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CASE STUDY] #26. 밸류에이션
투자계약이나 M&A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밸류에이션(valuation)이나 밸류(value)란 말입니다. 프리 머니(Pre-money) 또는 포스트 머니(Post-money) 밸류란 말을 쓰기도 하지요. 스타트업 업계나 투자 업계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이 용어들의 뜻을 모르면 대화가 안 통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용어들의 정확한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CASE: 지분율 10%와 9%
철호가 설립한 스타트업 A는 중견기업 B에 제품을 납품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스타트업 A의 장래성과 철호의 성실함을 높이 평가한 중견기업 B의 대표이사 도현이 중견기업 B가 스타트업 A에 투자하는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도현은 전문적인 투자자는 아니었으므로, 투자계약에 관하여는 잘 알지 못하였습니다. 도현은 투자자의 권리에도 관심이 없었고, 중견기업 B가 100억원 밸류로 10억원을 투자하고 10%의 지분을 받는 조건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철호는 스타트업 A가 투자를 받으면, 투자금이 생길 뿐 아니라 중견기업 B와 관계가 두터워져서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복잡한 투자계약서나 밀고 당기는 협상 없이 10억원 투자에 10% 지분만 주면 되는 조건이었으므로, 도현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투자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투자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으므로, 철호나 도현 모두 변호사의 자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투자가 완료되고 증자등기까지 완료된 며칠 뒤, 도현이 철호에게 전화해서 철호가 자기를 속였다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영문을 몰라 하는 철호에게 도현은 10억원에 10%의 지분을 받기로 했는데, 9%의 지분만을 주었다고 화를 냈습니다. 그러나 철호는 분명히 10%의 지분을 주었다고 생각했으므로 도현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밸류에이션(Valuation)은 말 그대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밸류(Value)는 그렇게 평가한 회사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가치’는 ‘가격’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리고 회사의 가격은 회사의 전체 주식의 가격입니다. 흔히 상장회사의 경우 ‘시가총액’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데, 시가총액이 전체 주식의 가격(시가)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A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통하여 산정한 밸류가 100억원이라고 하면, 스타트업 A의 회사 전체주식 가격이 100억원인 것입니다.
밸류에이션과 밸류는 투자나 M&A에서 1주당 주식의 가격을 정하는데 꼭 필요합니다. 회사의 가치가 100억원이고, 회사의 전체주식 가격이 100주라면, 1주 당 가격은 1억원이 됩니다. 회사의 전체 주식 수가 10,000주라면 1 주당 가격은 100만원이 됩니다.
그럼, 프리-머니(Pre-money) 밸류는 무엇이고, 포스트-머니(Post-money) 밸류는 무엇일까요?
프리 머니는 투자자가 돈을 회사에 납입하기 전의 밸류이고, 포스트 머니는 투자자가 돈을 회사에 납입한 이후의 밸류입니다.
어떤 회사의 가격이 100억원이고 이번에 투자자가 투자할 돈이 10억원이라고 할 때, 프리 머니 밸류는 100억원, 포스트 머니 밸류는 110억원이 됩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회사의 가치는 프리 머니 밸류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위와 같은 경우에 회사의 가치가 얼마인지 묻는다면, 투자금과 상관없이 회사의 가치는 100억원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포스트 머니 밸류는 왜 필요할까요?
포스트 머니 밸류는 투자 후에 투자자의 지분율까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한 개념입니다. 한편 투자자의 투자금을 포스트 머니 밸류로 나누면 투자자의 지분율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철호는 회사의 밸류가 100억원이라고 할 때, 프리 머니 밸류가 100억원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스타트업 A의 전체 주식가격이 100억원인 경우, 스타트업 A의 전체 주식 수가 10,000주이면, 중견기업 B가 10억원을 투자하면, 1,000주를 인수할 수 있습니다.
철호는 스타트업 A의 주식이 10,000주이므로, 중견기업 B에게 신주 1,000주를 발행해 주면, 10%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A가 중견기업 B에게 1,000주를 발행해 주면, 전체주식은 11,000주로 늘어났으므로, 1,000주는 더 이상 10%가 안 되고 약 9%가 됩니다.
도현은 회사의 밸류가 100억원이라고 할 때, 포스트 머니 밸류 100억원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포스트 머니 밸류가 100억원이고, 투자금이 10억원이면, 프리 머니 밸류는 90억원이 됩니다. 스타트업 A의 전체 주식가격이 90억원인 경우, 스타트업 A의 전체 주식 수가 10,000주이면, 중견기업 B가 10억원을 투자하면, 1,111주를 인수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A가 중견기업 B에게 1,111주를 발행해 주면, 전체주식은 11,111주가 되고, 중견기업 B가 보유한 지분율은 약 10%가 됩니다. 이처럼 투자(신주발행) 후에 지분율이 10%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투자(신주발행) 전의 10%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해야 주어야 합니다.
투자를 하거나 투자를 받을 때, 프리 머니는 무엇이고 포스트 머니는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셔서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글: 법무법인 세움 변승규 변호사
-원문: [변승규의 스타트업 법률 케이스 스터디] #26.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