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상장, 시리즈 A 투자 유치 시점부터 준비하라
사업계획서에서 엑싯(exit)을 위한 전략이나 플랜(plan)이 빠져서는 안 된다.
요즈음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에서도 ‘마일스톤’과 ‘엑싯 플랜’을 반드시 포함하여 사업계획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벤처캐피탈로부터의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엑싯 방향은 무엇인가?”, “엑싯을 위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인수 합병의 타겟은 어디인가?” 따위의 질문들이 항상 등장한다. 엑싯의 시점과 방식에 관한 계획은 투자자로 하여금 투자 수익과 투자금 회수의 예측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아니면 상장(IPO)
대표적인 엑싯의 방식으로는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IPO)을 들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다르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우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제한적인 시장 규모 등을 이유로 몇몇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를 제외하고는 빅딜(Big-Deal)은 발생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내 스타트업들은 출구 전략으로 IPO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국내 벤처캐피탈도 대부분 IPO 형식의 엑싯을 통해서 투자금 회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적으로도 IPO를 통한 회수 금액의 규모가 M&A를 통한 회수 금액 대비 약 6배에 이른다.
사실 중간 과정에서 세컨더리(secondary) 펀드에의 매각이나 기업으로부터의 상환을 통한 투자금 회수 방식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IPO를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15년에 이르는 창업 이후 IPO까지의 기간이 조합의 만기를 훨씬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PO 시점을 당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익미실현 기업 상장(테슬라 요건), 기술특례 상장, 사업모델특례 상장(1호 기업 플리토), 성장성 추천(주관사 추천)과 같은 특례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수십억의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이익이나 수백억의 매출액, 시총과 같은 외형 요건이 면제되거나 완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 벤처캐피탈이 선호하는 방식은 기술특례 상장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100여 개를 넘어섰다.
기술특례 상장을 위해서는 2개의 전문 평가 기관의 기술평가 결과가 A 등급 & BBB 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전문 평가 기관은 기업의 기술성과 시장성에 대하여 검증하는데, 이들의 평가 항목과 주요 평가 사항은 전문평가제도 운영지침에 의해서 제도화되어 있다.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한국거래소(KRX)는 2021년 1월 1일 자로 전문평가제도 운영지침을 개정하여 기술성과 시장성 평가 항목을 개선하였다.
주된 내용은 평가 사항을 26개에서 35개로 확대 및 세분화하고, 평가 항목 중 사업성의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평가 항목별 핵심 내용과 유의 사항을 마련한 것이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2005년에 시행되어, 2013년도 비바이오 업종으로까지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여러 차례 개선되고 개편되어 왔다.
기업의 상장은 개인의 입시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 나날이 복잡해져만 간다. 35개의 평가 사항을 다루는 기술특례 상장은 소위 ‘학종’이라고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 입시와 같다.
학종을 비롯한 대학 입시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와 견주어 기술특례 상장은 시리즈 A 투자 유치 시점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앞서 본 것처럼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평가 항목과 평가 사항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공인된 기술보증기금, 나이스평가정보, 한국기업데이터, 이크레더블, 나이스디앤비, SCI평가정보 등 TCB(기술신용평가기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의 정부산하 연구기관들이 평가에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평가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새롭게 태동하는 기술의 수준과 시장의 규모, 성장성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사전 지식 없이는 정확한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나의 파이프라인의 성공만으로도 미래 성장 잠재력이 보장되는 바이오 기업과 달리 특례 상장 사례가 적고 시장 규모, 수익 실현 가능성, 지속 가능성 등에 관한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비-바이오 기업의 평가는 어렵다.
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기업의 대표 이사를 비롯한 핵심 인력들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도 알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말자. 먼저 근거가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도 기술특례 상장용은 아니지만 여러 기관과 연계하여 보증, 투자, 사업화 목적의 다양한 기술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정성적인 관점보다는 정량적인 지표들 중심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하고자 노력한다.
숫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의 평가가 아닌 외부의 평가가 근거가 될 수 있다. 평가 항목별 근거, 지표, 기준 등은 기술사업계획서의 양식을 통해서 유추해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술의 신뢰성은 1) 핵심 기술이나 부품을 공인된 연구소나 기업으로부터 도입하였는지(L/I), 2) 외부의 공인시험기관을 통한 인증, 신뢰성, 품질 평가 실적의 유무, 3) 신뢰성 검증 가능한 정부 과제 연계 R&D 여부, 4) 각종 대회 수상 실적과 정부 기관 등의 표창, 5) 검증된 연구소나 기업과의 공동 개발 여부, 6) 타 기업에의 기술 수출 또는 라이선스 아웃(L/O) 실적 등이 평가 근거가 될 수 있다.
주요 경영진이나 기술인력의 전문성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기술사업계획서에는 경영진과 기술 인력의 학력, 전공분야, 기술개발 경력, 동업계 종사 기간, 연구 개발 및 사업화 실적, 보유 자격증, 수상 경력, 연수 실적, 특허, 논문, 대외 활동 사항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기술 인력은 특급 기술자, 고급 기술자, 중급 기술자, 초급 기술자로 등급을 나누어 기재하도록 하고, 핵심 인력의 경우에는 이직 현황까지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항목들이 수치화되어 평가될 수 있다. 절대 평가가 아니라도,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한 기업이 레퍼런스가 되므로 그에 상응하는 수준은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최근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한 솔트룩스는 100여 명의 연구 인력, 60여 건의 논문, 130여 건의 특허 출원을, 뷰노는 60여 명의 연구 인력, 60여 건의 논문, 60여 건의 특허 출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기술 평가에서 두 기업은 각각 AA 등급 & A 등급과 A 등급 & A 등급을 받았다.
시리즈 A 투자 유치 시점부터 준비하라
이들 숫자는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엑싯 플랫을 기술특례 상장으로 삼았다면, 시리즈 A 투자 유치 시점부터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저자소개 : 김성현 BLT 파트너 변리사는 NIPA, IITP, KISA, KOCCA, 창업진흥원, 서울산업진흥원에서 전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공지능, IoT, 클라우드 컴퓨팅, 차세대 보안, 블록체인, 스마트 디바이스 등의 디지털 기술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원문 : 기술특례 상장, 시리즈 A 투자 유치 시점부터 준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