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일만 계속… 이직해야 할까요?
첫 자기소개서에 뭐라고 썼는지 기억하세요? 스스로를 폼나는 수식어로 소개했을 겁니다. ‘남들과 다른, 이런 점이 특출난 OOO입니다’ 라고요. 그때는 회사에 들어오면 뭔가 특별한 일을 해낼 수 있을 줄 알았죠. 나만의 색깔을 지닌 커리어를 하나 둘 쌓아 여기저기서 탐내는 인재가 되는…
많은 경우, 현실은 기대와 다릅니다. 막상 처음 회사에 들어와 맡게되는 업무는 대부분 ‘잡일’이죠.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초조해집니다. 분명히 일이 많아서 바쁜데 딱히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고. 전문성이 키워지는 것 같지도 않고… 이러다 연차만 쌓인 물경력 되는 거 아닐지.
특히 저연차 직장인들이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리멤버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고민이 자주 올라옵니다. 많은 분들이 위와 같은 이유로 이직을 고민합니다. ‘좀 더 다녀보라’는 조언도 있고 ‘이직해라’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리멤버 커뮤니티 원본 글 보기 > 현재 경력에 대해 조언을 구합니다
이직? 일단 조금만 참아봐요
일단은 이직 충동을 잠시 누르라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왜일까요. 적어도 2년은 다니는 게 이력서상 보기 좋아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직의 목적은 성장이 돼야 합니다. 더 높은 연봉을 받거나 더 많은 일을 하거나 더 넓은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더 좋은 직장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험입니다. 잡일만 많이 해 왔다면 이 경험이 적을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회사가 싫어서 퇴사한다고 해도 그보다 나은 직장을 찾기 어려울거란 말이죠.
그럼 지금처럼 계속 잡일만 하면서 살라는 말인가요? 물론 아닙니다. 잡일만 계속 하게 되는 이유는, 많은 경우 회사의 탓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회사를 옮기는 게 무조건 해답일 수도 없습니다.
잡일은 성장과정이다
전문직이 아닌 이상 어느 회사, 부서에 있더라도 저연차 때는 잡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일하고 성공을 이루는 사람이 마냥 부럽죠. 쉽게 내 능력이나 회사를 탓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나 의사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오기 위해서는 잡일을 해야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과정입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집니다. 같은 잡일이라도 남들 일하는 모습에 섞여 대충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일을 해나가면서 ‘일 잘하는 방법’을 익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후자의 성장가도가 더 가파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요.
서매니저님은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보고 배우라고 합니다. 그러면 기회가 오게 되고 핵심 업무들을 하나씩 맡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본격적인 커리어가 시작됩니다. 이 댓글은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성장할 수 있는 곳인가 판단하라
그렇다고 어떤 회사에서든 참고 견디라는 말은 아닙니다. 주니어이기 때문에 잡일만 주어지는 곳이 있고, 연차가 차도 부품처럼 단순 반복적인 일만 해나가는 회사도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위치까지 올라간 선배가 있나 확인해보세요. 그런 선배가 눈에 띈다면 직원의 성장을 바라는, 그런 환경을 갖춘 회사입니다. 당장은 막막해 보여도 주어진 일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성장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만일 잡일만 주구장창 시키는데, 연차와 직급이 올라간 선배도 똑같이 잡일만 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시야와 경험을 넓혀주기도 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조언은, 성장할 수 있는 직장을 찾은 후에는 그 곳에서 길게 일하라고 합니다. 주니어때는 보이지 않던 시야가 트일 때까지 버텨보라고 합니다. 그 기간을 참지 못하고 옮기면 배움의 싸이클이 중간에 끊어져버립니다. 다시 처음부터 잡일만을 해야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겁니다.