼트기업 Y는 5년 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을 보유한 L사로부터 약 600억원의 투자금을 받고, 상환전환우선주식(RCPS)을 발행했습니다.
투자계약서에 의하면 상환가액은 투자원금 및 연 복리 2%였고, 상환청구기간은 발행일로부터 5년 이후였습니다.
Y사는 국내외에서 인기가 많은 아티스트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장래가 유망한 회사였고, L사도 이러한 잠재력에 대한 기대로 Y사에 투자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아티스트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여, L사가 투자했던 때보다도 주가가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습니다.
결국, L사는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 상환청구기간이 되자 상환청구권을 행사했고, Y사는 약 600억원의 투자원금에 연 복리 2%를 더한 돈을 L사에 지급해야 했습니다.
채권(회사채)과 주식 모두 회사에 대한 투자 수단입니다.
투자자가 채권을 인수한 경우, 기한이 되면 원금 및 이자를 받습니다. 회사의 실적이 좋지 않은 경우에도 정해진 원금과 이자를 받으므로, 채권은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의 실적이 좋은 경우에도 투자자는 정해진 원금과 이자만 받게 되므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투자자가 주식을 인수한 경우에는 회사의 실적이 좋으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고, 주식을 팔아서 시세 차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실적이 나쁘면 배당금을 못 받을 뿐 아니라, 주식가격이 내려가서 투자원금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식은 채권에 비하여 리스크가 크지만, 회사의 실적이 좋은 경우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상환주식은 위와 같은 채권과 주식의 장점을 합친 것입니다.
상환주식은 다른 주식처럼 의결권도 있고, 배당도 받을 수 있는데, 채권처럼 상환청구를 하면 회사에 주식을 반환하고 대신 투자원금에 일정한 금액(이자와 유사합니다)을 더한 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환주식은 상법에 정하는 회사의 배당가능이익에 한해, 그 범위 내에서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채권과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가 이익을 못 내서 배당가능이익이 없는 경우에는 상환주식의 주주는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CASE 1에서 정수가 걱정하는 것처럼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경우에는 배당가능이익이 없으므로, 상환기간이 되어도 투자자는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배당가능이익이 있는 경우에도 투자자가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익을 얻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당장 상환가액을 받는 것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식가격이 4만원이고, 상환청구로 받을 수 있는 돈이 3만원이라면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투자자가 언제나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CASE 2는 YG엔터테인먼트의 실제 사례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오랜 기간 많은 이익을 얻었으므로, 배당가능이익이 600억원 이상이었지만, 상환청구시점의 주가 수준이 상환가액 보다 낮았습니다. 그래서 투자자인 LVMH는 주식을 보유하는 것보다는 상환청구권을 행사해서 투자원금 및 연 복리 2%의 금액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주식가격이 3만원이고, 상환청구로 받을 수 있는 4만원이라면 상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상환주식은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투자계약 자문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회사의 상황에 적합한 조건으로 상환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24. 상환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