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굿즈 중고 거래 규모 연 150억…‘방탄소년단’ 독보적 1위
최애가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이 있다. 좋아하는 스타를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는 의미로 나온 말이겠지만, 이제는 최애를 담은 굿즈로 주머니 안까지 풍요로워진다는 의미로 확장되는 것 같다.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한 덕질이 스타굿즈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며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덕후들의 굿즈 중고 거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홈마(홈페이지 마스터)로 활동하며 스타의 스케줄을 따라가 사진을 찍어 포토카드나 달력 등의 굿즈를 직접 제작해 판매하거나, 아이돌 그룹 멤버 전원의 굿즈를 모으기 위해 다량의 앨범을 구입한 후 다시 중고거래로 내놓는 등 팬덤 문화가 성장하고 있다. 특히 스타굿즈는 한시적으로 판매되거나 특정 이벤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는 특수성과 희소성 탓에 이제 입덕한 팬들부터 이미 많은 굿즈를 보유한 팬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중고거래가 덕질 문화의 큰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매해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굿즈 거래 시장은 개인의 취향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회와 팬심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소비하는 팬슈머의 콜라보가 만들어 낸 부가가치로 풀이되기도 한다.
‘덕질의 경제학’, 하루에만 1천 950건, 연간 약 150억 원 거래
취향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를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의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타굿즈 개인 간 거래 및 검색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실제로 최근 번개장터에서 스타굿즈 거래 건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었다. 2020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기준, 스타굿즈 연간 거래 건수는 지난해 51만 건에서 올해 71만 건으로 39%나 증가했다. 하루에만 평균 1천 950여 건의 스타굿즈가 번개장터 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상품 카테고리 별로 살펴보면, 음반/영상물이 12만 2천건으로 가장 거래가 빈번했으며, 팬시(6만 9천건), 포스터/화보 (3만 9천건), 인형도구와 인형/피규어(2만 4천건)가 그 뒤를 이었다. 거래 건수뿐만 아니라 거래액 또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스타굿즈 월평균 거래액은 올해 12억 6천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또한, 월 별 거래액과 거래 건수는 12월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연말 연시 시즌 그리팅으로 공식 발매되는 아이돌 굿즈 거래의 영향과 2021 아이즈원 공식 해체를 앞두고 앨범 및 굿즈 등의 수요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스타’ BTS, 스타굿즈에서도 압도적인 대세 등극
내놓는 앨범마다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번개장터에서도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번개장터에서 거래된 전체 스타굿즈 중 ‘방탄소년단’ 관련 굿즈는 거래액 기준 4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번개장터에서 거래된 방탄소년단 굿즈는 25만 건, 약 60억 원에 달하는 거래액을 기록하며 스타굿즈 카테고리 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이는 카테고리 내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된 아이즈원의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방탄소년단 굿즈 중에서는 포토카드가 7만 6천 건으로 가장 많이 거래되었고, 앨범(2만 4천 건)과 공식굿즈(1만 1천건)가 그 뒤를 이었다.
실제 빅히트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빅히트 매출액 중 MD 및 라이선싱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30%가 넘을 만큼 굿즈 사업 분야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방방콘’ 공연 당시 빅히트 공식 굿즈샵인 위버스샵에서는 나흘간 약 60만 개의 상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번개장터에서 방탄소년단 관련 굿즈를 주로 거래한다는 사용자는 “덕질을 오래 하다 보니 굿즈가 많아지기도 했고, 구매만 해두고 아까워서 모셔두는 것보다 차라리 원하는 사람에게 파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거래를 시작했다”며 “앨범, DVD 등 다양한 품목을 거래했는데 그 중에서도 역시 포카(포토카드)의 인기가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굿즈 열풍은 방탄소년단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올 상반기 번개장터 MZ세대 인기 검색어 7위에 올랐던 아이즈원 굿즈의 경우 약 6만 5천 건이 거래되며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된 스타굿즈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즈원은 동기간 굿즈 거래액 및 검색량 또한 각각 15억 4천만 원, 1천 77만 건을 기록하며 방탄소년단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세븐틴, 엔시티, 엑소 관련 굿즈도 모두 3만 건 이상의 거래 건수를 기록하며 아이즈원의 뒤를 이었다.
트롯 열풍이 만든 실버 덕질부터 드라마 속 캐릭터 사원증까지, ‘슬기로운 덕질생활’
한편, 지난해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올 초 ‘미스터트롯’이 이어간 트롯 열풍 덕에 ‘덕질’을 즐기는 연령대가 높아진 점도 눈에 띄었다. 45세 이상 이용자의 2020년 연간 스타굿즈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61%가 성장한 9천3백만 원을 기록했으며, 거래 건 수도 약 3천 5백건으로 2배 급증했다.
미스터트롯 출연진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가 예정되었던 6월의 경우 45세 이상 이용자의 스타굿즈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으다. 스타굿즈 수요가 높아지는 12월 역시 45세 이상 거래 건수도 증가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 거래액은 2.5배 이상 늘어나 월 최대 거래액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스타굿즈 카테고리에서는 남극에서 온 10살 펭귄 ‘펭수’의 스티커, 쿠션 등 다양한 굿즈와 추억의 노래들로 OST 열풍을 일으키며 종영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출연진의 사원증, 안경 등 소품을 활용한 굿즈들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